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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러너 Jun 26. 2019

42.195 마이런

step 3 / 달리는 방법을 찾아가다

기다리고 있던 반가운 메일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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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신청했던 오사카 마라톤의 참가 추첨에 당첨됐다는 소식이었다

내게 이런 뽑기 운이 따르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해외의 인기 대회들은 신청자가 많을 경우 추첨으로 참가자를 선정한다

일본의 몇몇 대회는 자국 내 인기가 높아 추첨 경쟁률이 높다고 들었는데 오사카 대회도 그중 하나였다

오사카의 대회에 신청을 하게 된 계기라면 작년 11월 출장으로 오사카를 방문했을 때 대회 홍보와 광고를 접하면서 였는데  당시 나는 10km를 달릴 뿐이었지만 언젠가 이대회에 참가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품게 됐었

 

사진의 달리는 뒷모습에 두근두근한 자극을 받았다



해외 대회는 우리보다 참가비도 비싼데 기왕 나간다면 풀코스를 달리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 나를 이 길로 이끌었다

만약 내가 저 마라톤 대회에 나간다면 어떤 모습으로 달리게 될까 상상의 나래를 펼쳤었는데 이젠 현실이 됐다

대단한 각오나 바람보다는 내 능력껏 즐기고 싶을 뿐이다

 








첫 풀코스 마라톤 완주 이후 한 달이 지났다

짧은 기간이지만 여러모로 성장을 한 듯 이전처럼 달리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언제쯤 거리를 다 채워 달리기가 끝날까에 대한 생각이 컸던 이전과 달리 달려온 거리가 늘어날 때 는 만족감이 좀 더 커진 것 같다

먼 거리를 달리면 지루하지 않을까 싶던 마음은 사라진 지 오래다

내 달리기의 가장 큰 특성이라면 발동이 늦다는 점인데 그동안은 이런 부분을 단점으로만 인식했었다

스스로 느리다고 단정 짓는데도 이런 슬로 스타트의 기질이 반영되었던 것 같다

몸이 충분히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러닝이 이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발이 무겁고 달리는 게 힘들고 숨이 차며 오늘은 오래 못 달리겠다 싶은 상태에서 그만 달릴 핑계를 찾으며 2km 정도를 느릿느릿 달리고 나면 그제야 몸이 풀려 속도가 올라간다

4km를 지나면 곧 5km라는 기대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달리고 있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평균속도가 단축되며 8km쯤에선 전력질주도 가능해진다


즐거운 달리기를 위해선 초반의 2km 정도만 견뎌내면 된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달리기가 무겁다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최근엔 10km 정도만 달리고 있어 하프  정도의 장거리에선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달 전의 대회들처럼 퍼져서 끌려가는 달리기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여름이라도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몇 번의 대회에 참가신청도 해뒀다

그리고 대회일을 기다리며 되도록 매일 거르지 않고 적은 거리라도 달리려 노력하고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저녁 달리기를 하기 위해 포기한 일상의 즐거움은 의외로 커서 위를 묵직하게 할 점심 식사와 간식을 거의 접은 상태다

아침을 먹지 않는 내가 포기한 점심의 즐거움이 달리기를 대하는 내 진심을 보여주고 있달까

물론 달리고 난 후 저녁은 그날 정말 먹고 싶었던 메뉴로 아낌없이 투자해 먹고 있다


한여름이 가까워올수록 부담되는 면이 있긴 하지만 새벽이든 저녁이든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보기로 했다

가을에 목표로 하는 대회들은 풀코스 제한이 5시간이라 어떻게든 30분 이상을 단축해야 한다

나는 내 몸에 스스로 쏟는 노력엔 배신이 없다는 말을 믿는다

등 뒤로 바짝 쫒아오는 컷오프를  피해 한 발이라도 도망갈 수 있도록 열심히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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