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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 Mar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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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열한 시 사십칠 분

일어날 수 없어요.

저기 보이는 구석 속 '어둠'이 곧 날 덮칠 거예요.

잘 봐요. 어제보다 더 커졌단 말이에요.

어제는 분명 손바닥으로 가려졌는데, 오늘은 내 손바닥보다 커요.

내일은 오늘보다 더 커져 '밝음'을 다 뺏어갈 거예요.

그럼 난 어떻게 되는 거죠?

사라지는 건가요? 아무도 날 기억하지 않을까요?


'밝음'이 날 구해줬으면 해요.





결국 오늘이 왔어요.

손가락 하나를 사이에 둔 채 '어둠'이 나에게 와버렸어요.

이제 '밝음'보다 '어둠'이 더 많아요.

'밝음'도 무서웠나 봐요. 날 두고 도망쳤어요.

아마 내일이 되면 난 없을 거예요.

'어둠'이 날 덮칠 테니까요.


안녕





이상해요. 난 분명 사라져야 하거든요?

'어둠'이 날 먹었으니까요.

근데 있잖아요. 난 아직 여기 있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어둠'은 착했어요.

눈 부셔 찡그릴 일도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편해요.


내일도 나는 '어둠' 속에 있을 거예요.





세상에나.

저기 보이는 게 뭐죠?

'밝음'이란 녀석이 다시 찾아왔어요.

분명 기뻐야 하는데, 좋아야 하는데

다시 눈부실 생각에 그다지 반갑지 않아요.

잘못 본 거라고 해줄래요?





시간은 흐르고 흘러 결국 '밝음'은 내 발 밑까지 다가왔어요.

눈이 너무 부시고

내 모습이 너무 잘 보여서

다시 '어둠'이 날 먹어줬으면 좋겠어요.

어디 간 거야.





이런 날이 또 오네요.

'어둠'이 날 떠났어요.

'밝음'만이 가득한 이 곳에서 난 살 수 있을까요.





거울을 봤어요.

내 모습이 너무 잘 보여요.

검은 머리와 두 눈동자.

눈가에 있는 주름까지.

눈 밑 점까지요.

근데... '밝음' 덕분에 알았어요.

내가 꽤나 예쁜 사람이란 걸.





어...?

'어둠'이 저 멀리서 다시 다가와요.

이젠 무섭지 않아요.

'밝음'이 떠나 '어둠'이 다가와도

'어둠'이 떠나 '밝음'이 다가와도

전 다 괜찮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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