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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제 - 10

THE FINAL PROBLEM

by 김뇨롱

그는 나를 단번에 떼어놓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내 팔을 부드럽게 잡고는 다시 길로 안내했을 뿐이다. 그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고,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 뒤에서 두 사람이 멈춰서서 쳐다보고 있었지만, 우리는 천천히 그리고 침착하게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나는 여전히 약하게 떨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팔을 꼭 붙잡았다. 그가 이것을 눈치챘는지 이내 나를 따라 속도를 늦춰서 내게 맞춰줬다.


"호텔로 돌아가도록 하지. 친애하는 친구여." 그는 조용히 내게 말했다. "아무래도 브랜디가 필요할 것 같군."


나는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모자를 갈아쓴 채 고개를 높이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나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여 있었고, 이내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렸다.


"오늘 아침에 어딜 다녀왔던 건가?" 내가 물었다. 내 목소리가 너무도 침착해서 나까지도 놀라고 있었다.


"아무 곳도. 자넬 미행했거든."


"난 자네를 보지 못했는데."


"내가 자네를 미행할 때 내가 원하는 목적이 바로 그것일세." 그는 짧게 미소 지었다. "밖에서 만나는 게 아무래도 좋을 것 같았거든."


"그렇군."


우리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걸어갔다.


"자네가 올 줄 알았다네." 그가 말했다.


"그렇군."


"오는 길은 순탄했는가?"


"그렇네. 고맙군."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상했다. 할 말이 너무도 많았는데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자네는 - 시게르손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더군." 나는 마침내 용기를 냈다.


"그렇다네."


"왜인가?"


"내가 위험에 처해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기를 바라네. 호텔에서 더 설명해줌세."


나는 입술을 핥았다. 위험이라니? 그가 여전히 위험에 처해있다니?


"파리에 온 지는 얼마나 되었는가?" 내가 물었다.


"거의 두 달 되어가는군."


"아."


나는 그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물어볼 자신이 없었다. 우리는 조용히 호텔에 도착했다. 홈즈는 나를 바에 데려갔다.


"Ah, Vous vous êtes trouvés, messieurs !"*(아, 마침내 두 분이 서로를 찾았군요!) 우리가 지나가자 데스크 직원이 기쁜 듯이 말했다.


"Oui, et merci, monsieur."*(그랬지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홈즈가 현관을 가로질러 나를 안내하며 대답했다. 나는 미소를 지으려 노력했다.


우리는 남는 테이블을 찾았고 홈즈는 곧 커피와 브랜디를 주문했다. 그는 코트 안으로 손을 넣어 담배 케이스를 찾았다. 나는 그가 라이헨바흐에 쪽지와 함께 남겨두었던 그의 낡은 은색 케이스를 꺼내 탁자 건너편에 놓아주었다. 그는 그것을 집어 들더니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고맙네."


그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꼬집힌 듯 일그러지며 불안이 드리워져 있었다. "자네가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가 말했다. "내 생각이 맞았나?"


"그렇다네."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지난 12시간을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었다.


"야윈 걸 보니 아팠던 모양이군." 그는 여전히 내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머뭇거리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보이길 기대했는가?"


그의 눈동자가 내게 애원하는 것만 같았다.


"자네도 그리 건강이 좋아 보이지 않잖은가." 나는 친절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피부는 전보다 더 창백한 기가 돌았는데, 이는 그의 최근 생활이 건강하지 않았으며 그의 코카인 습관이 그 어느 때보다도 그를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손사래를 쳤다.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닐세, 그저 위험하고 어려웠을 뿐이야. 그게 전부일세."


위험하다고, 또 말했다.


웨이터가 우리의 음료를 가져왔다. 나는 커피를 무시하고 브랜디를 감사히 받아 삼켰다. 지금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생각했다.


"대체 무엇이 그리 위험한가?"


그는 오히려 안도하는 것 같았다. "모리아티의 심복 두 명이 내 뒤를 쫓고 있다네. 랄프 스펜서와 세바스찬 모런."


나는 그 이름들을 어렴풋이 기억했다. "그들은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네." 내가 말했다.


그는 내 눈을 피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둘 다 좋은 인맥을 가지고 있었다네. 그들은 그물을 미끄러져 빠져나온 것 뿐일세. 스펜서는 여기 파리에 있다네. 나는 엎드려 있었고 그는 아직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그는 나를 여전히 찾고 있으며 내가 여기에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네. 하지만 지금 나는 그가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네. 듣자 하니 결투에서 상처를 입었다고 하더군. 물론 그것은 단순한 소문일 수도 있고 계략일 수도 있다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난 곧 당장 맞닥뜨린 위험에서 벗어날 수는 있을걸세. 모런 대령은 영국에 있다네. 그것도 런던에 말이지. 그래서 아직 돌아갈 수가 없다네. 만일 내가 그렇게 한다면, 그리고 그가 그 소식을 듣게 된다면 그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쉬지 않을걸세. 어찌 보자면 그만 남은 거지. 내가 시간을 끌면 부지불식간에 그를 붙잡아 더 이상 해를 끼칠 수 없는 곳에 가둘걸세. 그러면 제대로 복귀할 수 있을걸세."


그는 재빨리 눈을 들어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남은 브랜디를 삼켰다.


"모리아티라니?" 내가 말했다.


"그는 죽었단 말일세."


"난 그저 궁금했거든." 제발, 그만... 나는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가 날 기다렸다.


"여기 오기 전에는 어디 있었는가?" 나는 그것에 접근하는 유일한 방법은 거꾸로 물어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몽펠리에. 그전에는 페르시아였지. 그러니까, 라싸 전에 말이지."


나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거참 - 즐거워 보이는군."


그는 잔에 담긴 브랜디를 빙빙 돌렸다. 그의 길고 긴장한 손가락이 식탁보를 집었다. "아니..." 그가 말했다. "아니, 전혀 즐겁지 않았네."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러고는 조용히 말했다. "할 수만 있었다면 왓슨, 자네에게 연락했을걸세. 하지만 너무 위험했다네."


"마이크로프트에겐 연락하지 않았는가." 이제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난... 그렇네. 그의 정부와 엮인 일 때문이었네. 나는 외교 채널을 통해 그와 접촉할 수 있었다네.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지."


"그래, 이해했어. 그게 중요했단 말이지."


또 다른 브랜디. 또 다른 담배.


"그가 자네에게 뭐라고 말한 건가? 내 형 말일세." 그의 어조는 단조롭고, 절망적이었다.


"방의 처분에 대해 말했지. 그게 자네의 소원이라더군. 있는 그대로 보존되길 원한다고."


"단지 그것만?"


"그리고 그 스스로가 자네의 가장 가까운 혈연이기 때문에 나는 유언장을 볼 권리가 없다고 하더군."


그의 눈에는 두려움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표정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네 그곳에는 갔던가? 베이커 가 말일세."


"그를 만나러? 그랬었지. 하지만 다시 찾진 않았었네."


"하지만 - 그럼, 그가 뭐라고 말하던가?"


"그가 말하길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내가 가질 수 있다고 하더군. 그래서 내가 가져갔다네."


"뭐든. 자네가 원하는 건 뭐든 가져갈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는 청구서가 지불되었다고 말했네. 그는 내가 자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출판할 수 있지만 더 이상의 사례는 할 수 없다고 말하더군. 그는 내 습관이 그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며 자네와의 친밀감을 너무 과시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내가 아니었다면 자네가 결코 자신을 위험에 빠트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네."


홈즈는 완전히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내 마음은 기쁨으로 흔들렸다.


"오 - 맙소사. 하지만 나는 - 그가 말하기로 자넨 - 괜찮다고 했었거든."


"괜찮다고?" 나는 기가 막혔다.


"그가 말하길, 자네가 아프다곤 하지 않았다네. 오히려 그건 내가 알아냈지. 연락하고 싶었지만 위험이 너무 크다며 날 말리더군. 자네가 자네의 무분별함 때문에 감시를 받고 있다고 말하며 말일세. 그들이 자네를 파멸시키고 나를 추적할 거라고도 말하더군. 그리고 나서 그는 내 옷차림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지. 하지만 난 - 그는 -"


그는 말을 더듬었다. 나는 무자비하게 그를 내려다보았다. 입술이 마비되었지만 억지로 그 입술을 열어 말했다.


"자네 생각에는 내가 이미 망가진 후에 다시 복구된 사람처럼 보였는가? 자네가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자네는 나에게 무분별한 행동에 대한 의지나 욕망이라도 남아있을 거라 생각했는가? 자네는 내가 내 명성을 위해 이 모두를 신경 썼다고 생각하는가, 단 한 단어, 하나의 음표, 하나의 토큰이 그저 내게 자네가 살아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었을 텐데도 오, 세상에 자네가 아직 살아만 있다면? 내가 자네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는데도 어떻게, 자네는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이제 본격적으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어떻게 무너지지 말아야 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는 황급히 브랜디를 더 꿀꺽 삼키고 그의 귀신 들린 얼굴을 필사적으로 응시했다.


"말해보게. 모든 걸 미리 해결했나? 마이링겐에서 밤새도록 앉아서 계획이라도 세웠던 건가? 어떻게 탈출하고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던 건가? 자네가 작별 인사를 썼을 때 - 그건 그렇고, 나는 아직도 그걸 간직하고 있다네. 자네는 그걸 다시 읽어줄 수 있겠는가? 내 히스테리가 그야말로 설득력을 가졌으리라 보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은 자네가 어떻게 단 한 번도 돌아서지 않은 채 그 모든 발자국을 날조했는지에 대한 것일세. 오 맙소사."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홈즈는 재빨리 브랜디를 다 마시고는 식탁을 돌아 내게 다가왔다.


"자네 방으로 가세. 자, 우리가 거기에 도착할 때까지 부디 침착해주게. 내가 도와주겠네. 걱정하지 말게나, 그들은 자네의 모습을 애도로 보고 그렇게 생각할걸세. 자, 내게 기대게."


그는 그가 말한 대로 황급히 내 눈물을 훔치고는 레드 카펫에 시선을 고정했다. 우리가 지나갈 때 웨이터가 걱정스러운 듯 질문하는 것을 들었고, 홈즈의 낮은 대답을 들었는데, 나는 그 말에서 'sa famme'*(그의 아내)와 'en chambre, s’il vous plaît'*(객실로 부탁합니다)라는 단어를 알아들었다. 나는 다른 동정심의 중얼거림을 들었다. 그런 다음 우리는 계단을 올랐다. 내 방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홈즈는 무사히 나를 방으로 안내했고 나는 열쇠를 찾기 위해 주머니를 더듬었다. 그는 내게서 그것을 빼앗아 들어오고는 문을 굳게 닫았다.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나는 홈즈가 내 곁에 앉으러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내 손목을 잡더니 내 얼굴에서 부드럽게 내 손을 떼어냈다. 놀랍게도, 나는 그것들을 그의 손아귀에서 홱 떼어냈다.


"안돼!" 나는 거칠게 말했다. "날 놔두고 말해보게. 처음부터 말해주게."


침대에 조용히 앉아서, 두 손은 무릎을 꿇고 시선은 문의 오른쪽 아래 고정한 채 그는 그날 라이헨바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내게 이야기했다. 모리아티와 랄프 스팬서는 폭포에서 그를 찾았다. 둘 다 총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는 비무장 상태였다.


"그들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왔고 나는 그대로 갇혀버렸네. 그들은 나를 위협했네. 그들은 자네를 가지고 날 위협하더군. 그들이 내가 재판에서 증거를 철회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다고 말하며 말일세. 그리고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우리 둘 모두를 죽이고 우리의 명성이 영국에서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그 정보들을 공개할 거라 말했네. 모리아티는 나를 죽일 것이고, 스펜서는 마이링겐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네를 따라잡을 수도 있었을걸세. 나는 그들이 자네를 다치지 않게만 해준다면 거래를 할 수 있겠노라 제안했지. 나는 그 문제를 모리아티와 단 둘이 논의하겠다고 말했었네."


그는 스펜서를 설득하여 그 소년과 함께 큰길로 돌아가게 하는 데 성공했는데, 그 소년은 예상했던 대로 그들로부터 일정 급료를 받고 있었다.


그는 모리아티의 총이 그를 겨누고 있는 상태에서 편지를 썼고, 우리 공동의 명성에 대한 위협을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최대한 피했다. 의심의 여지 없이 모리아티는 홈즈를 설득하여 자신의 조건에 동의하게 할 수 없기에 그를 죽일 수 밖에 없다면 작별 인사가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그러나 홈즈는 비록 무장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상대를 제압하고 무장 해제시키는 데까지 성공했다.


"나는 그의 총을 폭포 속으로 걷어찼고, 우리는 벼랑 끝에서 함께 비틀거렸다네. 나는 바리츠, 즉 일본의 레슬링 시스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그것은 한 번 이상이나 나에게 유용했지 - 나는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갔고, 그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몇 초 동안 미친 듯이 발길질을 해가며 허공을 할퀴었다네. 그러나 그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균형을 잡지 못한 채 결국 넘어가고 말더군. 얼굴을 벼랑 끝에 댄 채 나는 그가 한참 동안 떨어지는 것을 보았지. 그는 바위에 부딪히더니 뛰어내려 그대로 물 속으로 첨벙 뛰어들었다네."


떨리고 지친 홈즈에게 떠오른 한 가지 생각은 도망치는 것 뿐이었다. 스펜서와 그의 뒤를 쫓고 있는 다른 누구로부터도 아니고 그 자신으로부터, 그리고 나와의 관계로부터 말이다. 모리아티의 위협은 그의 가장 취약한 지점, 즉 그의 혼란과 양가감정, 우리의 우정에 대한 질투와 절망을 강타했다. 그것은 한 순간의 결정이었고 공포 속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는 바위를 올라갔는데, 그 바위는 보이는 것만큼 깎아지른 정도는 아니었지만 - 그에게만큼은 끔찍하고 어려운 오르막길이었다.


"마치 심연에서 나를 향해 소리치는 모리아티의 비명을 듣는 것만 같았네. 한 번의 실수라도 그 상태에선 치명적이었을걸세. 내 손에 풀 뭉치가 들려 나오거나 바위의 젖은 흙에 발이 미끄러질 땐 나도 내가 사라졌다고 생각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네. 그러나 나는 힘겹게 위로 올라갔고, 마침내 부드러운 초록색 이끼로 뒤덮인 몇 피트 길이의 바위 절벽에 이르렀지. 나는 그 위에 쓰러져 한 동안 의식을 잃었다네. 내가 오랫동안 밖에 있었음에는 틀림없네 - 내가 회복했을 때 즈음엔 이미 밤이었거든. 달빛이 비추고 있었네. 나는 가장자리 너머를 바라보았다네. 사방에 발자국이 나 있더군. 내 담배 케이스는 바위에서 사라진 채였지. 누군가 내 편지를 발견했던걸세. 그 사람이 자네인지 랄프 스펜서인지까진 알 수 없었지."


"그 상태에서 나는 마이링겐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네.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무고한 사람을 죽인데다 내가 자네와 다시 합류한다면 그들은 이내 내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우리 둘을 쫓을 게 뻔했기 때문이지. 나는 로젠라우이로 갈 수도 없었다네. 그들은 만일을 대비해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이후의 행보로 봐선 그들은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은 틀림 없었네. 자네가 런던에 돌아가 재판이 끝날 때까지 이도록 두는 게 안전하다고 계속 생각하려 애썼지. 그 사이 나는 어둠 속에서 산을 넘어 10마일을 달렸고, 일주일 후에 나는 피렌체에 도착했는데 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세상 어느 누구도 모른다는 확신이 그제야 떠올랐다네."


나는 몸을 뒤척였고, 그는 그대로 멈췄다.


"내가 자네를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던 건가?"


"못 들었다네." 당연히 그렇겠지. 그 거친 물의 포효 속에서.


"의식을 잃은 채 그 시간을 계속 누워있었다고?"


"그렇다네."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의 존재를 어떻게든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곳은 텅 비었고 황량하게 느껴지기만 했었다.


"나는 돌아왔었다네." 내가 말했다. "두 번이나."


그는 조용했다. "나는 미처 몰랐다네." 그가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는 말을 이었다.


그는 나와 대화를 나누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오랫동안 자기가 죽었다고 여기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그가 외교 채널을 통해 형에게 연락해 신중한 메시지를 전해달라 요청했을 때, 마이크로프트는 스캔들과 위험을 경고하며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조언했다.


재판은 스펜서와 모런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형편없이 흘러갔다. 홈즈는 이제 내가 아팠다는 말을 듣고는 그가 다시 자신의 형으로 하여금 다시 내게 연락하길 요청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감시를 받고 있으며, 혹시라도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내가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알아채고 있다는 게 보이면 적들이 곧장 그에게로 들이닥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분명히 마이크로프트는 나를 위로해줄 친구들이 많고, 시간이 지나면 완벽하게 괜찮아질 것이라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는 또한 메리에 대해서도 말했었다. 그녀의 안전이며, 그녀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것들에 대해.


"나는 그를 믿지 말았어야 했네." 홈즈는 마침내 나를 바라보았고, 우리는 눈을 마주쳤다. "나는 그가 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네. 하지만 나는 그를 믿기로 했지.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야 무엇이었겠는가? 다시는 만나지 않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던 게 기억났었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네가 나 없이 더 행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더군. 그렇게 나는 여행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생각들을 습득했다네. 완전히 다른 생명의 가능성은 내 손아귀에 있었다네. 그리고 내가 자네를 내 마음에서 잘라낸다면 - "


그는 갑자기 멈춰서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눈물이 많은 편도 아닌 내가 그 말에 눈물을 흘리자 그는 눈을 감았다.


그가 말을 계속할 수 있게 되자, 그는 나에게 시게르손이라는 이름으로 한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이크로프트는 그에게 정부를 위해 일하라며 압력을 가했고 그렇게 그는 한동안 하르툼에서 일했다. 그다음 프랑스로 돌아와 몽펠리에에 정착했다. 한 실험실에서 그에게 콜타르 유도체에 대한 연구를 의뢰하기도 했다.


한 편 스펜서와 모런은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고양이와 쥐 놀이가 다시 시작되었던 것이다.


"나는 파리에 왔고 스펜서까지 나를 따라 여기에 왔다네. 내가 알기로 모런은 런던으로 돌아갔다네. 나는 내 연락처를 통해 소식을 전했고 그렇게 해서 자네에 대해, 메리에 대해 알게 되었네. 그 후 자네가 혼자 살게 되었고 마이크로프트가 믿게 한 것처럼 예전의 단골과 동료들에게 돌아간 적은 없다는 것을. 만약 그가 내 증표를 자네에게 주지 않는다면, 모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직접 자네를 찾기 위해 공개적으로 런던에 돌아갈 것이라고까지 말했었네."


부드럽고 단조로운 목소리가 멎었다. 방 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아래쪽 대로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창문을 누를 듯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전혀 다른 그들의 세계.


그러다 난 갑자기 두 손에 얼굴을 묻고 하염없이 흐느꼈다. 일단 시작하자 멈출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그의 손이 내 어깨에 닿는 것을 느꼈다.


"왓슨." 그가 말했다. "그러지 말게."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그의 손이 내 머리카락 위를 가볍게 매만졌다. 그리고 다시금.


"제발..."


결국 나는 숨이 가빠져 헐떡이며 침묵에 빠졌고, 이따금 흐느끼는 소리만 들렸다. 내 몸의 모든 신경을 통해, 나는 그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Entrez,'*(들어오세요), 방 반대편에서 홈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손가락 사이로 들여다보았고, 한 남자가 작은 탁자를 가지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 이후에는 접시와 샐버, 물병과 유리잔을 든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조용히 파테(pâté)차가운 닭, 샐러드로 식탁을 차렸다.


"점심 식사를 여기로 가져오라 주문했다네." 홈즈가 창문 너머로 말했다. "자네가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들이 떠난 뒤 그가 포도주를 따르는 동안 나는 정신을 차렸다. 우리는 이야기하고, 먹었다.


우리는 오후 내내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메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Herr Steiler에 대해; 스펜서와 모란의 대판에 대해. 홈즈는 라사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 주었지만 내가 그를 죽었다고 여겼을 때 만났던 장소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드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나는 그에게 그만둬주길 부탁했다. 우리는 베이커 가 대신 옛날의 실타래를 끄집어들여 이야기를 나눴다.


그 후 우리는 산책을 하러 나갔다. 저녁 산들바람이 불타는 눈을 식혀주었고, 나무들은 우리 위에서 부드럽게 바스락거리며 검은 잎사귀 사이로 등불을 비췄다. 나는 어린아이와 같은 경이로움으로 그들을 올려다보았다. 우리는 세인트 미첼 가의 화려한 작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체크무늬 식탁보 너머로 바라본 홈즈는 실로 행복해 보였다. 나와 시선을 맞춘 그의 눈가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우리가 식사를 마쳤을 때에야 그는 마이크로프트에 대해 다시 물었다 - 그가 정확히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정확히 무엇을 말했는지. 그의 입술은 가늘고 딱딱하게 굳어지며 내 이야기를 들었다.


"미안하네." 그가 속삭였단. "정말 미안해."


그의 눈이 내 얼굴을 살폈다. "왓슨," 그가 말했다. "부디 용서해주게. 제발."


마치 지난 몇 년 동안의 황무지 위로 아치형의 무지개가 다시 솟아오른 것만 같았다. 내 얼굴은 내가 느낀 것을 보여주었음에 틀림없었다.


"자네를 용서한다네. 나의 친애하는 홈즈."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고맙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고, 그는 우리 둘의 잔에 와인을 더 따라주었다.


나는 그날 저녁엔 과음하고 말았다. 점심에 브랜디 와 와인을 마신 뒤엔 거의 무력화되기 충분했다.


지난 24시간 동안의 감정적 긴장과 전날 밤의 수면 부족은 의심할 여지 없이 그 효과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 홈즈는 나를 택시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 내 방으로 가는 것을 도와주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나는 부드러움과 염려의 모든 표시를 즐겼다. 그는 물 한 잔을 따르고 나에게 그것을 마시게 했다.


"가엾은 왓슨, 지친 것 같군." 그가 말했다. "자, 내가 셔츠 컬러를 벗겨내 주겠네. 굳이 옷을 벗지는 말게나. 그냥 있는 대로 잠들면 아침엔 괜찮아질걸세."


나는 아주 간단하게 잠들 준비를 마쳤다. 홈즈는 내 위로 이불을 잡아당겼다.


"이제 잠들게나." 그가 말했다. "나는 복도를 따라 난 방에 있을 테니, 아침에 봄세."


"가지 말게나." 나는 그렇게 말하려 애쓰며 베개 위로 몸을 일으켰다. "가지 말게나. 자네를 다시 잃을까 봐 두려운데... " 목구멍에서 공포가 치솟았던 순간, 그가 내 손을 잡아 나를 진정시켰던 것이 기억났다.


"나는 어디 가지 않을걸세." 그가 말했다. "자네가 잠들 때까지 여기 있겠네. 약속하도록 하지."


나는 푹 잠들었고 한 시간쯤 후에 깨어나 보니 그는 지쳐서 내 옆에 그대로 누워있었다. 그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잠이 들어 그대로 나와 함께 앉아있었던 것이다.


"홈즈. 이대로 있다간 추워질걸세. 이불 속으로 들어오게." 나는 그의 위로 이불을 끌어당겼다.


"고맙네." 그는 눈을 감은 채 속삭였다. 그는 내 곁으로 다가왔다. 나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팔로 그를 감쌌다.


"고맙네." 그는 다시 중얼거리더니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나는 그의 호흡을 가늠하고 조용히 누워 어깨에 기댄 검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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