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지막 문제 - 11

THE FINAL PROBLEM

by 김뇨롱

나는 커피 냄새에 잠에서 깨어났다. 홈즈는 셔츠 소매를 입고 컵과 접시를 손에 든 상쾌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창가에 서서 바깥 모습을 구경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나는 즉시 마이링겐의 엥글리셔 호프에서 있었던 또 다른 아침을 떠올리며 내 심장은 고통스럽게 수축하였다. 내가 몸을 휘젓자 그는 돌아서서 재빨리 내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깨어났는가, 왓슨? 커피를 마시게나. 자네를 위해 직접 아침을 주문하는 자유를 누렸지. 잠시 후면 도착할 거야."


나는 천천히 일어나 앉았고, 내가 여전히 평상복을 입은 데다 두통에 부쩍 몸이 약해진 상태라는 걸 깨달았다.


"아침을 먹으면 기분이 나아질걸세." 홈즈가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여있던 커피 주전자를 들며 말했다.


나는 그에게서 컵과 접시를 받아서 뜨거운 커피를 홀짝였다. 나는 걱정스러운 안색으로 그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완벽하게 낙천적인 사람처럼 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커피가 내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황급히 스스로 상기시켰다. 그는 이미 스스로 씻고, 면도하고, 옷을 입은 상태였다. 아마도 그는 내가 일어나기 얼마 전에 미끄러져 나와 내가 잠을 자도록 배려한 것이 분명했다.


이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웨이터가 샐버가 담긴 쟁반을 들고 들어와 침대에 앉은 내 앞에 놓았다. 홈즈는 그에게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곧 자리를 떴다. 나는 샐버를 들어 올렸고 뜨거운 스크램블드에그가 식욕을 돋우는 냄새가 방 안 가득 퍼졌다. 그제야 나는 내가 배고프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네는 한 입도 들지 않는 건가?" 내가 물었다.


홈즈가 미소 지었다. "난 한 시간 전에 이미 먹은 참이네."


그 말에 나는 아침이 한참 지나버린 것을 깨달았다. "지금 몇 시인가?"


"거의 10시 30분 다 되어간다네, 친애하는 박사. 자네는 아주 잘 자더군. 그리고 자네가 아침을 먹고 단정하게 차려입을 때 즈음 되면 나는 낮에 자네에게 파리를 소개해줄 생각일세. 산책은 자네에게 세상의 좋은 점들을 가르쳐줄 거야."


그의 말이 옳았다. 9월의 찬란한 아침의 선선한 날씨에 나는 그의 팔짱을 끼고 센 강둑을 따라 걸으며 지나가는 배를 바라보기도 하고 부카니스트의 가판대에서 서성이면서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힘과 행복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어젯밤의 와인은 여전히 내 핏줄을 흐르며 노래하고 있었고 우리 주변에 예리하고 투명한 느낌을 선사하는 역할을 했다. 나는 그날 아침 산책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24시간이라는 시간이 그토록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때때로 홈즈는 갑자기 멈춰 서서는 군중 속의 어떤 인물을 쫓아가거나 지나가는 마차를 쫓곤 했다.


'랄프 스펜서에 대한 소식은 없는가?" 카페의 그늘진 문가에 앉아 쇼콜라 프로이트를 홀짝이며 그 자체로 파리에 머무는 동안 중독이 될 거라는 걸 의심치 않으며 내가 그에게 물었다.


"아직은 아닐세." 그가 대답했다. "하지만 여기 있는 내 연락책이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소식을 즉시 알려줄 것이네." 그는 한숨을 쉬었다. "우리는 소문이 사실이길 바랄 뿐일세. 스펜서가 죽는다면 모런만 남게 되고, 영원히 법망을 피할 수 없게 될 테니까.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네."


그가 머뭇거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왓슨, 영국을 떠나기 전에 어떤 준비를 해두었는가? 가능하다면, 여기 무한정 머물 수 있겠는가?"


"난 거의 어떤 준비도 할 수 없었네." 나는 말했다. "앤스트루더에게 이틀 동안 자리를 비울 수도 있다고 말해둔 것 정도네."


그는 거의 수줍은 듯 나를 바라보더니 매끈한 검은 머리칼 위로 손을 한 번 쓸었다.


"부디 나와 함께 영원히 여기 머물러 줄 수 있겠나?" 그가 물었다. "아직 돌아갈 수는 없다네. 해안이 분명히 보일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지. 몇 달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자네가 나와 함께 있어 준다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네."


나는 그의 머뭇거리는 태도에 너무도 감동을 하여 속삭이듯 대답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하겠네."


"정말 고맙네." 그가 말했다.


그날 오후에 나는 앤스트루더에게 전보를 보냈다. 나는 모든 것이 가장 불규칙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 나는 다시 돌아갈 기회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나는 메리가 죽은 후에 유능한 가정부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적어도 나는 그런 면에 대해선 걱정할 게 없었다. 나는 하인들의 급료를 정하는 데에 주의를 기울였다.


"자네 형이 아무래도 이 모든 걸 알게 될 것 같은데." 내가 홈즈에게 말했다.


"그렇다고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다네." 그의 입은 다시 한번 가늘고 딱딱하게 굳어졌다. 나는 격렬한 기쁨을 느꼈다.


그는 다시 거울로 돌아와 준비를 마쳤다. 우리는 그가 제안한 대로 다시 외식을 하러 나갈 예정이었다. 나는 침대에 앉아서 그의 방을 둘러보았고, 그가 여행하면서 간직해온 전리품들을 감상했다. 그중에서 동석 부처님은 벽난로 위에 매끄럽고 만족스러운 자세로 앉아서 가스 브래킷에서 나오는 빛을 받아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상아색 구둣주걱이 놓여 있었고, 손잡이에는 환상적인 짐승과 작고 복잡한 꽃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작지만 화려한 페르시아 양탄자가 안락의자 등받이에 드리워져 있었다. 그러나 pièce de résistance*(저항의 조각)만큼은 창가에 접한 의자의 등받이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것은 홈즈의 밀랍 흉상이었는데, 완벽한, 심지어는 놀랍다고 할 정도로 닮아있었다. 그는 그것이 그르노블에서 제작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걸 지나치게 자랑스러워하는 기색이었다. 표정은 사나우면서도 침착함이 서려 있었고, 옆모습은 독수리처럼 날카롭고도 고상해 보였다. 내 눈이 그의 얼굴에 머물자 내 얼굴에는 자연스레 즐거운 미소가 떠오르는 바람에 내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자네는 정말이지 허영심이 많군, 홈즈."


그는 넥타이 매듭을 지으면서도 시선을 내려뜨려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주 좋은 모습이군, 왓슨." 그가 성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진정한 예술은 자연의 거울이라네."


"최근 이론에 따르면 그것은 자연이 예술의 형편없는 모방에 불과하다는 것을 매우 설득력 있게 말하고 있다네." 나는 재빠르게 잘난 체하는 미소를 지으며 거울 너머로 그가 날 바라보는 순간 그와 눈을 마주쳤다.


"이 흉상을 빚는 데 며칠을 보낸 오스카 뫼니에 씨는 내 이목구비가 전에 빚었던 그 어떤 존재보다도 흥미롭다고 말했다네. 그는 내가 그의 기술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그 자신의 평가에 따르면 이번 작업으로 자신을 능가하게 되었다고 말했다네."


"정말 그러했단 말인가?"


홈즈는 잠깐 짜증으로 얼굴이 붉어졌다. 정말이지 그는 허영심이 많았다.


"며칠 동안 이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어야 했단 말인가? 자네는 이 뫼니에 씨에게 작업을 맡기겠노라 제안했던가, 아니면 그가 자네의 흥미로운 모습을 한 번 본 것에 압도되어 그만 자네의 발치에 몸을 던져 그에게 영광을 주시기를 간청한 것인가 - "


쿠션이 공중을 가르며 나를 향해 날아왔고, 나는 팔꿈치로 그것을 막아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지인으로서 만난 것 뿐일세." 홈즈는 당당하게 말했다. "뫼니에 씨는 가장 흥미롭고 재능있는 사람이지."


그는 다시금 거울로 돌아서서 틀림없이 내가 위엄을 회복하고 적당히 냉소적인 표정을 짓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네의 개인병원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는 며칠 후에 그렇게 물었다. "아마 쪼그라들어 없어지겠지." 나는 느긋하게 중얼거렸다. 우리는 강둑에 앉아서 나룻배가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홈즈는 생각에 잠긴 채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별로 걱정하는 것 같지 않군 그래. 생활비는 충분한가?"


"아마 아닐걸세."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내가 애도하지 않았더라면 나도 밀짚모자를 쓰고 우리 사이의 풀밭에 놓여있는 홈즈의 모자 띠를 멍하니 가지고 놀았을 것이다. 나는 파리에서조차도, 아직 애도 중인 사람이 나처럼 외식을 하고 연주회에 참석하는 것이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호텔 직원은 내가 도착한 이후 갑작스러운 기분 변화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메리는, 메리는 나를 이해할 것이다. 그녀에 대한 기억은 늘 나를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들었다.


"메리의 모든 돈과 소지품을 포레스터 부인에게 양도했네." 나는 말했다.


홈즈의 회색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그것참 너그러운 행보로군."


"아니, 중요한 일이었다네." 나는 말하였다. "이소벨이 나랑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었 -" 나는 그가 움찔하는 것을 보고는 말끝을 흐렸다.


"어쨌든," 내가 말했다. "지금은 여유가 별로 없다네."


그는 잠깐 중간 거리를 바라보더니 화제를 완전히 바꿀 것처럼 보였다.


"오늘 아침에 랄프 스펜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네." 그가 말했다. 나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래서 그것이 모든 흥분을 불러일으키고야 말았다. 아침 식사 직후 데스크에 전보가 도착했고, 그는 그것을 읽자마자 점심을 먹으러 호텔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즉시 나갔던 참이었다. 나는 그의 눈에서 늙고 익숙한 빛을 보았고, 현명하게도 그에게 질문을 퍼붓는 걸 자제했다.


"그의 집에 다녀왔지." 그가 말했다. "나는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했네만 정말 조심할 필요조차 없었던 걸세.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도 없지. 도처에 있는 친척들과 조문객들, 그리고 그 소식은 이미 신문에까지 실렸네."


"맙소사, 홈즈!" 나는 흥분한 듯 그의 모자를 움켜쥐며 말했다. "정말 멋지네! 그래서 지금은 세바스찬 모런 대령만 남은 셈이로군."


"그렇다네." 그는 침착하게 말했다. "그의 동태를 계속 알 수 있도록 런던에 있는 내 연락책에 메시지를 보내야 할걸세. 그리고 우리는 영문 신문을 찾아봐야겠지. 왓슨, 내가 그를 잡을걸세."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얼굴은 마치 새벽에 번쩍이는 빛을 담은 채 초조하게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드렸다.


"그렇게 하면 집에 갈 수 있을걸세."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집이라. 그렇겠지." 홈즈의 얼굴은 편안해졌고 그는 다시 갈색 물 너머를 수심에 잠긴 채 바라보았다.


"왓슨,"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만일 자네가 개인병원을 판매한다면 어떤가? 충분히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가?"


"글쎄, 그럴 수 있을 것 같군." 나는 깜짝 놀라면서도 말했다. "하지만 - " 나는 그 질문을 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그는 파이프에 다시 불을 붙이는 데에만 오랜 시간을 들였다. 그의 눈은 어딘지 모르게 어둠이 더러워져 있었다.


"길이 열리면" 그가 마침내 말했다. "런던으로 돌아가 주겠는가? 나와 함께 다시 살 생각도 해줄 수 있느냔 말일세. 베이커가에 있는 그 하숙집에서 말이야." 그는 재빨리 몸을 돌려 나와 시선을 맞췄다.


"나는 그것이 단지 하숙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자네는 자신의 개인병원에 익숙해져 있겠지만 -" 순식간에 그는 나에게 그가 일 년 동안 그렇게 많이 벌었다고, 동시에 그의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밀려오는 행복감에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그렇다네!"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맞아, 좋고말고, 그래!"


애써, 나는 오후에 가족처럼 산책을 하며 다가오는 그룹에 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나의 즐거움을 최대한 억눌렀다. 키가 크고 눈에 띄게 생긴 남자 하며 그보다 훨씬 젊은 레이스와 파라솔을 입은 아내, 소년과 소녀, 그리고 유모와 아기. tout comme il faut *(아주 품위있게).


"자네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네." 그들이 지나갔을 때 나는 침착하게 말했다.


홈즈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고맙네." 나는 덧붙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담뱃대를 입에 물었다.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21화마지막 문제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