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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제 - 9

THE FINAL PROBLEM

by 김뇨롱


이튿날 아침, 나는 홈즈와 내가 2년 반 전에 빅토리아 역에서 탔던 바로 그 콘티넨털 급행열차를 타고 파리로 떠났다.


나의 여행은 순조롭고 비교적 빨랐지만, 조바심의 고통 속에선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호텔 뒤에 몽데스에서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얼마나 오래 머무를 수 있을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 나는 2주일 동안 짐을 싸서 묵을 준비를 했다. 마이크로프트는 틀림 없이 내가 떠난다는 소식을 듣게 될 터였다. 그는 그 소식마저도 파리로 전할까? 나는 알 수 없었다.


나의 떨림과 혼란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거듭 나 자신에게 그가 포효하는 물 속으로 뛰어들었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겠노라 말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홈즈일 리가 없다고 말이다. 내가 어떤 메시지, 어떤 단서, 어떤 다른 친구를 찾을 것이라 가정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그리고 그 생각을 마음에서 밀어낸 또 다른 이유가 존재했다; 그가 아직 살아있으면서도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으리라는 건 확실히 생각할 수 없는 경우의 일이었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그는 내가 이 모든 시간을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게 내버려 둔 게 된다. 엄연히 내가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어떤 말도, 그 어떤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는 게 된다.


나는 창밖에 자리한 구불구불한 켄트의 시골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물러가는 하얀 절벽과 해협의 푸른 물이 일렁였다; 프랑스 풍경의 넓고 평평한 들판에는 어떤 것은 녹색, 어떤 것은 녹색으로 수확물이 모여들어 있었다. 창백한 하늘을 배경으로 키 큰 포플러가 어둡게 기대어 있었다. 석양에 과일나무가 반짝였다. 내가 파리 북역에 도착한 것은 늦은 저녁이었다. 작은 체구의 누더기 소년이 나의 머뭇거리는 기색을 보고는 '프랑스'에 대한 나의 지식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걸 의심이 여지 없이 감지하곤 가장 유능한 태도로 나이 말을 맡아 군중을 헤치며 나를 '택시 승강장'으로 안내하였다.


'Pour où, monsieur?' (어디로 가시는거요, 양반?) 그가 거칠게 물었다.

나는 호텔 이름만 알고 거리나 지구는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홈즈의 글이 적힌 소중한 쪽지를 그에게 보여주고는 더듬거리며 이름을 불렀다.


'Hôtel des Deux Mondes' (호텔 뒤에 몽데스)라고 그는 운전사에게 되풀이했고, 운전사는 낙담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여 나를 안심시켰다.


'Deux Mondes, bon. Montez, m'sieur!'(뒤에 몽데스, 네. 올라가쇼, 양반!)


'Merci, M'sieur!'(고마워요, 아저씨!) 꼬마가 내 여행 가방을 선반에 올려놓고는 서슴없이 손을 내밀며 귀엽게 말했다. 나는 동전 몇 개를 그 안에 올려두었고 곧 그 아이는 만족한 것 같았다. 나는 택시에 올라탔고 우리는 덜컹거리며 출발했다.


나는 전에 외국에서 혼자 여행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군인으로서 나는 물론 노련한 여행가였다. 그러나 군대 시절이나 그 후 홈즈와 함께 여행할 때도, 내가 외국 땅에서 나 자신을 돌볼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홈즈는 완벽한 프랑스어를 구사했다. - 소년 시절과 청소년 시절에 프랑스인 할머니와 함께 보낸 긴 휴가 덕분이었다. 나의 프랑스어는 겨우 그럭저럭 할 수 있는 정도였기 때문에 호텔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 누가 내 말을 잘 이해하기라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가스 불이 켜진 거리와 낯선 상점 앞, 털이 많은 차양과 어두운 창문을 바라보았다. 여기저기 식당이나 클럽에선 빛이 흘러나왔고, 나는 큰 갈리아인의 목소리와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놀랍게도 그 짧은 시간에 우리는 호텔에 다다르고 있었다. 현관에서 나오는 빛이 도로를 가득 채웠고, 내가 요금에 대해 운전사와 고통스러운 협상을 하는 동안 하인이 서둘러 나와 내 여행 가방을 가져갔다. 마침내 모든 것이 끝났을 때, 나는 그 남자를 따라 금박과 벨벳으로 호화롭게 장식된 붉은 카펫이 깔린 현관으로 들어가 책상으로 향했고, 마음속으로 내가 꺼낼 질문을 연습하면서도 눈부신 불빛 속에서 눈에 띄는 형체를 알아보았다.


첫 번째 대화는 아주 간단했다. 아니, 호텔에 머무는 셜록 홈즈 씨라는 이름의 영국인은 없었다. 그런 적도 없었다. 그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지도 않았다.


그게 전부였다. 내 심장은 내 신발까지 서서히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렇다면 누가 이런 걸 요청했던 걸까? 내가 하룻밤 묵을 방을 원하기라도 했던가? 내 친구는 어쩌면 내일 예고 없이 들이닥칠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내 이름을 말하곤 방을 잡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그대로 지쳐있었다. 데스크 직원은 자기 앞에 놓인 장부를 들춰보며 놀라움의 감탄사를 내뱉었다. 제 이름 말입니까? 존 왓슨 박사님. 런던에서요? 하지만 그래, 내 방문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그 방은 어제부터 날 위해 예약이 되어 있었다. 내 친구 무슈 시게르손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내가 이걸 몰랐으려고?


내가 정말 멍청해 보이기라도 했던 모양이다. 그 남자는 서툰 영어로 '시게르손 씨, 당신을 위해 방을 마련해주세요. 나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


"시게르손?" 나는 멍하니 그 이름을 되풀이했다.


"Mais oui, monsieur. Vous ne le connaissez pas ? Monsieur Sigerson ! De Norvège"

(그럼요, 선생님. 모르시나요? 시게르손 씨 말입니다. 노르웨이에서 오셨지요) 그가 덧붙였다.


노르웨이에서? 하지만 노르웨이 사람이라곤 한 명도 알지 못했다. 내가 아는 한, 홈즈도 마찬가지였다 - 그는 한 때 스칸디나비아 왕을 위해 사건을 맡은 적이 있었다. 그 어설픈 연결고리는 나로 하여금 더 이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재촉했다.


"아, 시게르손 씨!" 나는 마치 그 이름이 처음으로 나에게 등록된 것처럼 말했다. "아, 고마워요, 고마워요."


나는 어리둥절해하는 점원에게서 열쇠를 받아들곤 하인이 날 지정된 방으로 안내하도록 했다.


그곳은 매우 편안하고 또한 고급스러웠다. 그 즉시 비용이 걱정되기 시작했으나 현재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거의 없었다. 예약은 이미 이루어졌고, 아마도 내가 해야 할 일이라 봤자 기다리는 것 뿐이었을 것이다. 나는 시게르손 씨의 방이 어디인지 하인에게 물었다; 내 방에서 복도를 따라 문 두 개만 건너면 있노라 그가 대답해주었다. 그가 이미 안에 들어가 있을까? 나는 침착하게 물었다. 아니, 그는 보통 매우 늦은 시각에 돌아왔고 때로는 아예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노라 말했다.


과연, 그다운 행보라 생각했다.


나는 하인에게 팁을 주며 가벼운 다과를 가져다 달라 요청했다. 나는 멍하니 짐을 풀기 시작했고, 이따금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그곳에는 나무가 늘어선 넓은 대로가 내려다보였다. 가스등이 도로에 빛을 뿌리고 있었다. 그곳에는 작고 연철로 된 발코니가 만들어져 있었는데, 아마도 사람이 서 있을 수 있는 곳이라기보단 장식을 위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본능적인 체중 지지력을 시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차가운 저녁 식사가 내가 주문한 기억도 없는 와인 한 병과 함께 도착했다. 나는 많이 먹을 수도 없었다.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아픈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시게르손 씨가 언제 어떻게 나에게 그 모습을 드러낼지 궁금해했다. 그는 가명으로 사용된 홈즈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인가? 그는 예전엔 너무나 많은 가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 사람이어야 했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뿐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왜, 왜, 왜?'


밖을 서성거리고, 조금 먹고, 옷을 풀고,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나는 와인을 마셨다. 마침내 시계를 보내 새벽 3시였다. 몇 시간이라도 잠을 자려고 노력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었다.


나는 약 6시간 동안 잠을 잤고, 콘티넨털 익스프레스를 타고 노르웨이로 여행하는 꿈을 꿨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내가 어디에 있는지, 왜 있는지 기억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렇게 하자마자 서둘러 씻고 옷을 입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나는 그의 방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문은 닫혀있었고, 게다가 잠겨있었다.


리셉션 데스크에는 다른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나는 시게르손 씨가 어젯밤에 들어왔는지, 만약 그렇다면 이미 로비로 내려왔는지 물었다. 그렇다. 그 남자는 이른 시간에 돌아왔지만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친 뒤 한 시간 씀 전에 호텔을 나섰다고 대답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가 나에 대해선 물어본 것일까? 나는 내 이름을 말하며 물었다. 그렇다. 대답이 왔는데, 그는 내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내가 도착했다는 정보를 전달받았던 것이다.


나는 아침을 먹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 판단하고 샬레-아-망게로 향했다. 나는 창가 근처의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와 크루아상을 주문했다. 그것이 도착했을 때 나는 커피를 홀짝였지만 너무 초조한 바람에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그가 여기에 있었다. 그는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왜 나갔을까? 나를 피하고 있는 걸까? 그도 나처럼 긴장한 걸까? 나는 멍하니 방을 돌아다니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밖에는 쾌적한 정원과 포퓰러 나무가 늘어선 넓은 도로가 보였다. 가을 햇살이 짙은 나뭇잎을 물들였다. 나는 갑자기 바깥으로, 햇빛과 공기로 이끌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내 방에 돌아가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황급히 일어나 아침 식사를 식탁 위에 손대지도 않고 남겨둔 채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나는 호텔 부지로 걸어 나갔고 곧 거의 황량한 거리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는 그 길을 천천히 걸었고, 태양이 나무 사이 내 위로 움직일 때 깜박이는 빛과 그늘에 반쯤 넋을 잃기까지 했다. 내 앞에는 소음과 소란으로 가득 찬 대로가 보였다. 나는 계속 걷다가 도시에서 나 자신을 잃고, 어쩌면 강으로 걸어 내려가고, 경치를 감상하는 상상을 계속해댔다. 그러나 호텔을 떠난다는 생각에 불현듯 엄습한 공포가 나를 돌아서게 만들었다. 내가 발걸음을 되짚기 시작했을 때, 나는 어떤 형체가 나무들 중 하나에서 떨어져나와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검은 옷을 입은 키가 큰 인물. 나는 가던 길을 멈췄다. 나는 실크 햇, 프록코트, 장갑을 끼고 그 접근 방식을 확인했다. 모든 대사, 모든 움직임이 나에게 울부짖고 있었다.


그는 빛과 그늘을 뚫고, 나무들 사이로, 길을 따라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왔다. 나는 마치 자석에 붙은 것처럼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었고 사지가 떨리면서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햇빛과 그늘이 드리워진 창살 사이를 서성거리면서, 그는 한동안 전진하지도 후퇴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눈을 깜박여 그 환영을 떨쳐냈고, 그가 이제 그의 얼굴, 창백한 얼굴, 두건을 쓴 눈을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의 단단한 입가를 볼 수 있었다. 나는 그의 광대뼈 아래 움푹 들어간 곳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모자를 벗었다. 나는 그의 눈썹 주름과 검은 머리가 햇빛에 매끄럽게 발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거의 내게 다가왔다. 그는 내 앞에 섰다.


그가 내 어깨를 붙잡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만 쓰러졌을 것이다. 나는 피곤하고 하얗게 질린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맑은 회색 눈동자에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 주위와 그의 입 주위의 새로운 주름을 알아보았다. 움푹 들어간 뺨; 눈썹의 더 높은 확장. 나는 그의 손이 내 어깨에 닿는 것을 느꼈고,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차례로 잡았다.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르는 채, 나는 그를 내 쪽으로 끌어당겨 그의 입에 입맞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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