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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제 - 7

THE FINAL PROBLEM

by 김뇨롱

처음엔 병이 나아지자 안도감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놓아주는 것, 표류하는 것의 달콤함을 경험했다. 일상생활의 짐이 나의 어깨에서 벗겨져 다른 사람들의 발 앞에 내려졌다; 나와 함께 하는 것은 온전히 그들에게 달려있었다.


마리 또한 나중에 그녀 역시 안도했었노라 말했다; 나의 용감한 모습은 도리어 그녀를 걱정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병약한 남편을 돌보는 것을 기꺼이 짊어졌고, 몇몇 친구들이 도움과 지지를 베풀었다. 이소벨 포레스터가 헤이스팅스에서 올라왔고, 앤 다시가 자주 방문했다. 의식을 되찾을 때마다 시체 주위를 썩은 고기를 뜯는 까마귀처럼 내 침대 주위를 도는 여자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홈즈라면 얼마나 싫어했을지! 그건 생각만으로도 유쾌할 만큼 재미있었다. 베개 더미에 등을 기대고 웃느라 기운이 다 빠질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나의 정신 착란의 주된 주제는 바로 마이크로프트 홈즈와 모리아티에 대한 혼동이었다. 분명히 나는 듣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이크로프트가 범죄 계의 나폴레옹이며, 그가 그의 형제를 쫓다 죽게 만들었지만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말했던 것 같다.


모리아티 그 자신은 존경받는 의사의 모습으로 내게 나타났다. 그는 내 침대 곁에 앉아서 홈즈가 묘사한 대로 천천히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나는 소리쳤다. "당신은 어떻게 도망친 거요?" 그가 떠난 후, 나는 그들에게 그의 점잖은 외모에 속지 말라며 경고했다. 나는 그가 사회의 기둥인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의 절반은 악으로 가득 차 있으며 런던 시에서 발견되지 않은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누가 그런 자냐고 물었다. 나는 대체 누구에게 말하고 있었던 것일까? 마이크로프트 홈즈라고, 내가 대답했다. 마이크로프트 홈즈라고.


물론 홈즈는 끝없이 찾아왔다. 메리와 그녀의 친구들만 내 말을 들을 수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결국 나는 차도를 보였고, 회복을 위해 헤이스팅스로 옮겨졌다. 다시 5월이 돌아왔다. 나는 온화한 날에는 바닷가에 앉아 있었다. 나는 수산 시장의 번잡함과 혼란에 관심이 있었다. 때때로 나는 메리와 이소벨과 함께 마을에서 언덕을 올라 오래된 성의 그늘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 천천히 걸었다. 그것은 아름다웠고, 거의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내게 힘을 주는 것이었다. 어느 날, 어린 발렌타인이 집에 놀러 왔다. 나는 그의 순수함과 신선함에 감동했다. 그는 나에게 바이올린을 연주해주었고, 나는 항상 내 곁에 가지고 다니던 홈즈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보여주었다. 그는 가방에서 그것을 꺼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건하게 들어보았다. 그는 그것을 연주하려 시도하지는 않을 만큼 조심스러웠고, 나는 그의 세심함이 만족스러웠다. 그는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일깨웠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삶에 대한 것은 아니었으며 그저 그것이 계속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점이었다. 런던으로 돌아왔을 때쯤, 나는 다시 수련의 일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또 한 해가 천천히 지나갔다. 스트랜드는 마이크로프트가 예측했던 대로, 나의 문학 에이전트인 코난 도일 박사를 통해 다시 내게 접근했다. 이번에는 내 친구의 마지막 사례에 대한 기사를 쓰기로 동의했다. 나는 그것을 '마지막 문제의 모험'이라고 불렀는데, 그것이 언급하고 있는 문제의 진정한 본질을 아무도 추측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리아티의 형인 제임스 모리아티 대령은 자신의 동생에 대한 명예가 재판에서 비방되고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언론에 편지를 써서 동생의 기억을 변호해왔다. 그는 홈즈가 희생자를 연기하며 고의로 자신의 동생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난했다. 이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스트랜드가 나를 초대했다. 나는 문제를 바로잡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내 이야기가 대중에 공개된 후, 제임스 모리아티 대령은 더 이상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도일과의 만남은 나를 처음으로 나의 오랜 단골 중 하나인 카페 로열의 도미노 룸으로 데려다주었다. 초록색 여닫이문을 통해 다시 한번 들어서서, 길고 금박을 입힌 거울과 포도나무 잎사귀로 장식된 푸른 기둥 너머 거울에 비친 내 자신의 모습을 보며 걸을 때에 나는 내가 준비하지 않았던 실향감, 소외감을 경험했다.


공기는 시가와 터키담배의 연기로 무거웠고, 대리석으로 덮인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은 교활하고 허영심이 많았다. 그런 환경에서 더 이상 집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 척조차도 할 수가 없어졌다.


코난 도일 박사는 현명하고 친절했다. 그는 솔직하게 '더 스트랜드'가 요구한 것과 같은 이야기를 출판할 수 있을 것 같은지 내게 물었고, 나는 그 상황에서는 내가 뭔가를 쓰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내가 준비한 원고를 보여주었고, 그는 그 원고를 다 읽고 난 뒤 말해주겠노라 말했다. 그는 나를 예리하게 바라보았는데 곧 그가 내가 무분별한 글을 쓰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매우 꼼꼼한 편집자였고, 비록 그 문제를 공공연하게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홈즈에 대한 나의 감정을 꽤 잘 알고 있을 만큼 통찰력이 있었다. 나는 그의 태도가 동정심의 태도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가 입을 열어 그렇게 말했더라면 나는 그걸 부인했을 터였다. 그는 판단보다도 의학적으로 입장을 취해왔었다.


나는 그가 주문한 훌륭한 본을 한 모금 마시고 주변에 시선을 던졌다. 나는 홈즈와 함께 이곳에 온 적이 없었다. 그는 그 장소를 피했었다 - 아마도,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곳을 방문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이제 나는 다른 손님들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그들 중 몇몇은 알아볼 수 있기에 소외감은 더욱 커졌다. 그들은 모두 행복했고, 근심 걱정도 없었다.


클리블랜드 가의 폐쇄를 둘러싼 스캔들은 가라앉았고, 나의 설득에 공감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미 2년이 지난 일임에도 그보다 훨씬 더 뚜렷한 자신감이 자리 잡은 듯했다. 몇몇 젊은이들은 초록색 카네이션을 달고 있었다. 그 패션은 분명히 유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첫 여름을 즐기는 어린 묘목처럼 우아하고 나른해 보였다. 날이 짧아지고 공기가 차가워지는 와중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웃어댔다. 그에 비해 나는 너무도 늙고, 너무도 상처받은 것 같았다.


특히 두 명의 젊은이가 내 관심을 끌었다. 그들은 아마도 2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 한 명은 잘 생겼고, 다른 한 명은 어두운 분위기를 풍겼지만 분명 둘 다 아름다웠다. 그들은 샴페인과 담배를 마시며 활기차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금발의 청년은 머리를 한쪽으로 살짝 기울인 채 유리잔 줄기를 가지고 놀았다. 그의 어두운 친구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단호하게 말했고, 그의 간절한 얼굴이 그의 옆에 자리한 거울에 그대로 비쳤다.


약 15년 전, 나는 생각했다. 만약 우리가 그때 서로를 알았더라면, 내가 부유했고 그가 다치지 않았더라면 - 우리가, 우리도 그랬을까?


그들은 즐거운 웃음을 연신 터뜨렸고, 그들의 눈길은 서로 부딪히기 일쑤였다. 어두운 청년은 손을 뻗어 다른 청년의 손을 가볍게 만졌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와인을 다 마시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도일을 향해 떠날 시간임을 알렸다. 이 불쌍한 친구는 그것을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받아들였다. 도미노 룸은 그에게 익숙한 환경이 아니었다. 아마 다른 때였다면 그 사실은 오히려 날 즐겁게 했을 것이다.


거리로 나왔을 때, 우리는 가벼운 맞춤 양복에 헐렁한 매듭이 있는 넥타이를 메고 밀짚모자를 쓴 채 금빛 머리를 짚고 있는 또 다른 황금빛 청년을 만났다. 그는 21세를 넘기지 않은 것으로 보였지만 특권층의 배경을 나타내는 확신에 찬 태도로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보기 위해 돌아섰지만 그는 차갑게 시선을 돌려 스윙 도어를 통해 사라졌다.


"제 생각엔 알프레드 더글러스 경 같군요." 도일이 내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이게 그가 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었다.


그들에게 경고해야겠다고 난 생각했고, 이륜마차는 재빠르게 나를 패딩턴으로 데려다주었다. 나는 그들에게 그들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도록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 경고해야 했다. 내가 고난을 겪은 것처럼 그들도 언젠가 고난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젊은이들도, 아름다운 사람들도, 심지어 부유한 사람들도. 이 세계의 마이크로프트가 그것을 확신할 것이라고.


도미노 룸을 잠깐 방문한 것 외에, 나는 예전에 자주 들렀던 곳을 다시 찾거나 예전의 동료들에게 연락을 취하려는 시도를 하지는 않았다. 내가 아플 때 굳이 나를 돌봐준 친구는 몇 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마흔 살의 나이에 나는 고맙게도 중년이 되었지만, 너무 지쳐서 젊은이들에게 몰아치는 종류의 폭풍우를 똑같이 견뎌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홈즈가 조용히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느꼈다. 헌신적인 홀아비처럼, 나는 독신 생활을 하겠노라 스스로 서약했다.


나는 두 번이나 베이커 가를 걸으며 우리의 낡은 창문을 올려다보곤 텅 비고 버려진 슬픔에 잠긴 방의 풍경을 상상하곤 했다. 나는 차마 계단을 올라가 종을 울려볼 수는 없었다.


나는 은퇴 생활에 너무도 몰두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메리가 얼마나 아파 보이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마침내 그것을 인식했을 때 나의 첫 반응은 나 자신과 그녀 모두에 대한 짜증이었다.


"왜 몸이 안 좋다고 말하지 않은 거요?" 나는 처음으로 그녀의 창백하고 야윈 몸매, 긴장에 찬 투명한 얼굴, 눈 주위의 그림자와 잔주름을 보곤 화가 나서 물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납득할 수 없다는 웃음을 지었다.


"걱정할 거 없어요, 존 가슴에 미미한 통증이 있을 뿐이에요. 엔스트루더 박사는 휴식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 말했고, 그래서 지금 휴식을 취하고 있는걸요. 내가 요즘 평소보다 더 게을러진 걸 눈치채지 못한 건가요?"


그녀는 안락의자에 나른하게 등을 기댄 채 발판에 발을 꼬고 앉아 게으른 부자의 태도를 흉내 내려 애썼다. 나는 의자 팔걸이를 붙잡았다.


"앤스트루더? 내가 모르는 사이 그자를 보러 갔단 말이요? 세상에, 마리아. 왜 나에게 오지 않았던 거요?"


내 목소리는 격앙되어 곡조가 올라갔고 메리는 계속해서 상황을 가볍게만 여겼다.


"글쎄요, 저는 공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의사의 아내들은 보통 남편의 의견에 별로 신경 쓰지 않잖아요, 당신도 알다시피..."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나는 쏘아붙였고, 그녀는 미안하다는 듯이 눈을 내렸다.


"미안해요, 존. 사실 나는 당신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당신은 아직 건강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거든요. 내 헤이스팅스 회복 기간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당신이 동행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아요."


남부 해안의 또 다른 봄에 대한 생각이 내 마음을 끌었지만, 그녀가 포레스터 부인을 혼자 방문하게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나에게 경고를 하였다.


"다녀오시오." 나는 말했다. "가서 이소벨과 함께 회복하시오. 충분한 휴식과 신선한 공기도 마셔야 할거요. 제발, 메리..." 나는 쑥스러워하며 덧붙였다. "감히 죽어서 나를 버리지는 마시오! 나는 그건 절대로 용납 못하오. 알아듣겠소?"


"같은 부부로서 어쩜 이렇게 동정심이 없을 수 있는 건지! 모든 환자들에게 그런 어조를 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내 머리를 쓰다듬곤 나를 지나쳐 방에서 나갔다.


그녀가 헤이스팅스에서 돌아온 지 몇 주 뒤 그녀가 결국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그녀의 유품과 재산에 대한 모든 권리를 이소벨 포레스터에게 넘겼다. 나는 변호사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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