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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제 - 6

THE FINAL PROBLEM

by 김뇨롱


잠에서 깨었을 땐 늦은 아침이었다. 마치 인간의 마음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틀려버린 기분이 드는 각성이었다. 내 주변에는 햇빛과 함께 새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고 열린 창가 근처에는 빈 의자가 놓여있었다. 슈타일러 씨가 스위스 의사와 함께 찾아와 내게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일종의 전문가들이 동틀 녘에 폭포에 가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두 사람 사이의 개인적인 다툼이 서로의 팔에 갇힌 채 휘청거리며 심연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시체를 수습하려는 모든 시도가 가망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였지만 결국 그 수습을 위해 탐사대가 파견되었다. 그들의 보고서가 돌아왔을 때엔, 예상대로 부정적인 답변 뿐이었다. 나에게 그 치명적인 편지를 가져다준 소년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마치 허공으로 사라진 것만 같았다. 그는 분명히 모리아티의 급료를 받고 있을 터였다. 슈타일러 씨에 따르면 '키 큰 영국인'과 함께 호텔에 도착했다던 두 동료의 흔적도 마찬가지로 발견되지 않았다.




슈타일러 씨는 매우 친절했다. 내가 그를 떠날 때 즈음엔 내가 충격을 받아 그에게 소리를 질렀던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는 로젠라우이에서 우리의 짐을 돌려받아 영국으로 돌아가도록 마련해주었다. 그는 내가 필요한 전보를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였다. 그는 스위스 경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굴면서 날 너무 오래도록 취조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모리아티와 그의 일당들은 내가 좀 더 이성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할 만큼 슈타일러 씨에게 무척이나 순진한 질문만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 해의 방문객 수라던가 그들이 보통 얼마나 머물렀는지, 무엇이 그들을 마이링겐으로 데려왔는지 등에 대한 것들이었다. 슈타일러 씨는 늘 그랬듯이 자랑스럽게 폭포를 언급하면서, 어제까지만 해도 두 명의 영국인에게 로젠라우이로 가는 길에 폭포를 보라 충고했고 그들이 지금 그의 충고를 받아들이기고 있다고 덧붙였단다. 이 과정에서 그가 의심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었다. 잠시 후 떠날 수 있게 되었을 때에 난 그에게 감동 섞인 작별 인사를 건넸다.




런던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날 두려움에 아프게 만들었다.




영국으로 돌아온 첫 6개월은 여전히 안개에 싸여있는 것만 같았다. 어떤 일련의 사건들이 내 기억 속에서 잔인하게 번쩍이듯 불타올랐지만, 상식적으로 그 사건들이 일어났음에 틀림없다고 말할만한 순서를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나중에 마리아가 내게 말해준 어떤 것들은 아예 전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충격이 인간의 신체적, 정서적 이상에 미치는 영향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물론 항상 추가적인 타격, 마지막 카드가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내 이야기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빅토리아 역에 도착한 것도, 메리가 거기서 나를 만났던 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패딩턴에 있는 우리 집에 도착했을 때 완전히 혼란스러워했던 것 만큼은 기억한다. 나는 왠지 우리가 베이커 가에 간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신문에서 로이터 특파원의 속보를 읽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메리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왜 기사에서는 이 일이 불과 나흘 전에 일어났다고 하는 거지? 어떻게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영국에 소식이 전해질 수 있었을까?” 나는 메리가 그때 아주 친절했다는 것도 기억난다.




모리아티 일당에 대한 재판은 길었고, 신문들은 그 내용으로 가득 찼다. 물론 모든 증거는 홈즈에 의해 축적된 것이었고 그의 이름은 모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때때로 나는 그가 누구인지, 논평가들이 썼던 이 죽은 천재, 서른일곱 살의 나이에 그토록 비극적으로 생애를 마감한 이 뛰어난 탐정이 누구인지를 궁금해했다; 나는 그들이 추도사를 보내는 것이 다른 누군가일 거라 확신했다. 그 사람이란 내가 한 번도 알지 못했으며 사랑한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분명히 나는 재판의 모든 회기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메리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나는 한 두차례밖에 참석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내가 공개 갤러리에 앉아 있을 때 나를 알아보기라도 한 듯 속삭이는 낯선 소리가 들려왔고, 그 중 몇 사람이 내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나는 그들을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는 새 그들로부터 내 이름이 언급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증인석에 소환될 준비를 했는데, 그 재판이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아 보여 깜짝 놀랐다. 그것은 모리아티 교수와도 거의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의 이름이 거의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모든 절차가 완전히 다른 부류의 사람들과 관련되어있다는 나의 의심을 확인시켜 주었고, 그와 관련하여 언급되고 있는 셜록 홈즈씨는 전혀 나의 홈즈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모든 이름을 알아볼 수 있었고 홈즈가 주모자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 말할 수 있는 한두 명은 그들 중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나를 베이커 가로 불러냈다.




내가 런던으로 돌아온 이래로 그 곳 근처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영국을 떠나던 날 아침에 그가 변장을 하고 나를 집에서 빅토리아 역까지 태워다 주었다는 사실을 제쳐두고서라도, 나는 홈즈의 형을 단 한 번 만났을 뿐이었다. 나는 그 만남을 '그리스어 통역관'사건에 대한 나의 설명에 기록으로 남겨두었다. 그 당시, 같은 도시에 살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두 형제가 거의 만나본 적 없다는 사실에 얼마나 놀랐는지도 기억한다. 내 불쌍한 형과 내가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떠올리면 더욱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디오게네스 클럽의 기괴한 환경에서 그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그들의 친밀감이 부족하다는 사실에는 덜 당황했었다. 둘 다 괴짜였고, 그들은 혐오감에 가까운 의심의 눈초리로 서로를 바라보곤 했었다. 그들의 목표, 인생의 우선순위는 거의 정반대였지만 그들은 같은 예리한 지성, 같은 세밀한 관찰력과 번개 같은 추론 능력을 공유했다. 그때 그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의 신체적 유사점과 차이점을 관찰하는 것이 즐거웠다; 마이크로프트, 공무원, 뚱뚱하고, 앉아서 지내고, 자기만족에 빠진다. 자문 탐정인 셜록은 야위고, 매사에 열심이며 대부분의 일은 불만족스러워했다.




우리 서로의 사별의 여파로 나와 마이크로프트 홈즈 사이에는 전보와 두 통의 편지가 오갔다; 마이링겐에서 그에게 보낸 나의 전보와 그가 나에게 보낸 편지는 그의 형이 실제로 그가 영국을 떠나기까지의 사건들을 그에게 계속 알려주었고, 그의 재산 증서를 그의 손에 맡겼다는 것까지 확인시켜주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나의 짧은 감사를 여기 표한다. 나는 그 남자가 혐오스러웠다. 그는 편지에서 가장 짧은 애도를 표했고, '셜록은 조국을 위해, 그리고 법과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죽었다.'는 사실로부터 위안을 얻어달라며 내게 간곡히 부탁했다. 그가, 내가 아닌 그가 베이커 가와 아직도 흩어져있는 우리의 옛집의 소지품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내겐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단지, 홈즈가 나보다 그에게 그 책임을 맡기는 것이 친절한 일이라 여겼다고 추측할 수 밖에는 없었다. 어쩌면 그는 나 역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여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는 단순히 친구에 불과한 사람이 아니라 친척에게 관습적인 증언을 하는 것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나는 마치 근본적인 코드라도 해독하려는 듯이 마이크로프트의 전보를 다시 읽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을 소모했다.




"존, 무슨 일이에요?" 메리가 아침 식탁 건너편에서 걱정스럽게 물었고, 나는 조용히 그것을 메리에게 건네주었다. 그녀가 그것을 소리 내 읽었을 때에는 무척 간단한 내용처럼 들렸다.




오늘 오후 3시에 베이커 가에서 저를 만나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당신과 논의하고 싶은 지침이 있습니다.




마이크로프트 홈즈




"내가 같이 가줄까요?" 메리가 말했다. 그러나 나는 거절했고 마이크로프트에게 약속된 대로 그곳에 가겠노라 전보를 쳤다. 메리는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배웅해주었다. 그녀는 내가 베이커 가와 허드슨 부인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마이크로프트가 다른 곳에서 만나자고 제안할 만큼 섬세하지 못한 것에 화가 나 있었다.




그것은 전과, 정확히 똑같았다. 베이커 가의 노란 외관은 오후의 햇살에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 발은 두 번째 층계참에서 약간 움푹 들어간 곳에 편안하게 맞아들어갔다. 내가 벨을 울렸을 때 들리는 종소리는 너무나 익숙해서 난 그게 소리를 낸 것 자체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였다.




"오, 왓슨 박사님!" 허드슨 부인은 감정이 북받쳐 오른 모습이었다. 나는 의연한 태도로 위로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을 꽤 잘 수행했다. 부엌에서 빵 굽는 냄새가 풍기고 있었고, 한 줄기 햇살이 층계참의 낡은 부분을 골라내고 있었다. 나는 눈을 들어 위로 올라갈 준비를 했다. "홈즈 씨가 박사님을 기다리고 계세요." 허드슨 부인은 코를 킁킁 거리더니 황급히 정정했다. "마이크로프트 홈즈 씨요."




내 얼굴에 떠오른 놀라움은 마치 원래의 말이 아니라 정정이 충격을 일으킨 것처럼 지연되었다. 나는 떨리는 다리로 비틀거리며 계단을 올랐다.




그것은 전과 정확히 똑같았다. 구석구석에 종이와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화학 장치는 석탄 더미 위에 받쳐져 있었다. 벽난로 선반에는 펜, 담배 끝, 피펫, 주사기, 작은 나무 상자, 망가진 종잇조각이 모여있었다. 미납된 지폐는 여전히 중앙에 있는 잭나이프에 찔린 채 매달려 있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내 낡은 안락의자에 기대어 케이스 속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다른 쪽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그가 일어섰고 내가 그를 향해 움직이지 않은 채 멍하니 서서 내 시선이 방 안을 돌아다니는 것을 알아채자 그가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왓슨 박사님." 그가 말했다. "부디 앉으시지요." 나는 기계적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그것은 내가 다른 곳에서 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바다표범의 넓고 납작한 지느러미를 연상케 했다. 나는 그의 거대하고 보기 흉한 몸매, 네모난 목과 살찐 턱, 놀라울 정도로 작은 입을 보았다. 나는 그와 눈을 마주치고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 눈동자들은 그의 것보다 더 밝고 물기가 많은 회색이었지만, 닮은 것 만큼은 분명했다. 그들은 그가 깊이 집중했을 때 흔히 보였던 내성적인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눈썹의 선과 관자놀이는 완벽히 똑같았다.




마이크로프트는 나를 의자로 인도하며 손짓하고는, 부주의하게 소파에 놓아둔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어냈다.




"그건 꽤 값어치가 나가는 물건 같군요." 그는 내 시선이 그곳에 고정되어있는 것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 다시 앉아 나에게 담배를 권했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고, 연기를 빨아들이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나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당신은 아직 이 방을 치워선 안 됩니다." 내가 말했다.




마이크로프트가 툴툴댔다. "흠, 과연, 이래서 제가 박사에게 전보를 보냈던 겁니다. 전 제 동생의 재산에 관한 지시가 무엇인지를 먼저 당신에게 알려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지요. 아마 그것들을... 평범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원래부터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으니 말이지요. 당신도 잘 알겠지만요, 박사." 그는 의심스러운 기색을 띠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저 침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몸이 안 좋으신가요, 왓슨 박사님?" 그는 아무런 설명 없이 화제를 바꾸며 부드럽게 물었다.




"왜요, 아뇨. 그렇지 않아요 - " 내가 말했다. "그 정도까진 아니에요, 예상했던 것 이상은 -" 나는 거의 말할 뻔했지만 그러지 않는 것이 좋다는 걸 깨달았다.




"피곤하고 지쳐 보이는군요." 마이크로프트는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 "재판을 지켜보고 계십니까?"




"그렇습니다."




"박사님이 보시기엔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는 나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글쎄요, 저는 -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 동생의 증거 말이지요 -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겠지요?" 내 목소리에 담긴 의문의 어조는 재판의 진행 과정에 대한 나의 이해가 실제로 가장 미약하다는 것을 배반했다. 마이크로프트는 만족한 듯 고개를 두 번 끄덕인 뒤 끙끙댔다.




"당신이 다시 의사 업무를 재개하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그의 다음 말이었다.




"네, 가끔요." 이것은 사실이었다. 메리는 그렇게 하도록 나를 격려했고, 나는 꽤 유능한 것 같았다.




"훌륭합니다."




나는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거의 같은 방식으로 두 손을 모았다. 그러나 그의 손가락은 길지도, 섬세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당신은, 내가 알기로는, 마침내 당신의 의사로서의 경력에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더욱 놀랐다. 내 커리어는 내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당신은 스트랜드 잡지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그는 참을성 있게 말했다.




그가 그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희미하게 그 생각이 떠올랐다. 그들은 실제로 그 비극에 대한 나의 설명을 듣기 위해 나에게 접근했다. 메리는 그들에게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저는... 네, 그들은 저에게 뭐라도 써달라고 요청했지요." 나는 말했다. "하지만 정말로, 그건 너무 이릅니다 - 저는 도저히 할 수 없어 - "




"글쎄요. 어쩌면 당신 말이 옳을지도 모르죠. 특히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들은 아마 당신에게 다시 접근할 것입니다. 나는 그것에 어떤 위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중은 알고 싶어 할 테니까요."




그는 나더러 자기 동생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써 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일까?




"저는... 정말 제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내가 말했다.




"글쎄요, 시간을 좀 주시지요. 제가 말했듯이 어떤 위해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게 전부일 것 같아요. 안 그렇습니까? 다른 경우를 가져오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나는 당신이 많은 메모를 했으리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결국 이거였다. 어떻게 그가, 어떻게 그가 내게 내 친구의 기억 위에 문학적 경력을 쌓을 계획이라고 상상할 수 있었을까?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더 이상 사례를 발표할 생각은 없습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마이크로프트는 끙끙거리며 재떨이에 있는 담배를 쪼갰다. 화가 난 몸짓으로 나도 똑같이 했다.




"저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셨던 겁니까, 마이크로프트 홈즈 씨?"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아니면 회고록을 혼자 간직하기 위해 저를 이곳에 초대한 건가요?"




그는 단조롭고, 매끄럽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작은 입은 꽉 다물었고 그는 두 손을 등 뒤로 꽉 쥔 채 창가를 향해 무겁게 걸어갔다. 나는 익숙한 햇빛을 배경으로 윤곽을 드러낸 그의 거대한 몸을 지켜보며 그의 눈에서 슬픔을 읽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동생의 죽음은 그의 유산을 처분하는 문제를 제시한 것 외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그를 거의 알지 못했다. 그는 그를 전혀 알지 못했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자 나는 눈을 깜빡이면서 낡고 익숙한 물건들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나는 마이크로프트가 앉아있던 의자 옆에 놓여있는 종이 뭉치의 맨 위 종이에 홈즈의 단정한 손글씨를 볼 수 있었다. 갑자기 나는 그가 내 사랑하는 친구의 소유물을 처분하는 것은 고사하고 다루기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만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가?




나는 재빨리 일어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집어 들었다. 나는 그것을 가지고 의자로 돌아와 케이스를 열었다. 매끄럽고 광택이 나는 나무, 뺨이 닿은 흑단의 턱받침, 가느다란 활, 길고 예민한 손가락을 잡고 있던 말총의 느슨함이 거기에 놓여 있었다. 활의 홀은 부드러운 천에서 풀어낸 수지에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그는 호박 속에 그 흠을 만들었다. 나는 황급히 뚜껑을 닫았다. 마이크로프트의 시선이 나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제 동생의 지시는 그 주제에서 벗어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듯이, 그의 방은 손대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그의 소유물은 옮겨서는 안 된다. 나는 허드슨 부인과 함께 모든 것을 준비했습니다. 그녀는 평소 집세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불평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는 내 얼굴을 지켜보았다. 나의 놀라움은 그를 만족시키는 것 같았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우리는 셜록이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데 동의했지요." 그가 말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걸까?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 방들을 보관해야 하는가? 그것은 어떤 목적을 이룰 수 있겠는가? 왜, 왜 홈즈는 이 일에 대해 나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았을까?




"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왓슨 박사. 그것은 대단한 수수께끼가 아니니까요. 셜록은 자기 방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내가 확인해주길 바랐던 것 뿐입니다."




"아니, 도대체 왜 그런 겁니까?"




마이크로프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그의 변덕 중 하나일 뿐이겠지요. 그가 변덕스러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박사?"




나는 잠시 침묵했다.




"이건 무의미한 짓입니다." 나는 마침내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그건 그의 소원이었고, 전 당신이 이걸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혹시라도 다른 지역에서 알게 되어 내가 유언 집행자로서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무릎 위에 놓인 바이올린 케이스를 꼭 쥐었다.




"원하신다면 가져가셔도 됩니다." 마이크로프트가 말했다. "그는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져가도 좋다고 말했어요."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선택은 당신에게 맡겼다고 말하더군요. 당신이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고."




내 시선은 다시 방 안을 돌아다녔다. 이번에 나는 먼지가 종이와 표면 위에 쌓여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단지 얇은 층일 뿐이며 며칠에 걸쳐 쌓인 것을 알아차렸다. 찬장에 있는 브랜디 술병이 반쯤 차 있다는 것도.




"청구서는 모두 지불되었습니다." 마이크로프트가 잭나이프에 시선을 고정하며 말했다.




기괴하고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 뒤에 어떤 목적도 없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지시를 적어둔 서류를 볼 수 있을까요?" 나는 물었다.




"죄송합니다만, 왓슨 박사님." 마이크로프트는 창가를 가로질러 걸어가더니 다시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팔꿈치를 무릎에 대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




"왜 안되는 겁니까?"




"왜냐하면 그것들은 기밀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은 오직 나에게, 그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나에게만 보내지는 것이죠."




나는 그와 시선을 맞췄다. 그러나 당신은 그를 알지도 못했고 그를 돌보지도 않았다. 당신은 나처럼 그를 사랑한 적도 없다. 그 말은 내 입술에서 말없이 사라졌다. 나는 그 말들의 피를 맛보고 있었다.




차분하고 물 같은 시선이 내게 머물렀다.




"나는 당신이 그의 절친한 친구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유언장을 볼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형제로서, 그의 지시가 글자 그대로 이행되도록 감독하는 것이 나의 의무입니다. 당신이 그것들을 놀랍게 여긴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사실 당신은 그것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분명 어떤 목적이 있을 겁니다. 나는 나보다 그를 더 잘 알았습니다. 그는 결코 단순한 감상에서 그런 조건을 만들지는 않았을 겁니다."




내 목소리가 목구멍에서 삐걱거렸다. 마이크로프트의 창백한 눈에 불쾌한 표정이 스며들었다.




"왓슨 박사님, 제가 박사님이라면 아주 조심할 것 같습니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셜록과의 친밀감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에 대해서요. 당신의 습관은 내가 모르는 것이 아니며, 당신이 내 동생을 따라 건너간 환경도 그에 비롯된 것일테지요. 당신과 당신의 무분별한 행동이 아니었다면 그는 결코 자신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았을 것임을 기억해주십시오. 나는 당신이 그에게 가한 다른 해악에 중상을 더했다며 당신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창가에서 태양이 어두워지는 게 느껴졌다. 우리 사이의 침묵이 더 커지더니 이내 방안을 가득 메웠다. 마이크로프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통통하고 하얀 손을 내밀었다.




"와주셔서 반가웠습니다, 왓슨 박사님. 지침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고, 그에 따라 바이올린을 보관해주시면 기쁠 것 같습니다."




천천히, 떨리면서도 나는 그가 내민 지느러미 같은 손을 무시하고 일어섰다. 나는 뭔가를 중얼거렸다. - 나는 그 무엇도 기억할 수 없었다 - 그리고는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마치 어린아이처럼 안고 방을 떠나왔다.




나는 허둥지둥 계단을 내려갔다. 허드슨 부인은 바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이크로프트 홈즈씨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셨나요, 박사님? 유언장에 대해서는요?"




"네." 나는 속삭였다.




"그렇다면 박사님은 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나요?"




"아주요."




하지만 그렇게 보자면 홈즈 씨는 항상 이상했어요, 그렇죠? 왓슨 박사님, 저로선 그 생각이 마음에 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글쎄요, 유언도 있고 재산도 있잖아요. 그 돈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겠지요. 그런데요..." 그녀의 목소리는 속삭임으로 가라앉았고 그녀는 은밀히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마이크로프트 홈즈 씨가 이 방들에 대한 나름의 계획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 말은, 이렇게 텅 빈 채로 서 둔다고 누구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허드슨 부인. 당신이 말했듯이 모든 것이 매우 이상하고 매우 속상합니다. 하지만 그건 제가 상관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마이크로프트 홈즈는 그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니까요."




그녀는 나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고 나는 햇빛 속으로 나아갔다. 그녀는 나에게 애정이 어린 작별 인사를 건네며 마이크로프트 홈즈든 아니든 내가 원할 때마다 방을 보러 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분명히 내가 괴로워하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며, 그녀의 동정심은 내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은 게 분명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황스럽지 않나요, 왓슨 박사님? 뭔가 끝나지 않은 느낌이 들어요. 마치 그가 잠깐 밖으로 나갔다가 내키면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을 것처럼요."




나는 마차를 불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이런 일이 우리 중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야 한다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다만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 뿐이다. 어리석은 일이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말이다. 나는 메리에게 이걸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또한 마이크로프트가 말한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니었다면 그의 동생은 결코 영국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후 이틀 동안 나는 차분하고 한결같은 태도로 메리와 나 자신을 놀라게 했다.




나는 꼼꼼하게 일을 해냈고 격렬한 쇼크가 신경계에 미치는 마취 효과에 냉정하게 주목했다. 사흘째 되던 날, 나는 쓰러졌고 지리멸렬하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열병이었다. 나는 어두운 방에 갇혀 지내느라 여러 달 동안 집 밖으로 발을 내딛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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