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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제 - 4

THE FINAL PROBLEM

by 김뇨롱

다음 날 아침, 나는 나른하고 멍한 상태였으며 홈즈는 말없이 움츠러들어 있었다. 우리 둘 다 전날 밤의 대화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참회하는 간절한 태도로 내가 한 말에 대해 미안하다는 것을 전하려 했지만, 그는 화가 나 있어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가 코트의 안쪽 오목한 부분으로 손을 넣어 모로코 케이스와 코카인 병을 꺼내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는 솜씨 좋게 왼쪽 소매를 뒤로 젖혔고, 나는 그의 팔의 하얀 피부에 남겨진 찔린 듯한 흉터 자국을 보았다. 나는 그가 얼마나 많은 코카인을 가지고 왔는지, 그리고 코카인이 떨어졌을 때 우리가 마약상과 거리가 멀었다면 그가 어떻게 했을지 내심 궁금했다.


그 날 우리는 겜미 패스를 건너면서 가이드가 필요해졌는데, 그 가이드의 존재 때문에 내가 홈즈에게 사과하거나 홈즈가 배신당한 분개심에 대해 더 질문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그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면서 좁은 길을 따라 한 줄로 걸어 나갔다. 우리의 오른편에는 이끼가 낀 회녹색의 가파르고 위험한 산이 있었고, 짧고 촘촘히 난 풀밭이 있었으며 작은 별과 같은 모양새의 꽃이 흩뿌려져 있는 발가벗은 바위 조각이 번쩍이고 있었다. 우리의 왼편으로는 우울한 다우벤제의 푸른 바다로 가는 가파른 절벽이 있었다. 태양은 희미하게 빛났고 공기는 차가웠다. 나는 그 길에 시선을 고정한 채 우리가 나눈 분노에 찬 대화와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마음속으로 되새겼다.


분명 홈즈는 그 자신이 혼란스럽고 방어적이며 냉담했던 바로 그 영역에서 자신의 엄격한 기준을 나에게 적용하고 있었는데, 이는 분명 잔인하고 미친 짓이었다. 어떻게 그 자신이 금욕을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나 또한 스스로 금욕하며 살기를 바랄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내가 그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게 한 건 바로 그의 결정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관점에서는 상황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추측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나를 규율이 없고, 방종하며, 우정의 끈보다 육체의 쾌락을 우선시하고 내가 무모한 쾌락주의의 삶을 추구하는 동안 혼자 대처하도록 내버려 두었다고 보았는데, 이 모든 것은 그가 나에게 단 한 가지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불쾌한 생각이었고 그게 대체 무엇인지를 추리하려 노력했지만 이미 그 자체로 뿌리를 내린 뒤라 나는 그것을 제거할 수 없었다.


갑자기 우리 위에서 큰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났고, 우리 셋은 본능적으로 오른편 산등성이에서 떨어져 나오는 큰 바위를 피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것은 쨍그랑 소리를 내며 그대로 우리 뒤에 있는 호수 속으로 돌진했다. 순식간에 홈즈는 산등성이로 뛰어올라 높은 산봉우리 위에 서서는 사방을 살펴보듯 목을 길게 빼냈다. 우리의 가이드가 봄철에 그 장소에서 낙석이 발생하는 게 흔한 일이라며 아무리 안심시켜도 그건 헛된 일일 뿐이었다. 그는 비탈을 내려오더니 마치 이것이 그의 가장 어두운 기대의 성취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 느리고 음울한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나는 불안한 눈으로 산등성이를 살폈지만 아무것도 발견해낼 수 없었다. 대체 뭘 믿어야 할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가이드는 끈질긴데다 홈즈는 의심할 여지 없이 편집증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 만약 모리아티가 정말로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다면, 지금쯤 우리를 따라잡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홈즈에게 돌아서서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재빨리 고개를 저어 나를 침묵시켰고, 우리는 그대로 여행을 계속했다.


그것은 자부심과 겸손의 치명적인 혼합이었기 때문에 나는 우리의 주장을 다시 언급할 수도 없었다. 나는 그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고 그 문제에 대해 내 마음이 더 명확해질 때까지 어떤 사과나 약속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한 편 홈즈는 평정심을 되찾은 듯 보였지만, 그는 모리아티에 대해 말만 줄었을 뿐 더 많이 생각에 잠기는 것 같았다. 그의 말과 표정과 행동은 모두 단호한 특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 자체로 나의 침입에 대한 방어책이었다.


5월 3일 우리는 마이링겐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고, 거기서 잉글리셔 호프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그곳은 피터 슈타일러란 사람이 지키고 있었다. 그는 덩치가 크고 쾌활한 남자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으며 런던의 그로스브너 호텔에서 3년 동안 웨이터로 일한 경력이 있었다. 그는 우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저녁 식사 후 몇 명의 다른 손님들이 물러갔을 때 마침 우리 테이블에 합류해서 자신의 집에 들르면 술을 줄 테니 그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말했다. 초대받지 않은 사람들 속에선 평소 그토록 침울하던 홈즈가 갑자기 무척 기분이 좋아진 것처럼 보였다. 그는 우리 테이블의 새로운 손님을 런던에 대한 이야기로 즐겁게 해주었고, 심지어 서로 아는 사람 한두 명을 발굴하기까지 했다. 느긋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는 제법 전염성이 있어서 그로스브너와 관련하여 내 지인 한두 명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는데 갑자기 홈즈가 화제를 바꾸었다.


"그래서, 우리가 이번 시즌의 첫 번째 영국 방문객입니까?" 그는 슈타일러에게 물으며 은색 케이스에서 담배를 꺼내주었고 슈타일러는 기민하게 그것을 받아들였다.


"첫 번째는 맞아요. 하지만 여름에는 영어가 제법 많이 들려오지요. 아, 홈즈 씨. 여름에 내 작은 호텔이 얼마나 바쁜지 보셔야 합니다! 하지만 봄이 당신에게 더 좋겠지요. 붐비는 것을 원하지는 않으실 테니까요. 그리고 라이헨바흐를 보실 수도 있지요. 그 폭포는 봄에 무척 아름답습니다 - 정말이지 장엄하지요. 그러나 엄숙하기도 합니다. 당신은 반드시 그 곳을 봐야만 합니다. 그리고 당신, 왓슨 박사님도. 정말 놀라운 광경입니다. 여름에는 모두가 찾아들곤 하지요."


"그래, 폭포도 꼭 봐야겠지. 응, 왓슨? 어쩌면 내일 로젠라우이로 가는 길에 잠깐 우회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내일? 내일 로젠라우이에 가실 건가요?" 슈타일러 씨는 그 생각에 상당히 화가 난 것 같았다. "아, 너무 이르네요. 당신은 긴장을 풀고 우리의 매력적인 마을을 즐길 시간이 없군요. 당신은 여기에 머물면서 휴식을 취하고, 매우 조용하고, 두 사람 모두를 위한 많은 휴식과 프라이버시가 있으니 훨씬 더 잘 즐기실 수 있으실 텐데 말이죠."


나는 약간 불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우리를 일종의 낭만적인 목가적 생활에 빠져있다고 여기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었다. 그는 맑고 향이 좋으며 매우 강한 증류주를 저항할 수 없는 내 잔에 또 한 번 따르면서 나에게 윙크를 했다. 이미 술로 붉어진 나는 뺨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홈즈에게 무력한 호소의 눈빛을 던졌다. 입가에는 미소가 남아 있었지만 눈에서는 이미 달아난 상태였다. 그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과연, 당신은 가장 친절하고 설득력 있는 슈타일러 씨로군요." 그는 달콤하고도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계획을 지켜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의 아름다운 나라에는 볼 것이 너무나 많고, 슬프게도 시간은 촉박하거든요."


슈타일러 씨는 그때 즈음 더 지독하게 취해있었기 때문에 내 친구의 목소리에 담긴 경고의 말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유감을 표하고는 다시 그로스브너에 대한 주제로, 불행히도 나에게로 관심을 돌리고야 말았다. 그는 분명히 대화의 초반부에는 나를 소홀히 했다고 느꼈지만 이제는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없다고 느낄 정도의 질문 공세와 빈정거림으로 그걸 만회하려 하고 있었다. 그는 내가 알고 있거나 과거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 대해 언급했고, 어느 순간 내가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고 실제로 몸을 기울여 내 팔을 꼬집기까지 했다. 내 눈가에서는 홈즈가 움찔하는 것을 보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반응에서 얻을 수 있는 위안이란 혼란과 당혹감 속에 그대로 묻혀버렸다. 나는 그 일을 웃어넘기려 애쓰며, 피곤하고 술기운에 취해 회상 따위에 빠질 기분은 아니라고 둘러댔다. 한 편 홈즈는 술을 밀어내고는 의자에 기대어 앉아서 차갑고 냉소적인 눈빛으로 우리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그는 나를 불쌍히 여겼는지 우리가 아침에 일찍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슬슬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슈타일러 씨에게 정중하지만 냉정한 작별 인사를 하고, 그의 환대에 감사를 표한 뒤 우리를 방에 데려다주겠다는 그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마침내 주인이 할당해 준 침실의 성소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굴뚝 앞에 정연하게 놓여있는 커다란 참나무 침대 하나를 발견했다. 나는 홈즈가 코트를 벗어 침대에 눕히고 코카인을 뒤지기 시작하는 동안 당황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나는 딱딱한 매트리스 위에 앉아서 불행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미안하네, 홈즈." 내가 말했다.


"뭐가 말인가? 호텔 주인의 오해 때문에 말인가?"


그는 모로코 가방과 병을 조리대 위에 올려놓고는 내 눈을 피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모든 음절에서 그의 분노가 느껴졌다.


"그런데 왜-?" 나는 비틀거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어떻게 그가 우리가... 그렇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네."


"외모 말일세, 왓슨." 홈즈가 짧게 말했다.


나는 그가 주사기를 채운 뒤 주사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분명히 이 모든 상황에 역겨움을 느끼는 게 틀림 없었다. 슈타일러 같은 사람이,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에 대해서도 같은 가정을 한다는 사실에 역겨움이 났을 터다. 내 삶의 방식, 나의 과거, 나의 현재 그리고 포함되는 모든 것들에 신물이 났던 것이다. 나 때문에 역겨워졌던 것이다.


나는 공포에 얼어붙은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나는 그가 나를 보기 위해 몸을 돌리는 게 느껴졌다.


"자러 가보게나, 왓슨."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아침에는 기분이 나아질 거야."


그는 조심스럽게 주사기를 케이스에 넣고는 병과 함께 집어넣었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가스를 끄러갔다. 이내 그가 하품을 하고 동물적인 우아함을 지닌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켜고, 양복 조끼와 셔츠 소매를 그대로 입은 채 창가로 다가갔다. 달빛이 그의 주위로, 침대 위로 흘러내렸다.


"자네는... 자러 갈 텐가?" 내가 물었다.


그는 검은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 넘기더니 반쯤 나를 향해 돌아섰다. "피곤하지 않아서 잠깐 앉아있기로 했네. 밤은 아름답고 내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그는 화장대 옆에서 의자를 집어 창가 쪽으로 끌어놓았다.


"홈즈." 내가 말했다. "자네가 그쪽에 앉아있을 필요는 없네. 내가..."


그는 참을성 없다는 몸짓으로 나를 침묵시켰고, 우리는 둘 다 얼어붙었다.


바깥 계단에서 뚜렷하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런 다음 또 다른 사람; 그리고 세 번째 사람. 그가 층계참을 건넜을 때, 홈즈는 재빠르고 조용히 방을 가로질러 우리 집 문을 안쪽에서 빗장으로 걸어 잠갔다. 우리는 둘 다 문 반대편에서 누군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소리를 들었고, 우리 둘 중 어느 쪽도 그 사람이 슈타일러 씨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달빛 속에서 나는 홈즈의 얼굴에 떠오른 분노와 혐오감을 또렷이 볼 수 있었다. 그는 내 시선을 알아채고는 침대에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런 다음 그는 다시 방을 가로질러 커튼을 당겨 달을 가리고 방을 어둠 속으로 몰아넣었다.


나는 가능한 한 재빨리 그리고 소리 없이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워 가만히 있었다. 문 반대편에서 실망의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 관음증 환자가 물러가면서 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창가로 얼굴을 돌렸다. 내 눈은 어둠에 익숙해졌고, 의자에 앉아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 손가락 끝을 모으고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홈즈의 윤곽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사라졌어, 홈즈." 내가 속삭였다.


"좋은 밤 되게나, 왓슨. 잘 자게." 그가 한 말은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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