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답을 듣기 위한 아내의 질문
남편에게 무언가를 말하고서는 내 말이 맞는지를 확인받으려 할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은 바로, "맞아, 아니야?"다. 그 질문은 "응, 맞아!"를 듣고 싶어서 던지는 질문이라는 것을 남편은 안다. 그래서 그는 나의 질문에 늘 원하는 그 대답을 한다. 보통 내가 그 질문을 할 때는 나의 의견이 맞았다는 사실에 동의를 구하고 싶어서다. 각자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부부의 이름으로 '함께' 산다는 건 서로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일이 많다는 말이다. 그러니 서로 대치되는 상황에서 서로의 방식을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한 건 당연한 일. 무작정 강요를 할 수는 없으니 누군가는 설득을 시켜야 그 상황이 종료된다.
자칫하면 신경질적으로 들릴 수 있는 이 질문을, 나는 조금 애교를 섞어 허리에 손을 얹고 장난처럼, 우리만의 밈처럼 사용한다. 가령, 여행을 떠나서 장기간 집을 비워야 할 때 청소를 해 두고 가면 좋겠다고 남편을 설득할 때 "여행 가기 전에 청소를 하면 얼마나 좋아! 맞아, 아니야?"하는 식이다. 청소는 다녀와서 해도 되지 않냐는 남편에게 지금 바빠도 같이 청소를 하자고 설득할 때 애교를 섞어 허리에 손을 얹고 그에게 되묻는다. "그러면 편하잖아! 그래, 안그래?"하면서. 언젠가 남편은 그 말이 노이로제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나의 모습을 귀여워 해주면서 "응, 그래!" 혹은 "맞아!"하고 같이 허리에 손을 올리고 답한다.
두 사람이 사는 방식을 맞추어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가끔 나는 그 노력을 잊고 내 성질 그대로 남편에게 말하는 때가 종종 있다. 언제나 내 의견과 말에 먼저 따라주겠다는 남편이지만, 짜증 섞인 화난 말투 만큼은 참지 않는 남편인지라 그렇게 화를 내고 나면 잠잠해질 때까지 정적이 흐르곤 한다. 그래도 나의 달아오른 화에 맞부딪히는 남편이 아닌지라 심한 말다툼까지 이어지지는 않으니 아직까지 큰 싸움은 없었다. 싸움도 맞부딪혀야 난다는 말을 남편과 함께 살면서 정말 실감 중인데, 그 덕분에 욱하는 성격을 가진 내가 조금이나마 가라앉히면서 살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 말을 잘 기억하고 잘 들어주는 사람과 함께 살면 나도 그에 동화되어서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사랑이 사람을 바꾼다는 건 정말 지당한 말씀이다. 그에게 무언가를 해 주는 게 아깝지 않고, 더 챙겨주고 싶어진다. 그도 어디에서든지 나를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또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다 해주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다정한 마음은 또 다른 다정함을 낳기 마련이다.
같이 살지 않았을 때에는 이런 소소한 일들이 우리의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낼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강압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맞아, 아니야?"를 우리만의 밈으로 살려서 도란도란 장난 치며 사는 일이 일상 속 애교가 될 줄이야. 나를 귀엽게 봐 주는, 그런 그를 또 더 귀여워 하는 우리의 마음들이 새삼 고마워진다. 원하는 답을 듣고 싶어서 던지는 말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 의도에 맞게 말해주는 사람이라니!
평생 나랑 이렇게 장난치듯 쿵짝대면서 살아가자는 말에 "봐서"라고 되받아치다가 "맞아, 아니야?"라는 질문을 또 듣게 된 남편이지만 결국 그는 "응, 맞아!"라고 다시 답해준다. 귀여우면 끝난 거라던데, 서로를 참 귀여워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