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인턴 일기
최근 들어 사랑을 얼만큼 받고 자랐는지, 지금 얼마나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받는지, 그 소중함을 알고 있는지도 재산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구치소에서 잠시 일을 하게 되면서 많은 서류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서류 상에서 읽히는 정보 속에서도 '아, 이 사람은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을 못 받았겠구나' 혹은 '비뚤어진 사랑을 지닌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지점들이 많다. 가령 지인으로 등록하는 사람들에 아무도 쓰지 못 하는 사람의 서류를 볼 때라던지, 가족을 살해하거나 폭행하여 들어오게 된 사건의 판결문을 볼 때라던지. 꼭 이곳에서의 일들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 곳곳에서 '사랑 받고 자람'은 크나 큰 재산이라는 사실을 종종 깨닫는 지점들이 많다.
나도 내가 자라온 가정이 당연한 상황들이라 여겼던 때가 있었다. 자식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시려 하는 부모님과, 항상 맛있는 음식을 먹이려고 시장에서 손수 장 봐와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손으로 해 내시는 할머니의 손맛, 종종 안부 연락을 주고 받는 친척들까지. 나는 살아본 것이 내 인생 뿐이라서 이것들이 당연한 것인지 알았다. '어떻게 부모가 그래'라는 말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애석하게도 깨닫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구치소에서 일하면서 꽤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했을 때, 남편이 내 말에 덧붙여 말했다.
"우리가 우리보다 좋은 조건에 있는 사람들이랑 항상 비교만 해서 그렇지,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에는 상위 5% 안에는 꼭 들 거야. 넘치는 사랑을 주는 부모님에게서 자란 것,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하게 해 주시려는 경제 상황이 되었던 것, 원하는 공부를 하면서 서울에서 4년제 대학을 나온 것, 그리고 취업해서 결혼까지 한 것까지 하면."
'한국에서 태어난 것'까지 덧붙였던 남편의 말을 들었을 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것 역시 어쩌면 상대적인 우위를 느끼는 행위라고 할 지 모르지만, 내가 이전에 생각해본 적이 없던 것이어서 꽤나 오랫동안 내 머리를 맴돌았던 그의 말. 그래, 우리가 가진 게 얼마나 많은 것인지, 소중한 것인지 잊지 말아야지. 우리가 원하는 삶만 바라보고 살아서 그렇지, 지금 가지고 누려온 것들이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것인지도 잊지는 말아야지.
사랑이 가득할 때라야 비로소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그러니 누군가를 사랑하고, 베풀고, 또 사랑을 받는 것이 한 사람을 올바르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길인 것이다. 너무 낭만적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정말 그렇다. 끝 없는 욕심을 부리게 되는 것도, 욕망 끝에 절망을 불러 오는 것도 결국은 그에게 사랑이 부족했기 때문임을 많은 사건과 서류들을 보면서 더 느끼게 된다. 우리가 말하는 '죄'라는 것의 시작은 결국에는 안정적이지 못한 가정과 상황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그럼에도 우리에게 불행이 닥쳐오면 왜 우리에게 이런 불행이 오나, 하고 비관적인 마음을 품게 되는 건 마찬가지지만 여태껏 우리가 누려온 사랑들이 닦아온 힘으로 이 일들도 어떻게든 잘 넘겨낼 것임을 우리는 안다. 그러니 내가 가진 사랑을 너무 과소평가 하지 말 것. 그 사랑이 결국은 재산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 올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