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꾸민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가끔 꾸민다”. 평소에 내가 나를 마주하는 모습은 꾸민 날의 모습만큼 멋스럽지는 못하다. 나를 마주하는 대부분의 시간들의 예를 들어보면 아침에 일어나 양치도 하지 않고 배고픔에 밥을 때려 넣는 모습, 추레하게 입고 편의점에 가서 맥주를 4캔 사 오는 모습, 새벽에 늦게 잠에 드는 모습, 늦잠을 자는 모습, 하루에 몇 시간씩 릴스나 쇼츠를 보고 있는 모습, 추위에 달달 떨며 담배 피우는 모습 등등. 가끔 꾸민 나의 모습은 아마 내 인생의 3% 정도였다. 그래서 꾸민 나의 모습이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느끼는 것만큼 자연스럽지는 못했다.-여담이지만 이러한 이유로 나는 인스타에 사진 올리는 것을 많이 꺼려하게 되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괜찮아 보이지만, 평소 내가 마주하지 않는 모습이 아닌 나의 모습은 내가 느끼기에 많이 어색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작아졌다. 꾸미면 꾸밀수록 작아졌다. 나의 안 좋은 모습만 발견하게 되었고 평행선을 달리듯 자존감도 밑으로 떨어졌다. 내가 싫어질 때쯤. 나는 도저히 못살겠다며 소리쳤다 안진진처럼.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그 후 내가 가장 처음 한 시도는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이었다. 바버샵을 방문해 머리를 잘랐다.-내 생각, 느낌에 바버샵에서 머리를 자르는 사람들은 멋쟁이들이 많았다.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그다음은 옷에 신경을 쏟았다. 추레하게 다니기보다는 맘에 드는 옷을 샀고, 편한 자리(동네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는 자리 같은?!)에도 내가 만족을 느낄 만큼은 나름 꾸미고 갔다. 마지막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변화. 내 몸을 다시 재가동시켰다. 다시 턱걸이를 시작했고, 팔 굽혀 펴기를 하고 있으며, 춥다고 핑계 대며 미뤄뒀던 러닝을 다시 뛰고 있다.
작심삼일 하는 게 특기인 나의 성격에 이 글을 적는다. 나중에 이 글을 보고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었는지 상기시킬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공개적으로 작성하는 나의 일기인 셈이다.- 나는 분명히 또 그만둘 것이다. 이런 것들을, 나의 변화들을. 누군가 봤을 때는 “뭐야 내가 이미 하는 것들인데 뭐 대단하게 써놨네”할 수도 있겠지만,-그렇게 느낀 당신은 이미 멋진 사람일 수도 있겠다.- 나는 아니다. 나에게는 확실한 변화다. 그리고 지금은 이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품위를 유지하고 싶다. 그래서 내 인생에 꾸민 모습들의 농도와 비율을 올려 궁극적으로는 자존감도 올리고, 나를 더 사랑하고 싶다. 나도 누군가 내가 버버샵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을 때 이렇게 생각하면 좋겠다.
”와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