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제 난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다.

by 노용우

나는 엄청 괜찮은 사람 같았다. 친구들에게 친절하게 말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호의적으로 대하고,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 존중을 담아서 함부로 대하지도 않고, 결론적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나 정도면 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렇게 느낀 나이가 스물하나 스물둘 정도였는데 지금은 아닌듯하다. 나를 좋아해 준 사람에게 나는 상처를 준 기억이 있다… 좀 있다… 꽤 많다. 나도 나쁜 놈이다. 군대에 있을 때도 집단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화난 척을 했어야 했고, 대학에 돌아와서는 선배라는 핑계로 다른 학우에게 희생을 강요하기도 했고, 회사에 와서는 신입이라는 핑계로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게 된 솔직한 이유기도 하지만, 나를 사랑해 준 여자친구들에게 나는 모두 상처를 주었던 거 같다. 그게 미안해서 이제는 더는 나는 착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니지 못하겠다. 이렇게 고해성사를 해야지 그나마 살아갈 수 있을 거 같다. 이번에도 이기적이게도 상대방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 아닌 나를 위해서 내리는 결정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번에도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닌듯하다. 나도 물들었고 더러워졌다. 나는 아주 이기적이고 못난 놈이다. 아직까지 내 귀에 닿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나를 욕하고 다녀도 반박할 수 있는 자격도 없는 놈이다. 이건 나의 후회이며 다짐이다. 조금 더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다. 더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또 나의 잘못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되겠다. 내 손에 쥐고 있던 흰 천을 나는 직접 내 손으로 똥물에 집어넣었고 불속에 던졌다. 흐르는 물에 가져다 놓고 열심히 세탁한다고 해도 얼룩은 남아있고 모양도 변했지만 이 이상 변하지 않게 앞으로의 인생에서 흰 천을 가슴에 담고 살아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태어날 때부터 이미 고통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