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청 괜찮은 사람 같았다. 친구들에게 친절하게 말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호의적으로 대하고,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 존중을 담아서 함부로 대하지도 않고, 결론적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나 정도면 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렇게 느낀 나이가 스물하나 스물둘 정도였는데 지금은 아닌듯하다. 나를 좋아해 준 사람에게 나는 상처를 준 기억이 있다… 좀 있다… 꽤 많다. 나도 나쁜 놈이다. 군대에 있을 때도 집단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화난 척을 했어야 했고, 대학에 돌아와서는 선배라는 핑계로 다른 학우에게 희생을 강요하기도 했고, 회사에 와서는 신입이라는 핑계로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게 된 솔직한 이유기도 하지만, 나를 사랑해 준 여자친구들에게 나는 모두 상처를 주었던 거 같다. 그게 미안해서 이제는 더는 나는 착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니지 못하겠다. 이렇게 고해성사를 해야지 그나마 살아갈 수 있을 거 같다. 이번에도 이기적이게도 상대방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 아닌 나를 위해서 내리는 결정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번에도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닌듯하다. 나도 물들었고 더러워졌다. 나는 아주 이기적이고 못난 놈이다. 아직까지 내 귀에 닿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나를 욕하고 다녀도 반박할 수 있는 자격도 없는 놈이다. 이건 나의 후회이며 다짐이다. 조금 더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다. 더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또 나의 잘못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되겠다. 내 손에 쥐고 있던 흰 천을 나는 직접 내 손으로 똥물에 집어넣었고 불속에 던졌다. 흐르는 물에 가져다 놓고 열심히 세탁한다고 해도 얼룩은 남아있고 모양도 변했지만 이 이상 변하지 않게 앞으로의 인생에서 흰 천을 가슴에 담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