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못난 나를 비추는 너, 엄마의 검은 그림자

나를 닮아가는 너를 보는 것- 끔찍하게 무서운 일이지만

by 마마Spence


딸아


어제 너와 바이올린을 연습하면서 너의 밉살스러운 말대답과 장난스럽게 엄마를 비꼬는 말투를 참지 못한 나는 내 내장이 뒤집힐 만큼 무섭게 소리를 질렀지. 눈물이 쏙 빠질 만큼 엄마가 너를 혼내면 가끔 너는 그 순간 몸서리 칠 정도로 나를 두려워해.


그런데 누가 그랬어, 화는 플라스틱처럼 사라지지 않고 썩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어떤 모습으로 똑같이 전가된다고. 뿜어져 나온 화가 또 다른 모습으로 어떻게든 살아서 또 어떤 상대를 만나 그 안으로 들어간다고

그게 계속 반복이 된데.


어제 너는 너의 반바지에 큰 얼룩이 진 사실을 알고서는 집이 떠나갈 듯 아빠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너의 분노를 표출했어. 나에게 혼이난 딱 3시간 이후, 네가 화를 내는 방식이 나와 무섭게도 닮아있다는 사실을 보았을 때 나 역시 소름이 끼칠 정도였어


나와 살아온 8년 동안,

이제쯤은 너도 알겠지만, 고백하자면

엄마는 다혈질을 장착하고 있어.

Hot temper가 있지.


사실 나의 엄마, 아빠 모두 기질적으로 화를 쉽게 뿜어내는 습관을 달고 사셨어서 엄마도 보고 자랐나 봐. 화를 다루는 방식이 꽤나 건전한 편은 아니셨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마음에 분노나 화가 차 오르면 아무런 생각도 절차도 없이 그대로 내 보내는 방식을 아주 천천히 제대로 습득한 것 같아.


무척이나 아쉽고 안타까워.

어렸을 때 화를 다스리는 법을 교육받지 못한 것에 대해말이야.


다행인 건 성인이 된 지금에라도 인싸이트가 있고 어쨌든 나의 부족한 면을 보게 된 눈이 생겼다는 것, 너는 그래도 아직은 어려서 교정이 나름 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그래도 희망적이야.


오후에 너와 앉아서

화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얘기하고 엄마도 부족함을 인정하고,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우리의 화를 표출해야 할지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이 있었지.


사람마다 모두 강점이 있는 반면 약한 부분도 분명히 있기에 그게 무엇이든 까 내고, 파내고 들어다 보려는 의지, 부인하거나 변명 따위로 포장하지 않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게 어쩌면 우리를 조금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려나.


소위말해 좀 더 쿨 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딸아,

엄마는 쿨 한 사람이 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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