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놈을 골라도 맞춰가는 연습은 평생 숙제
딸아
언젠가는 너도 “내 남자다” 하는 놈을 어디서 하나 골라오겠지?
사실 엄마의 결론은 이거다.
씨앗이 좋은 놈이면 재지 말고 나름 적당한 시기가 되었을 때 잡아서, 이놈과 함께 같은 목표를 세워가며 같이 자라고 또 남자를 키워가는 게 맞다는 주의. (앞만 보는 터널 비전의 놈들과는 약간 다른, 가끔은 여자가 더 넓게 보며 현명할 경우가 많다는 그 가설에 엄마는 찬성하는 편이라, 뭐 아니면 말고)
여기서 씨앗이 좋은 놈이란
그놈의 부모가 서로 사이가 좋아서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는 괜찮은 부부의 롤 모델을 보고 자란 놈.
성실한 게 뭔지 아는 놈, 책임감 있는 놈.
정직한 놈.
부모의 롤 모델을 보지 못했다 해도 후천적으로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놈
뭐 엄마의 욕심으로 하나씩 더한다면 끝이 없겠지만.
여기서 적당히 하고.
놈을 잡아서 결혼이라는 것에 성공했다면, 그때부터 카운슬링은 필수다.
왜냐면 아무리 좋은 놈이라도 살아가며 일상의 전쟁은 일어나기 마련이라서 말이다. 전쟁 없이 조용히 아무 일 없이 잘 살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
근데 서로 알아가면서 “갈등“이란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엄마생각엔 이 갈등을 긍정적으로 변환시켜 피 한 방울 안 섞인 이 관계에서 어떻게 더 끈끈한 관계로 발전시키느냐, 아니면 갈등을 조용히 안으로 묵혀서 서로 점점 속으로 더 멀어지느냐, 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부부,
이 세상에는 부부라는 이름 안에 참으로 다양한 관계가 존재하고 있지.
어떤 부부를 지향하는지는 각개인들의 가치에 의해 정의되고 또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커넥션을 이어가겠지만.
엄마는 워낙에 개인주의적이고 독립적인 인간이라 참으로 끊임없이 부부라는 관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중이다. 뭐 그게 나니까 어쩔 수 없지. 너의 아빠도 좀 피곤할 것이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는 너희가 6살이 될 때부터 카운슬링을 받고 있어. 카운슬링이 좋은 이유는, 우리가 평소 때 밥 먹었냐 스케줄 뭐냐 내일 뭐 하냐 휴가 어디로 가냐 언제 오냐 등등의 일상적인 대화를 잠시 멈추고
너와 나 딱 둘의 관계가 흘러가는 기류가 요즘 어떠한가, 요즘 네 인생가치는 무엇인가 너와 나의 인생 밸류에서 부딪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제삼자와 함께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어떤 특별한 시간을 의도적으로 마련하는 플랫폼을 설정하는 데 있단다.
사실 진지한 대화는 일상에서 좀 잘하기 힘들거든, 특히나 너희들이 우리에게 온 이후에는 우리의 삶이 거의 너희에게 겨냥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물며 친구사이에도 서로의 케치업을 중요시하며
자주 일대일로 만나고 속내를 얘기하는 게
오랜 관계유지, 이어가는데 중요한데,
한 사람이 다른 하나를 만나, 부부라는 연을 가지고 연합해 가는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같은 침대를 쓰고, 한솥밥을 먹는다고 서로를 당연시 여기는 삶을, 엄마는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인생에 당연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따지고 보면 14년 정도 같이 산다고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도 너무 웃기지 않니?
인생에 어떤 관계에든 give and take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부부, 사이에도 give and take는 존재한다고 믿는주의라, 당연하지 않다고 말할 때 역설적으로 우리가 서로를 좀 더 알아가고 인연이 단단해지지 않을까 하는 엄마의 잡생각.
아빠는, 좋은 씨앗을 가진 놈이었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 아직도 알아가는 중이야.
뭐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