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래도 산문적 인간인가보다. 일상의 찰나와 순간에 집착하는 인간인가 보다. 어쩔 수가 없다. 그 역사는 이미 오래되었기 때문에.
흘러가는 찰나의 순간을 묶어두고 싶어서,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그건 1초도 채 되지 않는 0.몇초의 찰나에 불과하지만, 문장으로 옮기는 순간 그 문장 길이만큼의 호흡을 갖는다. 그만큼의 시간을 부여받는다고 할까.
찰나의 순간이 한 문장이 된다. 그 문장이 한 문단이 된다. 그 단락이 한 페이지의 글이 된다. 그 글이 모여 한 편의 작품이 된다. 그 작품은 마음 속에 영원히 남는다. 찰나가 영원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그 영속성에 나는 내 생애를 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산문을 쓰나, 쓰고 마나. 더 오랜 호흡으로 붙잡아 두고 싶어서, 이 짧은 시간을 펼치고 펼치고 펼치고 확대하고 확대하고 확대해서 줄줄이 늘이나.
산문을 쓰려면 자못 예민하지 않고는 안 되는 법이다. 디테일을 살리지 못하면 순간의 속도는 느려지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산문적 인간으로 명명하기로 한다. 나는 뼛속까지 산문적 인간이라고.
기억을 붙잡고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서.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한 것만이 기억된다는 말을 실천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생각과 감정을 다듬어 내가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서 나는 일부러 예민한 감각을 깨운다. 이걸 잃으면 큰일이라도 난다는 듯이. 나이테처럼 겹겹이 쌓인 시간들 속에서 무늬를 발견한다. 그건 온전히 내가 만든 것들이다. 그 무늬를 매일 들여다보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