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은 습관이다. 부단히 노력한 결과의 산물이라는 뜻이다. 초긍정적인 인간도 평생에 걸쳐 긍정을 학습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긍정을 습관화하게 내버려 두지 않으니까.
저녁 7시쯤 비 예보가 있었다. 비가 올 확률은 40%.
이거 애매한데. 비 오는 날에만 신는 신발이 있는데 그걸 신고 나가야 하나. 고민 끝에 어차피 늦어도 6시 전에는 집에 도착할 예정이고, 비 올 확률도 40%라 그냥 우산만 챙기고 신발은 신고 싶었던 신발을 신고 나왔다.
오후 4시. 역시, 일기예보는 보란 듯이 나를 배신한다. 비가 미친듯이 퍼붓기 시작했다. 바람까지 불어서 그냥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홀딱 젖는 수준이었다.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낯선 카페에 들어간다. 자리를 잡고 통 유리창으로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멍하게 바라본다. 비와 함께 같이 젖는 기분이다. 국지성 호우인가 싶어 실내에서 시간을 조금 보낸 후 다시 나가려 했으나 비는 2시간 동안 끈질기게 내렸다. 하루 온종일 내릴 건가 보네. 나는 포기하고 짐을 챙긴다.
집으로 가는 길, 잠깐 사이 신발에 양말까지 홀딱 젖고 말았다. 아, 신발을 바꿔 신고 나오는 건데.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어쩔 수 없다. 나는 후회하고 짜증내는 대신 내리는 비에 흔쾌히 젖는다. 신발 앞코에 스웨이드가 좀 망가지겠지만 뭐. 말려도 망가진 건 되돌릴 수 없겠지만 뭐. 홀딱 젖은 옷과 양말은 잘 빨면 되고, 홀딱 젖은 나도 따뜻한 물로 샤워하면 개운해 질 수 있을테니까 뭐. 아무렴 어때.
최근에 부쩍 날씨가 더워 졌는데 비가 내려서인지 시원하잖아. 먼지도 싹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고. 우리 집 유리창이 깨끗해지겠는데. 나는 비에 젖어 질퍽질퍽해진 신발을 신고 걸으며 생각한다. 그래도 우산이라도 챙겨 나온 게 어디야. 바람이 너무 불어서 우산을 써도 별 소용이 없는 것 같긴 하다만. 그래도 정말 시원하구나. 비가 와서 그런지 거리에 사람들도 별로 없고 좋다. 비오는 거리를 이렇게 걸어보는 건 또 얼마만인지. 아예 흠뻑 젖을 대로 젖고 집에 가서 좋아하는 바디워시로 거품을 내 따뜻한 물로 샤워 할 생각을 하니 설레기까지 했다. 향기로운 거품이 몽글몽글 피어나듯이 내 마음도 몽글몽글. 비가 이렇게 세차게 내리니 내 머릿속 잡생각까지 싹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이네. 나는 물을 뚝뚝 흘리며 들어선 현관에서 생각한다.
오늘 흠뻑 젖길 잘 했다.
긍정은 습관이고 성격은 운명이다. 단점이 눈에 들어오면 1초만에 장점 5개를 찾아 버리기. 상쇄하고 무마해 버리기. 부정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 오르면 반대 면에 있는 긍정적인 면을 나도 모르는 사이 찾아 버리기. 그렇게 되기 위해서, 그렇게 긍정이라는 습관이 몸에 베고 일상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던지.
습관적으로 긍정의 말을 뱉고,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끊임없이 긍정을 긍정할 것. 그게 내 성격에 자연스레 묻어나게 만들 것. 나중엔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전혀 의식하지 않아도 남들로부터 "넌 정말 긍정적인 것 같아"라는 말을 들어 버리기.
나이 들수록 참 성격이 운명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는 성격일수록, 상처를 잘 받지 않는 성격일 수록 더 많은 도전과 더 많은 선택을 할 테고, 그건 안정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과는 몇년 후에 눈에 띄게 다른 결과를 낳겠지. 그렇게 운명이 달라진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에서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다른 선택을 하는 것. 그 선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가 붙듯 극명한 차이를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성격은 운명인 것이다. 이 때문에 운명은 타고 난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운명을 바꾸려면 성격을 바꿔야 하니까. 성격 내지 성정이라는 것은 모름지기 타고 나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데, 그걸 바꾸려면 얼마나 힘들게 노력을 해야하는 지 감히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결국 인간은 타고난 성격대로 살아가고, 살아진다.
나는 항상 긍정적이고 도전적이고 적극적으로 살고 싶다. 내가 타고난 것이 어떤 것이든 그렇게 되고 싶다. 그래서 긍정을 노력하고, 습관화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려 용기를 내고, 피터지게 깨져도 계속 적극적으로 쟁취의 여정을 떠난다.
긍정은 습관이고, 성격은 운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