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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Oct 28. 2021

간주만으로 만들어진 노래

마냥 설레기엔 이미 아는, 모든걸 쏟아 붓기엔 피곤한 연애




반주의 기대도,


도입의 설렘도,


후렴의 중독성과 안정감도 없는



오직 '간주'만으로 된 노래.








뭔가를 준비하는

준비하다가 끝나버리는,


별다른 욕심없는,


극적이지도 않고 적당히 심심한,


클라이막스와 거리가 먼,


고조될라 치면 마무리 되는,


그저 어느 연결부의,


이도저도 아닌,


처음을 건너 뛴,


그렇다고 마지막도 아닌




간주

만으로 만들어진 노래

같은 사랑

연애.




간주, 간주 또 간주


이제 계속 그런 연애만 하게 되는 거 아닐까,


문득 나는 두려워졌다.



어린 애들도 아니고,

쓸데없는 감정 소비 하지 말자.

그런 말로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곤 했지.


그렇다고 

희노애락 다 겪으며

미친듯이 사랑하고 울고 불고 싸우고 화해하고

그러면서

절정으로 치닫기엔

내 감정과 열정이 부족한 탓도 있고,



그렇다보니


연애가 상대적으로

심심하고

무료하고

그저 그렇게 되어버리는.



누구는 이걸 '안정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더라.



근데 나는 그렇지가 않네.



안정 따위,

다 부질없는 것.



간주로만 만들어진 노래 같아.

이런 거 마음에 안 들어.



아직 2절이 남았는데,


나는 여기서 멈춰버릴 것 같아.




2절은 시작도 전에 

아, 그래도 이 노래 불렀으니 됐다 하고

취소 버튼을 눌러버리는 그런 마음이랄까.




간주점프


'간주점프'하듯이 간주는 넘기기도 하잖아.


간주가 전혀 의미없진 않지만

그만큼 노래에서 '덜 중요한' 부분인데,




그런 간주로만 만들어진 노래같은 사랑 말고



반주부터 

도입,

도입에서 브릿지

브릿지에서 후렴, 

그렇게 1절을 무사히 끝내고

간주를 음미하면서

2절을 기대하고,

2절에서 절정에 도달했다가

여운있는 마무리.




그런 완전한 한 곡 같은

연애를 할 순 없을까,





이젠 그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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