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근로자에서 책(씩)이나 읽는 청년 백수로
‘왜 그들은 일을 하지 않는가?’
추적 60분에 나올법한 심각한 썸네일을 심심치않게 본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청년 백수 증가 현상’에 대해 사회적 담론과 원인 분석을 쏟아낸다. 경제, 정치, 심리, 뇌과학 등을 첨예하게 엮은 논리적 분석에 기가 죽는다.
‘아니 그렇게까지 심오하게 생각한 건 아닌데…’
괜히 머쓱해진다.
그 분석이 불편하면서도 완전히 무관한 타인이라고 할 수도 없다. 어쨌거나 나는 그들이 그토록 분석하려는 청년 백수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게 논평 되며 청년 실업률과 관련된 데이터 사례 하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다루어지기보다, 그냥 ‘살아가는 여러 모습 중 하나’로 다루어지길 바란다. 그래서 나의 삶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면, 언제든 다른 삶을 사는 선택을 쉽게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렇게 원했던 공공기관에 입사했다. 4년이 안 된 사이, 세 번을 입사했고, 다시 세 번을 퇴사했다.
그 과정은 한마디로 정의될 만큼 납작하지도 않았지만, 사회면에 실릴 정도로 엄청나게 거대하지도 않다. 되려 너무 크게 의미 부여하는 것이 더 내 숨을 옥죄였다. 그래서 '그만 두는' 데 4년이 걸린 것일지도 모른다.
해보고 나서야 알게되었다. 무언가를 ‘그만 두는 일’이 그렇게 큰 일이 아니라는 걸. 별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그냥 나와 맞지 않았고, 뭐 좀 힘들기도 해서, 다른 선택을 하는 것뿐이다. 백수기간의 나를 책임질 경제력은 (간신히) 마련해 두었으니, 적어도 밥먹고 사는 일 정도는 스스로 책임지고 있다.
청년 백수가 별 거 있나. 백수가 되려면 꼭 거대한 이유가 있어야 하거나, 백수가 되면 꼭 해외 여행을 떠나야 하나. 난 그냥 감히 책씩이나 읽고 지내는 작은 백수가 되었을 뿐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