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슭을 가득 에워싼 안개가
그 무게에 겨워 땅으로 내려앉듯이
이른 아침 무렵 비롯된 내 안의 먹먹함이
목 언저리까지 차 오르던 날
전철을 타고 어디엔가로 나는 간다
행선지를 채 정하지는 못하였으나 내려야 할
정거장이 어디인가를 계속 궁리해내며
어지럽게 연결 된 출입문 근처 노선도에 자꾸
눈길을 보낸다
정거장 하나 지나칠 때마다 낯 선 사람들 타고 내리는 모습
무심히 쳐다보다가 어느 역에선가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 따라
또 다른 전철에 몸을 싣지만
내가 가야 할 곳이 어디인가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
한참을 달리던 중앙선
전철이 마악 도착한 곳은 경기도 남양주
긴 계단을 내려와 행길을 하나 건너고
자전거 빌려주는 곳이라는 간판을 지나
휘적휘적 걷다가 보니
찰랑대는 강물이 눈 앞에 있다
강을 따라 얼마나 그렇게 걸었나
연꽃잎 바둑판처럼 옹기종기 덮은
강물 위에 빗물은 출렁출렁 떨어져 내린다
수면 위로 동심원을 그리는 빗물 안에
한참을 먹먹하게 있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강물이 구름으로 올랐다 또다시
강으로 내리는 그 모든 여정이
지금의 내 마음과 참 많이도 닮았다
슬픔이 기쁨에게 구하는
위로와도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