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한 장도 없이 주황색 지붕이 길게 연결 된 그 도시의 뒷골목 한켠에서 길을 잃게 된 내 그림자를 불현듯 발견해 내었을 때 쯤 만약 달력을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더라면 계절의 어느쯤에 서 있는지 분명 몰랐을 것이다
여름은 분명 지나왔고 가을이 겨울로 가는 짧은 여정의 어디쯤이라 단지 생각해 보았지만 그건 내 불완전한 기억이 생각해낸 한낱 상상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단지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동안 나는 처음 가고자 했던 곳이 어디인가를 망각해 버린 낯 선 여행자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