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떨 때 보면 가을은
고추냉이 한 입 덥썩
입에 베어 문 것 마냥
한마디 말도 없이 고개 돌려
눈물짓게 하더라
계절이 잔뜩 내려앉은
땅 위엔 엽서같이 뒹굴거리다
어쩌다 바람이라도 휘익 불냥이면
낙엽 저만치 데굴 데굴
구르며 사라지곤 하더라
대학교 일 학년 시월 밤도 깊어
술 먹다 말고 엉금엉금 올랐던
그 절 용문사 입구에 버티던
아름드리 은행나무도
생각나게 하더라
높은 바람에 날리던 잎들
러시아 촌동네 산골로 까지 날아가
이야기 속 바보 이반이 뿌린 금화처럼
여전히 반짝거릴 거라고
상상하게 하더라
그러다가 또 첫 눈 내리고
시베리아 타이가 숲 바닥에
온통 모여 앉은 낙엽들 아주 잠깐
아우성 치다 내년 봄 오기도 전에
깜뻑 잠들거라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