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의 진정한 의미는 완주하는데에 있다.
아들은 3일 전부터 합숙을 들어갔다. 통일 전망대를 방문했고 남산 타워와 전쟁 기념관 방문 등이 일정 내에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녹화 전일 KBS 방송국을 방문하여 음악프로 녹화방송 견학하는 일을 마지막으로 하루 전 독립기념관으로 내려가 24일 있을 '도전 골든벨'을 준비했다. 어린 나이에 얼마나 초조하고 한편으로 들떴겠는가? 메신저로 안부를 묻는 내게 담담하게 대답을 주던 그 모습이 너무 대견스러웠다.
애 엄마는 녹화 당일 새벽같이 일어 나 서울역에서 KTX를 탔다. 하루 종일 걸리는 녹화 일정일 텐데 아들도 아들이지만 애 엄마도 다소 걱정이 된 것이 사실이다. 기차 타기 전 지금 출발한다고 메시지를 보내왔길래 짤막하게나마 격려 잘 해주라는 말만 남겼다. 그리고 연락이 없어 궁금하던 차에 마침내 애 엄마로부터 연락이 왔다.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고 이집트 카이로로 전학을 떠났던 아들에게 한국 근대사를 주제로 한 '도전 골든벨'은 어쩌면 처음부터 너무 벅찬 레이스였을지 모른다.
스파르타의 청년들과 처음 칼 끝을 겨뤄 본 아테네 청년이 느껴야 했던 어떤 보이지 않는 벽을 어쩌면 아들은 이번에 느끼지 않았을까? 다만 스파르타의 청년들이 배우지 못했던 그래서 놓쳐야만 했던 아테네 젊은이만의 그 어떤 가치와 품성을 본인이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아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마침내 레이스는 끝이 났지만 주저앉고 싶을 때 그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켜 내며 끝까지 완주한 아들에게서 무한한 가능성과 부모 된 자의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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