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잘 알지 못하는
모두가 사랑을 이야기할 때
나는 그 사랑을 생각했네
아주 오랫동안,
바람 부는 사구의 그늘에 앉아 옷깃으로 바람을 느낄 때
처마 끝에서 낙하하는 빗물에 한쪽 손바닥을 가져가 볼 때
바람이 흩고 지나는 대나무 숲의 흔들림을 무심히 지나칠 때
눈 내리는 도시의 지붕 위로 하나 둘 밤 그림자가 주저앉을 때
새벽 강기슭 물안개 속으로 하얀 백로 한 마리 후드득 날아갈 때
오후 세시쯤 바다가 비로소 번들번들 은빛으로 온통 반짝거릴 때
저녁 미사 알리는 오래된 마을 성당의 종소리가 귓가에 울려올 때
나는
그 사랑을 문득문득 생각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내 사랑에 대한 그 고민을 깊이 이야기해 보지는 못했네
그래서
사랑은 어려운 것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잘 알지 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