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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만 Feb 28. 2017

사랑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잘 알지 못하는


모두가 사랑을 이야기할 때

나는 그 사랑을 생각했네


아주 오랫동안,


바람 부는 사구의 그늘에 앉아 옷깃으로 바람을 느낄 때


처마 끝에서 낙하하는 빗물에 한쪽 손바닥을 가져가 볼 때


바람이 흩고 지나는 대나무 숲의 흔들림을 무심히 지나칠 때


눈 내리는 도시의 지붕 위로 하나 둘 밤 그림자가 주저앉을 때


새벽 강기슭 물안개 속으로 하얀 백로 한 마리 후드득 날아갈 때


오후 세시쯤 바다가 비로소 번들번들 은빛으로 온통 반짝거릴 때


저녁 미사 알리는 오래된 마을 성당의 종소리가 귓가에 울려올 때


나는

그 사랑을 문득문득 생각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내 사랑에 대한 고민을  깊이 이야기해 보지는 못했네


그래서

사랑은 어려운 것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잘 알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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