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사회복지사들의 여름나기
서울의 한낮기온이 40도를 육박하면서 111년 만에 기상관측 역사를 새로 썼다. 예년 같았으면 8월에나 잠깐 왔다 지나갔을 무더위가 올 해는 7월초부터 시작되더니 벌써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보통 폭염이라고 하면 한낮 기온이 33도를 넘어선 날씨가 2일 이상 지속되었을 경우를 말하는데, 올해는 이를 비웃기나 하듯 여름 내내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살인적인 폭염날씨에는 바깥 활동을 삼가고 집 안에서 수박이나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상책일 터인데, 오히려 폭염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우리 사회에서 자신보다 사회적 약자의 안전을 먼저 돌보는 사회복지사들 이야기다.
침묵의 살인자
폭염을 흔히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지난 2016년에는 최근 들어 가장 많은 2,12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작년에도 1,57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이 가운데 1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한여름 무더위가 가히 살인적이라 할 만하다. 특히나 요즘 같은 폭염에는 고령의 노인들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체온조절 기능이 약해져서 열사병과 같은 온열질환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혼자 사는 독거노인들은 태풍이나 추위보다 무서운 것이 폭염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들은 요즘 같이 폭염이 이어지는 날이 계속되면 평소보다 더 긴장하고 바빠질 수밖에 없다.
폭염경보 떴다!
하루에도 두어 번씩 폭염경보 문자메시지가 연일 울려 대고 있다. 사회복지사들은 폭염경보 문자가 오면 ‘폭염떴다!(폭염경보가 발령됐다)’라고 해서 일제히 비상이 걸린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전화로 독거노인의 안전을 확인하고 폭염주의사항을 전달한다. 그나마 전화로 안전이 확인되면 다행이다. 수소문을 해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에는 직접 가정방문을 해서 눈으로 확인을 해야 한다. 뙤약볕 아래에서 하루 종일 독거노인가정을 일일이 방문을 하다보면 온몸이 금방 땀으로 흠뻑 젖고 만다. 나이가 젊은 20대의 사회복지사들도 폭염에는 장사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불평불만을 하는 사회복지사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연락이 닿지 않는 독거노인의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밀려오는 불안감이 무더위보다 더 크다고 하니 한 여름 사회복지사들의 일상이 측은하기까지 하다.
독거노인과 같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은 사회복지사들의 당연한 직업적 사명일 수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들도 폭염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나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바깥에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나 독거노인생활관리사들은 4-50대의 여성종사자들이 많다. 서비스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라는 신분의 차이일 뿐이지 폭염 앞에서는 모두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다. 약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지만 정작 일선에서 서비스를 전달하는 자를 위한 안전장치는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여름만 되면 9시뉴스에서 용광로에서 일하는 제철소 근로자들이나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처럼 뜨거운 열기 속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런 뉴스를 보면서 어떤 사람들은 무더위를 이겨내는 데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고, 어쩌면 모르고 지나칠 뻔한 사람들의 노고를 되새길 수도 있겠다. 그런데 매년 재방송되는 이러한 폭염물타기(?) 뉴스가 이제는 좀 식상해졌다. 이 무더운 날씨에 그 분들이 고생하시는 것은 세상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고생은 그 분들만 하는 것은 아니다. 건설현장 노동자들도 있고, 집배원이나 택배기사, 에어컨 수리기사들도 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들도 있다. 그들에게 한 여름 폭염의 열기는 용광로와 다를 바가 없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무더위 휴식시간제'라는 제도를 통해 실외 노동자들의 휴식을 권고하고는 있지만, 의무가 아닐뿐더러 폭염경보가 뜨면 오히려 더 바빠지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휴식하라는 제도가 무슨 소용일까 싶다.
존재하지만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투명인간
엊그제 뉴스에서 한 아파트 주민들이 무더위에 고생하는 택배기사들을 위해 아이스박스에 얼음물과 음료수를 넣어 비치해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민들의 작은 관심 덕분에 자칫 모르고 지나칠 뻔한 택배기사들의 노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는 택배기사나 또 사회복지사들처럼 무더위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들이 바로 존재하지만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투명인간들이다. 올 여름 폭염만큼은 정부에서도 자연재난에 포함시켜 적극 대응에 나선다고 한다. 사태수습과 정책수립도 물론 중요하고 그들을 위한 처우개선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사회 투명인간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아닐까 싶다. 택배기사를 위해 아이스박스를 내놓은 아파트 주민들의 작은 배려처럼 사회적 관심의 시작은 얼음물 한 사발이면 충분하다.
- 투명인간이 바로 나인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투명인간을 생각하며... 알쓸복잡
* 우리사회 투명인간을 위해 한 평생 삶을 살다가신 故노회찬 의원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