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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외국인들이 홍대에 오는 거야?

by 김경락Oazzang철유

얼마 전 내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 “도대체 홍대에 뭐가 볼게 있어서 외국인들이 그렇게 오는 거야? 경복궁도 남산타워도 없는 곳에.” 난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만약 파리에 놀러 가서 에펠탑을 봤다면 그 앞에서 사진 찍고 페이스북에 올리고 한 시간쯤 있으면 다른 곳으로 가겠지. 그리고 만약 두 번 세 번 파리를 가게 된다면 더 이상 에펠탑에 갈 필요를 못 느낄 거야. 그러나 홍대는 달라. 전 세계에서 이렇게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안전하게 밤새 놀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거야. 매일 밤 예쁜 여자들과 멋진 남자들이 가득한 곳이니 어떤 청춘이 안 오고 싶겠어?” 아,,, 알겠다는 눈빛.

지금 오아시스엔 프랑스에서 온 루이라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일 년 동안 전 세계 여행을 계획하고 네팔을 거쳐 태국, 필리핀을 돌고 서울에 왔다. 사실 서울에 3일 정도만 머물렀다가 일본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하룻밤 묵는 동안 서울에 오아시스에 오아짱에 푹 빠져 버렸다. 며칠 더 며칠 더 연장하다가 결국 한 달 넘게 있다가 드디어 내일 호주로 떠난다.

유럽에서 혹은 미국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요즘 한국 노래나 드라마가 조금 유명해져서 그나마 알려져 있지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중국이나 일본을 가려고 계획했다가 며칠 거치는 곳 정도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와서 느껴보고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매력 있다고 생각하고 다시 꼭 오고 싶어 하는 나라 일 순위가 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대부분의 게스트들이 얘기하는 건, 젊음이다.

홍대 거리를 다니면서 이렇게 젊음으로 가득 차고 활기찬 곳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아무리 자연경관이 멋지다고 해도 아무리 문화유산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 나라의 젊음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 가? 이곳에 와서 다른 나라에서 온 게스트들과 금방 친구가 되고 한국인과도 친구가 되니 친구보다도 더 끌림이 어디 있겠는 가?

난 개인적으로 20년 전에 우연히 크라잉넛을 알게 되어 아직까지 그들의 공연에 가서 열광하고 홍대에서 열리는 펑크락 공연은 거의 다 쫒아 다닌다. 나도 인디 밴드들도 20년 전엔 몰랐다. 우리가 열광하는 이 젊음이 20년 후에 전 세계 청춘들이 부러워하는 문화가 될지를. 얼마 전 홍대 놀이터 앞에 있던 펑크락 공연장이 문을 닫았다. 아마도 더 멋지고 비싼 가게가 들어 올 것이다. 그런 큰 프랜차이즈들을 볼 때마다 한 편으론 마음이 좀 아프다. 비싼 임대료를 가뿐히 낼 수 있고 혹은 임대료를 자꾸 올리는 그런 거대 자본이 자꾸 많아질수록 정작 전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곳들은 홍대 밖으로 자꾸 쫓겨 나가는 것 같아서 말이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으로서 혹은 인디 음악을 20년 동안 즐겨온 팬으로서 부디 홍대는 계속 젊음으로 가득 차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젊음이 사람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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