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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집부터 구하기

by 김경락Oazzang철유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집 구하기. 다행히도 본인의 집이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관광지였으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발품을 팔아 집을 구해야 하니 내가 오아시스를 어떻게 구했는지를 통해 알아보겠다.

일단 집을 구할 때 제일 먼저 고려했던 것은 내가 인천공항에 내려 배낭을 메고 게스트 하우스를 찾았을 때 가장 쉽고 편하게 찾는 곳이었다. 여러분이 배낭을 메고 처음 파리를 갔다고 상상해보라. 공항에서 나와 정해진 숙소를 찾기까지는 거리에 아무리 멋진 곳이 있어도 심지어 에펠탑이 보여도 눈에 잘 안 들어 올 것이다. 일단 숙소에 짐을 풀고 체크인을 마치면 그때 비로써 파리가 제대로 눈에 들어 올 거다.

다음에 고려할 사항은 젊은이들이 많이 사는 곳. 여행을 하는 대부분은 20대 초반의 청춘들이다. 그들이 먹고 놀고 친구를 사귀기 편한 곳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내가 그곳에 대해 잘 아는 곳. 오래 살았거나 그 곳에서 많이 놀아봐서 그곳을 잘 아는 곳. 나에겐 홍대가 딱 그런 곳이었다. 일단 공항 철도가 바로 홍대입구역과 연결되어 있고 젊은 청춘들이 제일 놀기 좋은 곳이 홍대이고 개인적으로 난 펑크락을 즐기며 지난 20 여 년 동안 매 주말 홍대에서 놀았기에 이곳이 가장 편했다. 그래서 부동산을 통해서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마침 게스트 하우스 붐이 형성되는 때여서 많은 매물을 볼 수 있었지만 내 맘에 딱 드는 곳을 찾기는 힘들었다.

한 곳은 정말 맘에 들었고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이었다. 도착하자마자 4층까지 여행 가방을 들고 올라간다고 생각하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 아득했다. 당연히 탈락. 어느 곳은 공항 철도역에서 걸어가기는 너무 먼 길이었고 가는 길이 너무 삭막해서 첫인상이 안 좋을까 봐 탈락.

그렇게 삼사 일을 다니다가 지금의 자리에 게스트 하우스를 발견했다. 마침 전 호스트가 두 달 정도 운영하다가 내 논 상태. 작은 평 수이지만 방도 4 개이고 거실도 넓고 모든 게 맘에 들었다. 달라는 권리금을 다 준다고 하고 무조건 계약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무모할 수도 있었지만 모든 조건이 완벽했고 뭔가 느낌이 좋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금액과도 맞았고 바로 내일부터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맘에 들었다.

오 분 만 걸어가면 홍대의 중심으로 갈 수 있는 곳인데 집 앞은 작은 골목이라 너무 조용했고 모든 게스트들도 이점에 놀란다. 그렇게 복잡한 홍대 중심에 있으면서도 밤엔 너무 조용해서 잠자기 너무 좋다고. 이렇게 급하게 계약한 곳에서 삼 년을 운영했고 앞으로 몇 년은 더 여기서 오아시스를 운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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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입구역이 공항철도와 연결되면서 안 그래도 홍대에 외국의 젊은이들이 몰려오는 곳 이었는데 더욱더 매력적인 곳으로 변했다. 마포구에만 2015년 8월 기준으로 180개 정도의 게스트 하우스가 등록되어 있고 앞으로도 계속 더 생길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많이 생기는 것이 직접 운영을 하는 호스트 입장에서야 서로 경쟁을 해야 해서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홍대가 외국인 관광객들 특히 청춘들에게 끌리는 곳이기 때문 일거다.

내가 요즘 농담처럼 하는 얘기가 있다. 제일 부러운 호스트는 연남동 경의선 숲길 공원 바로 앞에 있는 집 주인 아들이라고. 그곳에 철길이 있던 시절엔 그 집이 뒷집보다 훨씬 저렴했을 텐데 지금은 집 앞에 멋진 공원이 생겨 앞집의 프리미엄이 훨씬 더 붙었을 거고 월세 걱정 없는 호스트는 얼마나 부담이 적을 까? 해서 하는 얘기였다. 그만큼 본인의 집으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면 부담은 적겠지만 그 집이 어디에 위치 하나도 큰 문제가 된다.

게스트 하우스 창업에 대한 강의를 몇 번 했더니 우리 집으로 많은 분들이 물어보러 오신다. 특히 은퇴한 부부들. 집은 예쁘다고 하는 데 위치가 정릉인 건 조금 곤란하다고 얘기해줬다. 공항 철도나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한 번에 연결되지 않는 곳은 일단 피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본인이 더운 여름 무거운 배낭을 메고 게스트 하우스를 찾는 게스트가 되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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