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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텃밭회상일지8

더워진다

by 구름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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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부쩍 더워졌다. 나의 밭일은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침 일찍 움직이는 게 정말 힘든 지독한 올빼미 인간. 하는 수없이 팔토시에 양산, 창이 넓은 모자까지 챙기고 정오가 되어서야 후다닥 밭일을 하러 가야 했다. (밭멍을 오래 할 수 없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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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순 : 애호박, 고추, 방울토마토 첫 수확



텃밭생활을 하다 보면 이웃분들이 오며 가며 그때그때 필요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초짜의 실패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신 것! 보통 아주머니들은 아주 친근하고 스스럼없이 불쑥 말을 건네셨다. 얼마 주고 샀어?, 더 깊게 심어야 해, 이렇게 저렇게 연결해... 등등등. 반면 아저씨가 말을 거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어느 날 한분이 조용히 다가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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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멀칭의 효과가 궁금하셨던 거다. 초보는 아는 게 없어서 드릴 말씀이 없었다....



애호박을 잘라버렸다

아저씨가 왔다 간 후 10분이나 지났을까. 시든 잎들을 정리한답시고 가위를 가지고 설치다 애호박의 본줄기를 싹둑! 잘라버리는 실수를 해버렸다........ OMG!!!! 어떻게! 어떻게... 괜히 초짜가 아닌 것이었다. 다시 붙일 수는 없나... 정말 이대로 안녕인가... 주렁주렁 달린 아기 애호박들을 보며 나는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새 줄기가 나와 계속 크긴 했지만 성장세가 이전만 못했다. (가위를 들었다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교훈..) 덕분에 호박잎 쌈을 맛있게 먹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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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열매를 따주어야 할까?

고맙게도 유튜브는 때에 맞는 영상을 끊임없이 안내했다. 영상에서 처음 달리는 열매를 따주어 영양분이 위로 가도록 하는 게 좋다고 알려줬다. 고추도 두 가지가 처음 갈라지는 방아다리에서 아래로는 잎이나 열매를 제거하라고. 하지만 나는 그러질 못했다. 예쁘고 아까워서... 토마토도, 오이도, 호박도, 가지도 그냥 그대로 키웠다. 대부분은 그냥 그런대로 잘 컸지만 파프리카는 처음 달린 열매가 너무 소중하고 귀여워 그대로 두었더니 열매를 키우느라 그랬는지 키도 잘 못 크고 열매도 잘 달리지 않았다.


도시텃밭08_6.jpg 언제 심었더라... 앉은뱅이 토마토




*2024년, 일 년 동안의 텃밭생활을 돌아보며 쓰고 있습니다.

초초초초보의 일지이니 틀린 정보가 있을 수 있고 전문가에게는 난이도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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