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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텃밭회상일지7

밭이 빛난다

by 구름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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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자라는 것들은 이토록 빛나고 예쁘다. 6월의 나의 텃밭도 그랬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밭은 보고 또 봐도 보고 싶게 했다. 물을 여러 번에 걸쳐 흠뻑 주고 곁가지를 제거하거나 지지대를 고정하거나 잡초를 뽑거나 하는 등의 약간의 밭일을 끝내고 나면 이제 나의 밭멍 시작이었다. 가까이 또 멀리에서 시선을 하나하나 서운하지 않게 골고루 건네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곤 했다. 땡볕이 아니라면 의자하나 놓고 내내 볼 수도 있을 정도로 밭멍은 나에게 최고의 휴식이자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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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 : 오이, 완두콩 첫 수확


덩굴작물 사이에 두세 개 심어 놓은 완두콩은 사실

나의 관심을 많이 받지는 못했다. 물론 그 작은 꼬투리 하며 나비 같은 흰꽃은 너무도 사랑스러웠지만 오이와 애호박 사이에 껴 있어서인지 잘 크질 못했고 며칠 방심하면 진드기도 잘 생겼다. 아쉽게도 전체 수확량이 꼬투리 5개 남짓이었다...

반면 새끼손가락보다도 작던 오이의 성장은 그야말로 눈이 부셨다. (과장해서) 돌아서면 커 있었다. 오늘은 오이를 따볼까! 쪼르륵 달린 오이 세 개가 첫 수확을 기다리고 있던 그날은 6월 5일이었다....



도둑의 출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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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가 하나 없다?! 어? 세 개가 나란히 붙어 크고 있었기에 오이의 빈자리는 확연하게 눈에 띄었다. 밭도둑에 이어 오이 도둑이라니! 또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하하하. 얼마나 탐이 났으면 세 개 중에 하나를 따갔을까. 모를 줄 알았거나 넌 아직도 두 개나 있으니 하나정도야 괜찮잖아? 뭐 그런 생각이었을까... 알고 보니 수확철이 다가오면서 도시텃밭에 심심찮게 도둑이 출몰하고 있었다. 새벽에 몰래 다닌다더라, 전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라더라, 이런저런 말들이 돌았는데 관리자에게 말해도 딱히 방법은 없었다. 직접 잠복하다가 잡던지 빨리빨리 수확을 하라는 말을 들을 뿐이었다. 이후에도 텃밭 구석에 있어 잘 보이지도 않는, 그러나 한여름이 되면서 잘 크고 있는 내 로즈메리를 어떻게 알았는지 끝을 죄다 잘라가고(일부러 트리밍을 한 것처럼) 한참 크고 있는 방울양배추를 모조리 통째로 뽑아갔다. 왜 왜 열매가 달리지도 않은 방울양배추를 뽑아가냐고!!!!! 언제는 경찰이 출동하는 걸 보기도 했다. 이웃의 상추대공을 죄다 꺾어 가져가 버렸다고. 몇 장 떼 간 것도 아니고 말이다. 와 지독하다 지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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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캡처한 사진을 프린터라도 해 붙여두고 못하도록 경고를 주고 싶었다.(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디서 주워 들어 cctv관제센터에 영상을 요청했다. 하지만 텃밭 안에 관제센터에서 볼 수 있는 cctv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구청홈페이지에 있는 '구청장에게 말한다'에 구구절절 민원을 하나 넣었다.(툭하면 민원 넣는 사람 아니다.) 정말 구청장이 읽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담당자의 정성스러운 조치와 댓글은 감동이었다.

고작이란 마음 때문에 아마도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두 번이야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지만 이렇게 고약하게 계속 남의 밭을 망치는 사람이라니. 그 만행이 계속될 거라는 게 화가 났다. 다행인지 텃밭생활이 거의 끝나가는 10월쯤인가. 텃밭공원 여러 곳에 cctv가 새로 설치되었고 내 텃밭 바로 옆에도 하나가 설치되었다. 작년에 유독 도둑이 기승이었다고 하더니 민원이랑 신고가 많긴 했나 보다.


도시텃밭07_4.jpg 오이 두 개 첫 수확!




*2024년, 일 년 동안의 텃밭생활을 돌아보며 쓰고 있습니다.

초초초초보의 일지이니 틀린 정보가 있을 수 있고 전문가에게는 난이도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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