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소중해
이제 한 달이 된 나의 밭은 작물들이 눈에 띄게 크기 시작하더니 작고 소중한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이것들을 찾고, 들여다보고, 며칠 전과 비교하느라 딱히 하는 일 없이 분주했다. 덩굴작물 중에서는 갑자기 단호박이 일등을 달리기 시작했고 비실비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던 파프리카에서도 귀여운 것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4월 말에 씨를 뿌린 적환무를 26일에 수확했다. 이름이 '20일 적환무'인데 20일은 조금 넘겼다. 수확할 시기가 다가오니 단조로운 내 밭에, 흙위로 조금씩 솟아오른 적환무의 선명한 붉은색은 작은 활기를 주었다. 솎아 준 뒤(제대로 솎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수확할만한 적환무는 얼마 되지 않았고 더욱이 온전한 적환무는 겨우! 겨우.. 두 개뿐이었다... 대부분 당근처럼 길쭉하거나 옆구리가 터지거나 거무죽죽하게 색이 변하거나... 했다. 역시 쉽지 않군. (아 20일을 넘겨 수확해서 그런가...)
그래도 적환무는 성장이 빠르고 수확도 일러 나 같은 초보자가 심기에는 꽤 좋은 작물 같았다. 작고 예쁘고 소중한 두 개는 그날 저녁 심심한 샐러드를 빛나게 해 주었고 못난이 아이들은 분홍빛 피클이 되었다. 적환무 피클은 처음이었는데 색도 예쁘지만 식감도 꽤 좋아서 올해도 조금 사서 만들어 둘 생각이다.
이웃들은 뭘 심었나?
이웃들의 밭구경도 큰 재미가 되었다. 두둑을 높게 쌓아 감자만 심은 옆옆옆 이웃의 밭은 감자꽃이 활짝 펴 생기가 넘쳤고 나보다도 더 늦게 시작한 건너편 이웃 밭은 듬성듬성 작은 모종만 몇 개 심고는 페트병을 씌워둬 나의 궁금증을 폭발하게 하더니 나중에 한여름이 되어서 지나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감탄을 뱉게 했는데.. 바로 수박과 참외가 덩굴덩굴 밭 하나 가득했기 때문! 커다란 수박이 주는 풍성함이 어찌나 대단하던지. 역시 프로는 집중도가 달라 달라. 비슷한 밭인데도 수박밭은 더 커 보이기까지 했다. 또 다르게 감탄이 나온 밭은 빈틈하나 없이 상추만 심은 먼 이웃의 밭이었다. 아마도 텃밭을 시작할 때 받은 쌈채소 씨앗을 휘리릭 뿌려둔 것 같았는데 뭐랄까... 무심한 듯, 욕심 없는 듯, 단호한 듯, 게으른 듯...그래서 더 힙한 느낌이었달까....
3차 모종 심기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인지 때문인지, 나의 모종 쇼핑은 계속되고 있었다. 씨 뿌린 바질이 영 불안해 바질모종(피자도 해 먹고 바질페스토도 만들어 볼 부푼 꿈이 있었으므로), 이름이 예쁜 버터헤드, 길러보고 싶었던 방울양배추, 생각은 없었지만 보이길래 담은 애플수박과 미니단호박. 이렇게 몇 개의 모종을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그런데 빨리 심어야 할 애플수박과 미니단호박만 쏙 빠져 배송이 되었다. 마음이 급한 초보는 판매자를 닦달할 수밖에 없었다...
*2024년, 일 년 동안의 텃밭생활을 돌아보며 쓰고 있습니다.
초초초초보의 일지이니 틀린 정보가 있을 수 있고 전문가에게는 난이도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