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인생의 모든 것은 영속성을 띠기 힘들다. 한 사람을 안고 그 사람의 향기를 맡고 품속으로 파고들던 모든 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모든 순간도 어느 순간 무뎌지고 퇴색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동토처럼 얼어붙어버린 마음에 불씨가 하나 지펴지면 그때 그 공기의 흐름이 떠오른다. 누군가를 안고 깊게 심호흡을 하고 그 사람의 체취를 맡았던 순간의 기억들. 그리고 다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아, 나도 심장을 가진 사람이었지.
이런 감정이 들면 끊임없이 그 상대에게 신호를 보내게 된다. 사실 상대가 날 밀어내거나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아도 좋다. 잠시 슬픈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가, 밀려드는 불안감에 떠밀려 다른 두근거림의 상대를 찾으면 되는 것을. 모든 나의 행동을 합리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자아가 우위를 선점한 순간 내 인생은 매우 불행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찌하나. 인간은 이토록 어리석은 존재인 것을.
수분감이 너무 적었던 미고랭, 뻑뻑하고 맵기만 했던 오일 파스타. 남산 아래의 그 맛에 잠시 취했다가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