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많았던 설 연휴

본능에 충실한 명절, 다들 할 건 다 했다.

by 어른돌

이번 설날은 5인 이상 집합 금지인 관계로 전체적으로 우왕좌왕한 모습이다. 좋아서, 혹은 억지로라도 모이던 친척들 간의 대규모 모임이 사라지고 같이 사는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거나 가까운 사람들과 보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 같다.


카페에 와있다. 한 50대로 보이는 여성 셋이 수다를 떨고 있다. 며느리 셋이 모이면 어느 누구의 시어머니 욕을 하는데, 갓 며느리 타이틀을 뗀 신입 시어머니들 셋이 모여도 며느리 욕을 한다. 이놈의 욕은 어디서든지 마찬가지다. 그래서 내가 결혼을 안 하지. 우리 엄마에게도 욕할 기회를, 내가 모르는 그 누군가에게도 우리 어머니 욕할 기회를 주고자 하지 않는 것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며느리가 시댁에 오지 못하겠다고 했나 보다. 그런데 며느리가 자기 친정은 갔다고 한다. "아니, 그렇게 못 간다더니 지 친정은 왜가?" 그리고 각자의 시댁과 며느리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다 자기 합리화다. 며느리 입장에선 내가 잘했고, 시어머니 입장에서도 내가 잘했다. 듣기만 해도 피곤하다. 뭐 저기 앉아있는 신입 시어머니 말들도 맞긴 한 것 같다. 개개인마다 집안 사정은 다 다르겠지만 이번 연휴를 통해 확실히 느낀 것은 다들 자기 합리화 속에 명절을 보냈다는 것이다.


거리두기로 고향 방문은 사라졌지만 대신 더 먼 바닷가로 놀러 간다. 산으로 들로 바다로. 평소 조용하던 동네 카페도 오늘은 바글바글이다. 지금도 8차선 도로 너머로 보이는 샤부샤부 무한리필 집 속 사람들의 움직임 역시 분주하다. 어차피 선택은 자기 자유다. 나 역시도 9시 영업제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매일 밤 11시 넘어서 집에 들어가고 꼬박꼬박 대중 시설들을 이용했으니까.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이 '하기 싫은 것'에 대한 핑계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냥 가기 싫어서, 귀찮아서라는 말을 교묘하게 덮을 수 있는 소재가 바로 코로나이기 때문이다. 왜 핑계를 대고 '착한 척'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언제나 예외조항이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본인에게 그 예외조항들을 적용하는 이상 타인을 욕하진 말아야 할 것 이다. 조용히 있을 것이면 '방역수칙 잘 지키는 사람'이란 자부심이나 타이틀을 내려놓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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