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331 첫째/D+2446 둘째
"아빠! 이번주에 내가 샌드위치 만들어줄게."
"너 햄 안 먹잖아?"
"아니야 내가 만들면 먹어. 재료만 사줘. 제발~~"
학교에서 샌드위치 만드는 법을 배운 딸이
실력발휘를 하겠단다.
결국 내가 만드는 거 아닐까 걱정되지만,
저렇게 애원하는데 한 번 해보라지.
결국 우유식빵, 햄, 치즈를 샀다.
재료까지 갖춰지자, 딸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그리고 일요일. 드디어 기회가 왔다.
식탁에 자리를 깔고,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한다.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며,
컵으로 빵과 치즈, 햄을 둥글게 찍어낸다.
곁에서 보던 둘째도 거든다.
아직 힘이 부족한 둘째는 온몸으로 컵을 누른다.
둥글게 찍어낸 빵에 햄, 치즈를 엊고,
딸기잼을 발라서 완성.
자투리 빵으로 지느러미도 붙이자 물고기 모양 샌드위치가 됐다.
햄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 손으로 만든 햄치즈 샌드위치는 괜찮은가 보다.
뭐든 자기가 해보겠다고 나서는 건 딸 만이 아니다.
"둥, 청소기 배터리좀 갈아줘~"
아내의 말에 공구상자를 꺼냈다.
뚝딱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둘째가 나타난다.
그리곤 나보다 먼저 드라이버를 손에 쥔다.
"아빠! 내가 해볼래!"
나사 4개 풀어내고 배터리만 교체하면 되는 일.
5분이면 충분하다는 내 계획이 틀어진다.
"내가! 내가 한다고~"
이빨도 안맞는 드라이버를 들고 조막만한 손을 부지런히 놀린다.
결국 나사를 풀고 죄는 건 아들 몫이 되었다.
청소기 배터리를 갈고 뿌듯해 하는 모습을 보니,
시간은 더 걸렸지만 맡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점점 늘어난다.
더 시간이 지나면,
식사를 차리는 것도
고장난 물건 고치는 것도
아이들에게 맡길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조만간 주말 아침밥 정도는 맡겨도 되지 않을까...
행복한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