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67 둘째
"오늘 하루 어땠어?"
"좋았어."
입학 3일차.
갓 초등학생 둘째는 도대체 뭘 배우는 걸까?
궁금한 게 산더미다.
하지만 이런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둘째의 대답은 언제나 짧다.
답이 짧은 둘째에게서 여러 이야기를 듣는 방법이 있다.
먹는 걸 좋아하는 둘째는 음식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써온 노하우다.
급식 이야기를 물었다.
"오늘 반찬 뭐 나왔어?"
"만두국 나왔는데, 맛있었어. 처음에 2개 먹고 3개 더 받아서 먹었어."
"빨간 고기는 조금 질겨서 남겼어. 오이무침은 다 먹었어."
"핫도그도 맛있었어. 케찹 안바른게 더 좋아."
음식 이야기에 답이 길어진다.
기세를 몰아 슬쩍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다.
"학교에서 공부도 했어?"
"선긋기 했어. 검은 색연필로 그었는데, 복잡한 게 하나 있었어."
"급식 먹는 법 배웠어. 식판 두손으로 드는 거랑, 다 먹고 버리는 법 알려주셨어."
"화장실은 가 봤어?"
"가 봤지~! 세번이나 갔어."
"혼자 갈 수 있어?"
"그럼, 혼자 가지. 한 번은 친구들이랑 같이갔어. 쉬는 시간에 복도 나가면, 딱! 화장실 가는거야."
곁에서 듣던 첫째가 거든다.
"화장실은 친구랑 같이 가야지!! 그게 우정이야."
여자아이들이 같이 화장실 가는 건 유전자에 있는 걸까?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그러는 걸 보면 신기하다.
나도, 아내도, 첫째도
둘째 이야기에 빠져든다.
밥 잘 먹는다니 마음이 놓이고,
줄 잘 긋는다니 대견하고,
화장실 잘 간다니 기특하다.
"둘 다 적응을 잘 하는 것 같아 다행이야."
아이들이 씻으러 간 사이 아내가 말했다.
옳은 말이다.
어려워하면, 힘들어하면 어땠을까?
곁에서 마음 졸이고 응원하는 것 밖에 하지 못했을텐데,
스스로 잘 해주니 감사한 일이다.
"혜가 훌륭하게 잘 낳고, 바르게 길러서 그런거지. 고마워."
아이들이 잘 해주니, 아내와 나도 사이가 더 좋아진다.
새로운 한 발은 늘 설렌다.
거기엔 기분좋은 기대와 가슴 떨리는 불안이 공존하는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긴장되긴 마찬가지다.
다행히 둘째는 새로운 출발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잠들기 전 둘째가 말했다.
"내일 방과 후는 드론 조종 배우는데 기대 돼."
ㅎㅎㅎ 그래.
내일도 새로운 세상 많이 배우고 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