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48 / 첫째
클래식 사파리 공연 관람 차 세종문화회관을 다녀왔다.
현악 4중주에 피아노, 클라리넷, 하프가 더해진 연주회였는데 여러 동물을 묘사한 음악을 해설과 함께 들을 수 있었다.
고양이, 강아지, 고니, 코끼리, 사자...
다양한 동물들의 소리와 몸짓을 소리만으로 표현해 내는 것을 들을 수 있었는데 특히 '춤추는 고양이'라는 곡이 인상적이었다. 바이올린이 '미야옹~' 하는 소리를 연주할 때마다 아기 고양이가 뒹굴거리며 노는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세종문화회관 입구에서 플리마켓을 만났다.
플리마켓 한편에는 업라이트 피아노가 있었는데 누구나 연주할 수 있도록 비치해 둔 것이었다. 마침 6~7살 정도 되는 아이가 연주 중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노천 피아노에서 연주를 하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딸에게 슬쩍 연주를 권해 보았다.
"리안아, 너 연습하는거 있잖아. 너도 한 번 연주해 봐."
오가는 사람이 많아 나서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아이는 선뜻 피아노로 다가섰다. 동생의 연주가 끝나고 피아노 앞에 앉은 딸은 능숙하게 연주를 시작했다.
연주곡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OST "언제나 몇 번이라도".
피아노 학원에서 한창 연습 중인 곡이라 악보 없이도 완주할 만큼 실력이 늘었다.
미를 눌러도 소리가 안나
연주를 마친 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쉬운 듯 말했다.
연주 중간 종종 소리가 끊어지곤 했는데, 조율이 안 되어 있었나 보다.
'미'가 음소거 된 이빨 빠진 연주였지만 광장에서 딸의 연주를 바라보는 것은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항상 '아이들이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래왔는데, 소원을 이룬 기분이랄까.
우연히 마주친 피아노 덕분에 두 번이나 음악회를 관람하게 된 하루다.
수준높은 음악가들의 클래식 공연이 훌륭했지만 조율 안되고 고장난 피아노로 연주한 딸의 연주가 더 마음에 드는 이유는 내가 고슴도치 아빠이기 때문이겠지.
어쩔 수 없다.
아마 이번 생은 평생 그렇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