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4350 남편
아내가 없는 주말을 보냈다.
토요일 아침, 아내가 급히 부산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라서 일요일 점심에는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아내는 가족을 남겨두고 떠나는 것이 신경쓰이는지 발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오히려 남아있는 내가 걱정말고 잘 다녀오라며 덤덤히 아내를 배웅했다.
아내는 꼬박 하루를 떨어져 지내야 하는데도 전혀 아쉬워하지 않는 나의 모습에 서운해했지만, 나는 내심 담담하게 보내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가끔 내가 집을 비울 때마다 많이 아쉬워하는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차피 다녀와야 하는데 무던하게 배웅해야 다녀올 사람의 마음이 편할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도 아내가 하루 없다 해서 어려울 일이 있겠냐 여기기도 했다.
아내가 부산으로 떠나고 아이들과 나는 2시간 수영, 레고놀이, 자장면 외식, 아이스크림 산책까지 꽉꽉 눌러담은 하루를 보냈다. 중간중간 아내에게 사진도 보내주며 ‘이 정도면 혼자서 데리고 있었던 것 치곤 잘했어’ 하고 스스로 뿌듯해했다.
아내의 빈자리가 주는 허전함은 잠자리에 들어서야 물밀듯 밀려왔다.
불끄고 누운 침대에서 두 아이가 양쪽 옆구리를 사정없이 파고들어도 채워지지 않는 감정이 있었다. 하루 종일 신나게 시간을 보낸 것 같았지만 곰곰히 돌아보니 내내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다.
원래도 말을 잘 듣는 아이들은 이제 많이 자라서 손 갈게 없으니 힘들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작은 생명들을 혼자 돌보고 있다는 어려움보다는, 나와 동등하게 사고하고 대화하고 정서를 나누는 어른의 존재가 부재한 것에 외로움이 느껴졌다.
잠들지 못 하고 새카만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니 온갖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품을 파고든 두 아이의 색색거림이 가까워질수록, 토요일 밤이 깊어질수록 헛헛함은 커졌다. '내가 군에 있었던 10년 동안 아내는 늘 이렇게 지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짧게라도 집을 비울 때마다 아내가 왜 그렇게 아쉬워했는지도 절절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내는 일요일 점심이 되어 다시 돌아왔다.
하루만에 다시 만난 아내는 그 사이 더 빛나고 있었다.
그런 아내가 어찌나 반가운지 시골집에 갈 때마다 꼬리가 빠져라 흔들어대는 강아지들의 심정이 이해가 됐다.
혜가 없어서 토요일 내내 헛헛~~한! 하루였어!
나는 돌아온 아내에게,
떠날 때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아쉬움, 서운함, 슬픔, 헛헛함'을 아낌없이 털어냈다.
어떤 말로도 그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괜히 목소리만 크고 걸게 갈라졌다.
나는 이제 안다.
아내 없이 보내는 하루의 공허함을...
그래서,
앞으로는 집을 비우는 아내에게 온 힘을 다해 아쉬움을 토로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