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 그림 그려줘

D+2276 둘째

by 바다별


AI를 이용해서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던 중, 둘째가 다가와 말했다.

"아빠, 나도 해볼래."


흥미롭게 화면을 들여다 보는 둘째에게 챗GPT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써보게 해줬다.

"리후가 원하는 그림을 이야기하면 그려줄거야."


한참 고민하던 아이가 말한다.


"학 그림 그려줘."

둘째는 AI가 만든 두루미 캐릭터에 모자도 씌워보고, 오리친구도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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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AI의 시대다.


챗GPT가 처음 공개된 것이 2022년 11월.

이제 만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어느 분야에서건 AI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텍스트 기반 LLM부터 검색 특화형, 프롬프트 도우미, 코딩 보조툴까지, 목적에 따라 특화된 AI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최근 ‘커서(cursor) AI’를 활용한 바이브 코딩이 유행하면서, 나도 필요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코딩 지식이 거의 없어도, 필요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체감하게 되자, 단순히 기술을 잘 쓰는 문제를 넘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우리는 늘 타인의 능력을 빌려서 사용해 왔다.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며, 디자이너에게 이미지를 의뢰하는 것이 그런 일이다. 심지어 컴퓨터에 밝은 회사 후배에게 프린터 설치를 요청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AI는 '전문가의 도움'을 대체함으로써 그들의 능력마저 내 능력처럼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 전문가 없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수많은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 역시 AI의 도움으로 두 권의 책을 편집하고, 다섯 개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문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불과 한두 달 만에 완전히 새로운 능력을 갖추게 된 건 분명 AI의 힘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


나는 첫번째로 ‘하고 싶은 것을 떠올리는 능력’을 꼽는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만 분명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는 AI와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묻는 것을 모두 답해주는 최고의 파트너지만,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는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표현력'이다.

머릿속에 구상한 것을 구체적이고 풍부한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크롤링 프로그램을 만들 거야"보다는, "어떤 사이트에서 어떤 키워드로 검색하고, 오늘 날짜 기사만 정리해서 csv 파일로 저장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거야"라고 설명할 수 있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제대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개념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풍부한 표현력과 지루한 설명의 과정을 견딜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알려줘야 할 것은 하고 싶은 것을 떠올리는 힘과 그것을 풀어낼 수 있는 언어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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