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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찬 Aug 02. 2021

제주의 식개(제사)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식당

제주 서귀포시 서귀동'혼차롱식개집'

제주 사람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누어 먹는 '나눔의 식문화' 소중히 한다. 이는 공동체 안의 모든 '괸당' 초대하는 관례와 혼례, 상례  아니라 가문의 조상을 모시는 제례에도 역시 통용되었다. 제주에선 식게맹질 <먹으러> 간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제주어로 식개는 '제사', 맹질은 '명절' 의미한다. 육지에서는 제사와 명절을 <지내러> 간다라고 표현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제주의 <먹으러> 간다는 표현은 척박한  환경을 배경으로 형성된 '공동체 ()문화' 단적으로 나타낸다고   있다.   

제주도의 전통 제사상 (출처 : 정성다함 블로그)

제주도에선 제사를 식개, 식게, 시께라고 하는데 이는 食皆에서 유래했다고 여겨진다. 한자로는 밥 식食, 다 개皆, 즉 다 같이 모여서 먹는다라는 의미이다.


제사는 조선 시대 성리학이 일상 생활에 자리잡기 시작하며 굳혀진 문화로 어느 정도  안에서의 고유한 형식은 같되, 지역마다 구하기 쉬운 음식과 가문의 형편에 따라 변형되어 정착되었기 때문에 제사 음식이 마땅하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역에 따라 제사 음식은 각기 다를지라도 조상의 음덕을 기리기 위해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고 정성을 다해 정갈하게 준비하는 것은 지역의 구분이 없다. 일전 올린 ‘낭푼밥상 제주의 ‘ 자를 위한 잔치 음식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곳은 <돌아가신 분을 위한 제사 음식> 관한 이야기가 식탁에 담겨 있다.

서귀포 올레시장 근처에 소재한 <혼차롱 식개집>

혼차롱 식개집이라는 상호에는   음식에 관한 정체성이 담겨 있다. ‘ 하나를 의미하고 ‘차롱 음식을 담는 소쿠리, ‘식개 제주어로 제사를 뜻한다. , 제사 음식을 소쿠리에 담아내는 식당이란 것을 상호에서 유추할  있다.

혼차롱식개집의 소박한 호박잎국

제주의 향토음식을 경험하러 마음먹고 방문한 곳이지만, 식전 음식으로 내준 <호박잎국>부터가 육지에선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다. 제주 어느 동네  주변을 가도 호박 덩굴이   사이로 뻗어 돌담 위까지 무성하게 덮여 있는 광경을 쉽게 찾아볼  있는데, 그만큼 재료의 조달이 손쉬웠으니 먹을  귀했던  지역 어염집에선 여름의 단골 메뉴였을테다. 주인장께 여쭤보니 멸치국물에 호박잎을 넣고 끓이다 밀가루를 대충 풀어 국물에 흩뿌린 것이 조리법의 전부라는데 거뜬히  그릇을 비워냈다.

삼색나물이 중심이 된 기본찬

기본찬을 내어주는데, 시금치와 고사리, 콩나물 등 삼색나물을 필두로 노각무침, 늙은 호박 조림과 가지 등이 상에 내어진다. 제사 음식은 색의 조화로움을 조화롭게 각 방위에 배치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곳의 기본찬 역시 오방색(황색, 청색, 적색, 백색, 흑색)을 고루 갖추었다. 특히나 제주에선 돌아가신 조상신이 그날 차린 제물을 빙떡이나 느르미전 같은 넓적한 전에 싸서 고사리로 묶어 어깨에 짊어지고 간다고 믿었기에 고사리는 식개상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차롱에 담겨아오는 빙떡, 옥돔구이, 됫괴기적 (혼차롱 세트)

이 식당에선 차롱에 옥돔구이와 빙떡, 돼지고기 산적구이를 담아 가져다주시는데 내 흥미를 끌었던 것은 <빙떡>이다. 제주는 전국에서 메밀 산지로 으뜸인데, 강원도 대표 음식인 막국수가 메밀 요리의 상징으로 자리 잡다 보니 오히려 제주 메밀의 대표 음식인 <빙떡>은 육지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몹시 낮은 편이다. 빙떡은 메밀가루 반죽을 둥그렇게 부쳐내어 무나물을 또띠야처럼 싸 먹는 음식인데 양념이 거의 들어가지 않다 보니 슴슴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빙떡에 쏠라니(옥돔)

제주에는 “빙떡에 쏠라니”라는 표현이 있는데 슴슴한 빙떡에 쏠라니(제주어로 옥돔)을 한 점 얹어먹으면 간의 밸런스가 맞아 들어가며 매력이 배가된다.

향신료를 배제하고 구워낸 제주의  됫괴기적(돼지고기 산적)

돼지고기 산적구이는 제주어로 <됫괴기적>이라 하는데 제사상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특식이다. 제사 음식이기에 향이 강한 마늘 등은 배제하고 간장, 참기름, 설탕 등 향신료를 배제하고, 간단한 양념만을 사용하는데 꼬지에 꿰인 고기의 크기가 심상치 않다. 이는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기 위해 제사 음식은 길고 크게 만들어내는 풍습의 결과물이다.


아무래도 '산 자'인 나는 '죽은 자'를 위해 한국인의 기본 양념으로 건국신화에서조차 등장하는 마늘이 배제된 제사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지는 못 했다. 다만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식당이라는 것과 <훌륭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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