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남원시 하정동 명문제과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영향력은 군사력과 경제, 외교 등에 국한되지 않고 <생활문화> 영역까지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맥도날드와 코카콜라, 헐리우드 영화로 대표되는 미국의 문화 산업은 세계 각국에 침투하여 그 나라 고유의 문화를 야금야금 잠식해버려 좋게 표현하자면 <글로벌 스탠다드>, 시니컬하게 표현하자면 <로컬 문화의 말살>이라는 결과물을 가져왔다.
특히나 거대 자본과 최첨단 영상 기술을 앞세운 헐리우드 영화는 펄럭이는 성조기와 미국 찬양 일변도의 영상을 앞세우고도 전 세계인의 환호를 받고 있는데, 최근 개봉한 대표적인 영화 중 하나가 지구를 수호하는 미국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은 <마블 어벤저스> 시리즈이다.
헐리우드 영화를 국내 베이커리 업계의 <대기업 빵집>으로 단어를 대체해보면 지방 중소도시 노포 베이커리의 생존기가 얼마나 고되고 눈물겨웠을지는 미루어 짐작해보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와중 이들이 살아남는데 일등공신이 된 시그니처 빵의 경쟁력 역시 굳이 맛보지 않아도 그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다.
대전의 성심당, 군산의 이성당, 전주의 PNB 풍년제과 등 이미 그 규모와 영향력이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로 대표되는 대기업 빵집은 넘어선 지역은 논외로 하고, 조그마한 동네 빵집으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곳이 있으니 그중 하나가 바로 <남원의 명문제과>이다.
백종원의 삼대천왕에 <생크림 슈보르>라는 당시 대기업 빵집에서는 팔지 않는 빵이 소개되며 전국 빵순이들의 관심을 한눈에 받았고, 하루 3번 빵이 나오는 시간에 방문하여 <여전히> 대기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방송빨이 끝나고도 여러 번 그랬어야 할 시간이 지났건만 여전히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구매한 것은 이 빵집에선 반드시 경험해봐야 한다는 <꿀 아몬드, 생크림 슈보르, 소세지 빵> 3종과 노란 빛이 먹음직스럽데 도는 <카스테라>이다.
꿀아몬드는 식빵 사이 커스터드 크림을 바르고 겹쳐낸 빵 위에 아몬드와 꿀을 토핑하여 오븐에 구워내었다. 커스터드와 꿀이라는 각기 다른 단맛의 레이어를 가졌기에 별거 아닌 조합임에도 감칠맛이 꽤 깊다. 생크림 슈보르는 대왕 홈런볼처럼 생겼는데, 소보로와 생크림 인심이 꽤 넉넉하여 아주 맛있게 먹었다. 소세지 빵은 누구나 호불호 없이 좋아할 맛이고..
명문제과는 2016년 춘향제를 보기 위해 남원을 방문한 후 6년 만의 해후이다. 당시만 해도 삼십여 년간 동네빵집을 고군분투 지키셨을 노장들께서 이곳을 지키셨는데, 오랜만에 방문해보니 이젠 자제분들인지, 직원인지 꽤 여럿이 분주하게 빵을 구워내는 모습이 ‘이 빵집의 역사는 이후로도 꽤 오랫동안 이어지겠구나’하는 생각에 흐뭇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