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미술의 공통점

5가지

by 젊은 느티나무

1. 기본 재료가 풍부하면 더 성공적이다.

단 세 가지 색만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50가지의 색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같은 색에도 명암과 채도에 따라서 수십 가지로 갈리는데 단순한 색만 가지고 표현하려는 미술에는 한계가 있다.

마찬가지로 요리가 어려운 것은 식재료가 풍부하지 않아서라는 것을 이번 여름 여러 가지 야채를 건조해 팬 추리에 보관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써 보고 알게 되었다. 신선한 야채를 살 때는 어디에 사용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구입을 하지만 상황은 쉽게 바뀌기 마련이고 일주일치 식단을 짜서 미리 계획적인 구입을 하지 않는 이상 냉장고 한 귀퉁이에서 순서가 뒤로 밀리면서 신선함을 잃어간다.


한 번 잘해서 먹고 남아 있는 야채는 두 번째 같은 식단으로 만들어 맛있게 먹을 수는 없다. 다양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의 두뇌가 원치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 놓은 메뉴가 있어도 혹시 빠트린 식재료가 있으면 이를 구매하기까지 순위가 밀려나게 되고 어느새 무엇을 위해서 샀는지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다.


2. 창의력을 필요로 한다.

피카소가 추앙받는 이유는 기존의 전통적인 평면적인 화법에서 고정관념을 버리고 어떻게 하면 입체적인 다양한 모습을 구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기 때문이다. 비록 모습이 입체적이라 기괴해 보이지만 전통적인 기법의 작품에서 느낄 수 없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그림은 '쿨' 그 자체이다.


레시피가 필요 없는 메뉴는 머리에 저장되어 있으므로 요리할 때마다 노트나 웹을 뒤적이지 않아도 된다.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 볼라 치면, 제대로 레시피를 따르지 않으면 의도한 맛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지레 겁을 먹고 레시피에 필요한 것들이 준비될 때까지 미루다 끝내 시도해 보지도 못하고 끝이 난다.


식재료가 풍부하면 레시피에 매몰되기보다는 갖고 있는 식재료로 나름의 요리를 시도해 보게 된다.

불린 야채를 냉장고에 두게 되니 건강을 위해서 적어도 하루에 한 컵씩 소진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이 야채를 이용해 무엇을 만들까?"거꾸로 생각하다 보니 다양한 메뉴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두부가 있길래 마파두부를 시도해 보게 되었다.

두부찜은 즐겨 애용하는 메뉴로 보통은 프라이팬에 노릇노릇 구운 다음 여러 가지 양념을 불을 끄기 전 몇 분 전에 두부 위에 얹여 잔여 열기로 조린다.

야채가 물과 함께 불려져 있어 조림보다는 뭉근하게 끓이는 요리가 맞겠다 싶었다. 두부를 소스팬에 넣고 약간 볶은 다음 불려진 야채와 불린 물을 같이 넣고 양념을 원하는 대로( 참기름, 후추, 마늘, 양파, 생강, 고춧가루, 설탕, 소금) 넣어 뒤적이며 볶다가 녹말가루를 넣어 되직하게 만들었다 (굴소스를 넣었어야 했는데 깜빡 잊어 먹었음).

마파두부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가 녹말가루를 넣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PF Chang'이라는 유명한 중국 식당에서 마파두부를 시켰는데 두부가 그냥 두부가 아니고 마치 가락국수에 들어가는 바람 들어간 두부 같은 질감에다 양념 소스도 밍밍한 맛에 너무 실망을 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내가 만든 마파두부는 갖은 야채에서 나오는 풍미와 싱싱한 두부의 맛이 곁들여져 더 맛이 났다. 게다가 비장의 직접 만든 천연 다시다( 멸치, 표고버섯, 다시마를 갈아서 만든)를 넣었으니까 말이다.

아이스 큐브 트레이에 다진 마늘을 넣어 한번에 쓸 분량으로 얼림(좌) 향산료(우)


3. 자신이 갖고 있는 숱한 경험이 창작을 이끌어 낸다.

어떻게 해야 훌륭한 화가가 될 수 있는가는 잘은 모르겠으나 작가와, 음악가등 예술가들은 공통적으로 인생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들을 녹여내어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좋은 경험이든 실패의 경험이든 무엇이든지 말이다.


요리에 대한 경험은 맛에 대한 경험이므로 훌륭한 맛을 많이 본 사람들이 좋은 요리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 식당에 가서 이탈리아 음식을 먹어보면 그 맛이 어떤지를 알 수 있고 그래야 한 번이라도 시도해 볼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예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바쁘다는 핑계로 정말 쉽게 만들었다. 파스타를 끓여 놓고 한쪽에서는 토마토로 만든 파스타 소스를 붓고 그위에 냉동 밋볼(meat ball: 고기 완자)을 넣어 낮은 불로 끓이다 밋볼이 익으면 파스타(스파게티 국수)에 부은 뒤에 파머 잔 치즈를 뿌려 내었다.


지금은 파스타를 만들 때 당연히 불려놓은 야채들을 듬뿍 넣어 올리브 오일을 넣고 볶다가 갖은양념 들을 넣은 다음 파스타 소스를 넣는다. 밋볼을 생략하고 그저 야채의 풍미와 신선한 치즈를 곁들이면 충분히 맛있는 스파게티가 된다.

4.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색을 가진 화가는 이것저것 써보다 자기가 원하는 색을 발견하기도 하고 만들어 내기도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식재료( 풍부한 야채와 다양한 양념, 향신료(스파이스)를 가지고 있으면 손쉽게 이것저것 시도해 보게 되고 원하는 맛을 찾아내기도 한다.


중 학교 런치 룸에서 요리사는 타코에 들어갈 양파와 녹색 피망을 채 썰어 소금과 스파이스, 큐민(cumin)을 뿌려 오븐에 굽는다

코를 간질이는 풍미에 그냥 지나치질 못했다.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답이 너무 간단하다.

소금과 큐민만으로 그리 맛있는 풍미가 난다니 말이다. 그를 알고 나서부터 야채를 볶을 때 큐민을 넣는데 카레에 풍미를 더한다.


5.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대담함이 필요하다.

화가든 누구든 익숙한 자기만의 방식을 떠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요리의 맛은 처음부터 길들여진 맛도 있지만 거부감이 생기는 맛도 많아 이는 어쩌면 당연하다.

나부터도 어렸을 때 호박을 먹지 못해 한참 걸렸고 매운 돼지 불고기는 먹었지만 소고기는 냄새나서 쳐다도 보지 않았다.

미국에 와서 정말 적응이 안된 야채가 브로콜리였다. 도대체 아무런 맛도 없는 이런 야채를 왜 먹을까 의아하면서 비위에 맞지 않았다. 사람들이 너무도 즐기고 애용하는 것을 보고 "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 이맛일까"하는 의문에서 이해하려 애를 써야 했다.

지금은?

풍성한 입 채소라 어디든 들어가면 쥬시한 맛에 야채를 원하면 당연 브로콜리가 들어간 메뉴를 찾는다.


맛에 개방적인 사람이 사람에게도 개방적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음식은 문화이고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외국인이 한국 사람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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