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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Sep 02. 2021

이토록 예쁜 색의 야채수프

예쁜 몸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야채를 다듬으면서 키친에서 일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엄마의 음식 솜씨를 닮았을 테니 요리할 때 맛이 있을지 없을지를 걱정하지는 않는다. 요리는 맛을 기억하고 기억에 있는 맛을 재현하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남들이 음식 솜씨 있다고 칭찬받는 엄마의 손맛 때문이다.


결혼하기 전 엄마를 도와 감자볶음을 하거나 꽈리고추 볶음을 할 때 곁에서 거들어 드린 적은 있지만 요리에 관심은 전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미국 그로서리에 있는 푸성귀의 품목은 자못 내가 자란 한국과는 달라서 녹색채소 중 시금치 말고는 정이 가는 야채가 없었다.

냉잇국, 아욱국, 호박잎과 줄기를 넣어 만든 된장국은 제일 좋아했는데 여기에선 오직 시금칫국이다.


바빴다면 핑계이고 관심이 없다고 하기엔 아이들 키우는 나의 환경이 뭔가를 밀도 있게 몰입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나지 않았다. 작년 막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직접 차를 몰고 다니기 전까지...



올여름 우연히 식품 건조기를 알게 되고 야채를 말리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잠재되어 있는 '농부의 DNA'를 발견하게 되었다. 자연에서 자란 푸성귀들의 모양, 색깔, 질감이 손에 닿을 때마다 자연과 연결된 힐링의 느낌이다.

야채가 내손을 거쳐 말려졌다 다시 꺼내어 요리할 때마다 영양분 그대로 자연의 에너지를 받으니 이보다 더 밀접한 우주와의 연결이 있을까!

손질의 단계를 거치면서 야채와 정이 들었달까?


예전에 읽었던 "천상의 비밀"이라는 책이 기억난다. 사람이 기와 에너지를 받게 되는 원인을 추리 형식으로 찾아가는 소설이었는데  결론은 야채였다. 꼭 맞는 해답임에 허탈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때보다 결론이 믿음처럼 다가온다.


야채를 많이 먹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물론 보통의 미국인들 식단보다 많은 야채를 섭취하겠지만 기껏해야 김치 몇 조각 아니면 가끔 국에 들어간 시금치 파, 양파, 당근이 보조로 들어가는 정도이다.

이제 야채를 주인공으로 모시는 나의 식단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말려놓은 야채가 풍부하니까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보조가 아니라 주인공으로 무대 전면에 등장을 시켰다.

눈치 채셨죠? 많은 양의 스프를 만들어 냉장고에 넣고 몇일 먹기보다 원할때 마다 조금씩 끓여 먹기 위해 말리기에 들어 갑니다.

우연히 보았던 유튜브에 '일주일만 먹어도 살이 빠지는 기적의 야채수프'라는 제목에 끌려 들어가 보았는데 너무 간단하고 내가 좋아하는 식재료들이라 당장에 실행을 해보았다.

1. 양배추(반절), 당근, 양파, 셀러리, 마늘을 넣고 켄에 들어있는 스튜용 토마토와 깍둑 썰기한 토마토를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붓는다.

2. 끓기 시작하면 갖은양념: 오레가노(Oregano), 후추, 마늘가루, 양파가루, 칠리 페퍼, 소금 약간을 넣어 뭉근하게 중간 불로 끓인다. 약 45분간


칠리 페퍼 대신에 고춧가루를 넣고 후추를 듬뿍 넣었다. 요즘 요리에 후추를 듬뿍 넣는 것이 나 혼자만의 유행이다. 오래가노가 파스타 소스에 들어가는 이탈리아 음식에서 많이 쓰이는 양념이라는 것을 맛을 통해 알게 되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맛으로 그것을 찾아낸 것은 마치 비밀의 문을 연 느낌이다.  

가게에서 파는 파스타 소스를 항상 이용했는데

자 그러면 다음번에는 파스타 소스를 직접 만들어 봐야겠다.


양배추에서 나온 보라색이 토마토의 붉은색에 가해져 진한 붉은색이 되고 샐러리, 당근, 양파와 마늘이 어울려진 색채의 향연이다. 이렇게 고운 색에는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이 많이 들어 있어 섭취하면 건강에 좋다고 한다.


올겨울 아무리 추워도 걱정이 없다. 내 몸을 녹일 야채 수프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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