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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Aug 31. 2021

내게 너무 좋은 사과 식초

사과를 말릴 때 갈변을 막기 위해 전처리 과정을 하는 것이 번거롭고 비타민이 물에 씻겨 손실되는 것이 싫어서 그냥 계핏가루를 사과 위에 뿌렸다. 

말리는 내내 집안에서는 향긋한 사과향과 계피향이 가득하다.~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호박 향이 나는 펌킨 스파이스 향초를 피우며 핼러윈과 추수감사절까지 가을을 만끽한다. 

그러고 나서 한 달이 있으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그때는 솔잎향이나 사과향이 깃든 향초를 피운다.

입추는 지났지만 아직 가을이 저만치 있는데 사과향과 계피향이 계절을 미리 끌어온 것 같은 느낌을 불러온다.


식초가 좋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

우리 집은 오크 원목나무로 바닥이 깔려있다. 겨울철에 신발에 묻었던 눈이 녹아 마루에 흔적을 남긴다. 빨리 닦아내지 않아 나무에 스며들어 얼룩이 생기거나 의자의 바퀴에 긁힌 자국이나 기타 스크래치로 가득했다. 

아이들 키우면서 하나하나 바닥에 쌓인 얼룩들을 제 때에 제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근거 없이 나무가 방수(waterproof)된다고 생각했고 언제든 나중에 닦아내면 된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 남편은 " 괜찮아 샌딩 하면 새것 같이 돼"라고 말했다. 샌딩 한다는 사실을 몰랐고 기회가 되어 전문가에게 맡겨 표면 재처리(resurfacing)를 하게 되었다.

1. 먼지가 들어오지 못하게 가림막을 하고 샌딩(sanding)을 한다. 

2. 나무를 갈아낸 아주 가는 미립자를 깨끗이 닦아낸 다음 

3. 새틴 감촉의 실러를 바르고 코팅으로 마무리를 한다.

완벽히 마르기까지 24~ 48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호텔에서 지냈던 기억이 난다.

새로 표면 처리된 마루 바닥은 새것처럼 보였고 "이제는 얼룩이 보이면 즉시 닦아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잘 관리할 수 있을지를 물어보았다. 


" 다른 것은 다 필요 없고 식초(물 4: 식초 1)로 닦으면 돼요" 하는 것이 아닌가. 워낙 남편이 집안 청소에 쓰이는 케미컬(화장실이나 샤워 부스용)을 자주 사들고 와서 분사하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독해서 문을 꼭 닫아 놓는다. 친환경에 차츰 관심을 갖던 시기여서 식초로 청소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뻐서 당장에 실험을 해보았다.

마루가 반짝반짝 윤이나면서 미끄러워 넘어질 뻔했다. 세상에~ 이렇게 잘 닦일 줄이야. 게다가 원목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 같은 느낌인데 식초를 먹으면 우리 몸에도 얼마나 좋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말린 사과와 사과식초

사과 식초( applecider vinegar)는 신맛이 부드럽고 사과향이 있어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처음에는 녹차를 탈 때 사과식초 한 티스푼 정도 넣는 것이 다였다. 그러다 가끔은 녹차에 꿀을 넣기도 하였다. 


아무리 몸에 좋다는 다이어트나 식품도 자주 음용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찌 된 일인지 커피를 제외하고 이토록 오랫동안 애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미지근하게 끓인 물에 사과식초와 꿀을 넣은 차는 언제 마셔도 질리지가 않았다. 가끔 심심하다 싶으면 블루베리 녹차와 같은 과일향이 들어간 녹차를 가미한다. 

겨울이 춥고 오래가는 미시간에서는 몸을 녹이기 위해 차를 마시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커피는 한잔으로 족하고 가끔 속이 쓰린 증상이 있어서 자주 마시기는 어려웠다. 속이 쓰린 증상도 꿀과 사과 식초를 넣은 차를 마시면 가라앉았다. 너무 신기했다. 


더 이상 아끼지 않는 것

말린 사과를 사과식초와 꿀을 넣은 차에 넣어 마시자 제대로 된 풍미가 나오기 시작했다.

물에 적당히 불려진 사과는 꼬들꼬들하면서 당도가 높아져 맛이 제대로 난다.  냉장고에 있는 사과는 차가워서 여간해서 손 이 가지 않는데 이렇게 따듯한 사과는 언제라도 즐길 수 있다.


이제는 듬뿍듬뿍 집어넣어 차를 만든다. 이미 말려져 있으므로 손쉽고 간단하게 만들고 몸에 좋으니 애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말린 당근도 있으니까 당근도 약간 넣고 파인애플도 넣었다. 어디서 이런 맛을 낼 수 있을까 말린 과일이 없다면...!

아끼고 절약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해서

뭔가를 저장한다는 것은 미래에 있을 그 어떤 날을 위한 것인데

오늘이 과거 어느 때에 그토록 기다리던 바로 그날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동안 말려 저장해놓은 사과를 듬뿍 넣어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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