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작품 완벽한 창조
주방에서 가장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는 부분을 초점(focal point)이라고 한다. 백 스플래쉬(back splash)라고 하는 위 찬장과 아래 찬장의 사이에 위치한 벽면 공간과 오븐과 후드가 주방의 초점이 된다. 벽에 타일을 붙여 물이 튀어도 젖지 않는 방수 효과와 디자인이 들어간 멋을 동시에 잡을 수 있어 어떻게 디자인할지 많은 시간을 보냈다. 찬장과 벽을 같은 흰색 페인트로 이미 칠해 놓은 상태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주방의 모토는 청결로 정하고 더러움을 빨리 찾아내어 신속히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기에 흰색으로 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매끄러움(sheen)에 따라 급을 나누는데 글로시(glossy)는 윤기가 가장 많이 나고 매끄러워 아주 잘 닦인다. 새틴(satin)은 중간 정도의 윤기로 반짝임이 덜해서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지만 여전히 잘 닦인다. 에그 셸(egg shell)은 달걀 껍데기의 윤기와 매끄러움, 맷(matt)은 전혀 윤기가 나지 않고 거친 느낌이라 가장 자연스럽다. 벽은 맷으로 찬장은 새틴으로 했기에 백 스플래시는 글로시로 해서 가장 매끄럽고 잘 닦이는 것으로 정했다. 같은 색상에 다양한 질감을 구현하는 것이 디자인의 포인트였다.
타일은 서브웨이 타일( subway tile)로 정했다. 직사각형의 타일로 지하철 역에 많이 사용되어 그러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먼저 회반죽을 벽면에 바르고 가장자리에 지그재그 홈이 파져 있는 주걱으로 밀으니 선이 그어져 회반죽이 고르게 퍼지면서 공기가 통하고 밀착하기 쉬웠다. 그위에 타일을 하나씩 놓고 조그만 스페이서(spacer)를 아래, 위 , 옆에 끼워 넣어 공간을 만들었다.
남편이 먼저 시범을 보였을 때는 쉽고 간단해 보였는데 막상 내가 해보니 스페이서가 자꾸 떨어졌다. 1mm의 오차만 생겨도 다음으로 계속되면 맨 나중엔 엄청난 간격이 벌어진다. 그래서 집중력을 발휘해야 했다. 바닥이 아닌 벽에 붙이니 스페이서가 자꾸 떨어져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완벽을 기하다 보니 인내심의 한계가 왔다. 아~, 문과생의 비애! 공돌이들의 단순함이 커다란 매력으로 발휘하는 때가 바로 이런 때, 이래서 남자와 여자가 같이 사는구나 싶었다. 나는 이래 봬도 끈기는 있는 사람이야 하면서 쉬고 다시 하기를 몇 번, 마침내 일을 마쳤다.
물론 남편이 콘센트 주변의 타일을 미리 잘라 놓아서 나는 붙이기만 하면 되었다. 재택근무하지 않고 출근을 함에 집에 있어 시간이 많은 내가 기다릴 것 없이 일을 끝마치고자 했다. 굳기를 기다렸다 스페이서를 제거하고 파인 홈에 그라우트(grout)를 집어넣어 메꾸었다. 그위에 방수 효과가 나는 실러 (sealer)를 발라 완성을 한 뒤 보니 두 군데에서 결점이 발견되었다. 두 군데가 약간 불거져 튀어나와 완벽한 라인을 구현하려 했던 내게 좌절감을 안겨 주었다. “Oh well, 그러니까 사람이지”, 과연 두 군데서 선이 비뚤어진 것을 나 말고 누가 알아볼까 싶어 만족하기로 했다. "흠, 해보니까 별거 아니네, 한 번만 더하면 선수되겠다." 싶었다. "여자라고 못할 것이 없구나." 다 편견이지 싶고 용기의 문제였다.
미국 사람들이 발명에 능한 것은 전적으로 집을 짓고 수리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굳게 믿는다. 홈 디포(Home Depot)에 가 보면 별에 별 집을 고치는데 필요한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다. 없는 것이 없다. 얼마만큼의 타일이 필요할지 파악하는 것도 숫자와 관련되어 있고 공간을 입체적으로 파악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때문에 좌뇌형 인간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입체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창조성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는 가구는 물론 조그만 물건을 들여도 미리 줄자로 치수를 재어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