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스캐니 그린을 찾아서
버킷 리스트는 일단 작성하면 해내야 하는 의무감으로 느껴지는 것이 싫어서 작성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일 년에 한두 번의 가족 휴가를 제외하고 해외여행을 계획한 적인 없는 나에게 인테리어를 하면서 몇 가지 버킷 리스트가 생겼다. 그중에 하나를 먼저 소개한다.
이탈리아 터스캐니(Tuscany):
음식 저장소, 팬 추리 색을 ‘터스캐니 그린’ 으로 정할 때는 그 이름의 의미를 잘 몰랐다. 단지 녹색으로 하되 검은색에 가까운 진한 녹색을 찾다 보니 터스캐니 그린으로 하게 되었다. 녹색은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깊은 녹색은 뭔가 치유하는 느낌이 있어 좋았다. 우리 집 서브에 있는 호수의 색깔과 같고 무엇보다 컨템퍼러리 한 느낌을 원했다. LRV(Light Reflection Value), 즉 빛의 투과율이 7.72로 아주 검은 녹색인 셈이다. 예를 들어 벽에 칠한 심플리 화이트는 LRV가 91.7로 빛을 많이 투과하여 공간을 밝게 만드니까 얼마나 검은 녹색인지 알 수 있다. 팬 추리가 정면에서 보이지 않고 측면에 위치해서 공간에 음침한 분위기를 주지 않고 오히려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해서 효과 만점의 전략인 셈이었다.
칠하고 보니 두고두고 만족스러워 이름을 찾아 나섰다. 미국식 발음이 ‘터스캐니’ 한국식 발음이 ‘토스카나’로 올리브 나무와 포도나무의 구릉이 있는 언덕에 올리브 오일 농장과 와이너리가 유명한 줄 만 알았다. 그런데 위키 나무를 찾아보니 르네상스의 발상지로 예술 문화의 도시란다. 와우~
토스카나는 르네상스의 탄생지로 고급 이탈리아 문화의 정수를 간직한 지방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여행에 있어 토스카나만큼은 따로 빼놓고 이야기할 정도. 미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토스카나 만 2-3주씩 계획해서 여행 오기도 한다. 그만큼 역사, 예술, 문화, 건축, 음식, 와인, 자연 풍광 등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최고의 관광지이다. 이 지방에만 7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품고 있다.
무엇보다, 올리브 나무와 싸이프러스 나무로 가득 찬 구릉과 언덕이 내 마음을 잡아 끈다. 미국식 내 이름이 ‘올리비아’로 올리브에서 유래한 이름이고 한국 이름의 ‘옥’은 기름질 ‘옥’으로 의미가 같으며 발음상으로도 비슷하다. 게다가 탄생석의 색깔도 올리브 그린! 이제야 알 것 같다. 왜 이렇게 이 색깔에 끌렸는지.
팬데믹이 끝나고 여행이 자유로워지면 맨 먼저 이곳을 찾아가고 싶다. 뭔가 고향에 온 느낌과 힐링의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오늘부터 미시간은 다시 3주간의 락 다운으로 들어간다. 음식점이나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고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모두들 안전하게 이 겨울을 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