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배우기-햇박스
나를 화나게 하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방해를 하거나,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닌데 나의 잘못으로 치부해 버리거나, 누군가의 이해타산에 내가 도구가 되거나, 나는 그래도 되는 사람인 양 함부로 대하거나, 누군가의 분노에 간접적인 피해자가 되거나, 불공평한 일에 수긍해야 하거나, 나의 가족에 대해 함부로 말하거나, 나의 아픔을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쉽게 말하거나 등.
내 소원의 90%는 잊지 못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 사과를 받고, 어퍼컷을 날리고, 사과를 받고, 다시 어퍼컷을 날리고, 사과를 받고, 다시 어퍼컷을 날리고. 이걸 한 오백번쯤은 반복하고 나서 사과를 받는 것이다. 나머지 10%는 화를 다스리는 것. 사실 90퍼센트가 해결되면 나의 세상은 화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 내 마음에 사랑이 가득하면, 인생은 아름다워가 성립된다. 길가는 누구라도 붙잡아 어깨를 흔들며 내가 당신을 위해 도와줄 일이 없냐며 사랑을 전파할 일이 아닌가.
2020년의 마지막 날. 올해도 어김없이 묵혀둔 화가 한 번에 폭발한다. 진정한 피날레의 장식인 것. 분노 페스티벌이 있다면 나는 단연코 우승을 거머쥘 것이다.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는가. 왜 화를 내는가. 혹자는 부당함에 대한 분노라 한다. 하지만 이 분노의 모양새는 꼭 아름답지 못한다는 생각에 나를 더 힘들게 만든다.
고대 철학자는 화를 낼 때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라고 했다. 내 얼굴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대로 보고 느끼라고. 그 얼굴을 본다면 화를 한번 더 참게 될 거라고.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내 마음속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흙더미 속에서도 꽃들이 피어나 듯, 내 마음속에도 싱그러운 꽃들이 팡팡 피어오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