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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dmavin project Dec 31. 2020

소원이 이루어지면

꽃배우기-햇박스

나를 화나게 하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방해를 하거나,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닌데 나의 잘못으로 치부해 버리거나, 누군가의 이해타산에 내가 도구가 되거나, 나는 그래도 되는 사람인 양 함부로 대하거나, 누군가의 분노에 간접적인 피해자가 되거나, 불공평한 일에 수긍해야 하거나, 나의 가족에 대해 함부로 말하거나, 나의 아픔을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쉽게 말하거나 등.


내 소원의 90%는 잊지 못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 사과를 받고, 어퍼컷을 날리고, 사과를 받고, 다시 어퍼컷을 날리고, 사과를 받고, 다시 어퍼컷을 날리고. 이걸 한 오백번쯤은 반복하고 나서 사과를 받는 것이다. 나머지 10%는 화를 다스리는 것. 사실 90퍼센트가 해결되면 나의 세상은 화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 내 마음에 사랑이 가득하면, 인생은 아름다워가 성립된다. 길가는 누구라도 붙잡아 어깨를 흔들며 내가 당신을 위해 도와줄 일이 없냐며 사랑을 전파할 일이 아닌가.


2020년의 마지막 날. 올해도 어김없이 묵혀둔 화가 한 번에 폭발한다. 진정한 피날레의 장식인 것. 분노 페스티벌이 있다면 나는 단연코 우승을 거머쥘 것이다.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는가. 왜 화를 내는가. 혹자는 부당함에 대한 분노라 한다. 하지만 이 분노의 모양새는 꼭 아름답지 못한다는 생각에 나를 더 힘들게 만든다.


고대 철학자는 화를 낼 때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라고 했다. 내 얼굴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대로 보고 느끼라고. 그 얼굴을 본다면 화를 한번 더 참게 될 거라고.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내 마음속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흙더미 속에서도 꽃들이 피어나 듯, 내 마음속에도 싱그러운 꽃들이 팡팡 피어오르면 좋겠다.


소원이 이루어지면 햇박스
햇박스는 플라워 박스 뚜껑을 모자 씌운 듯한, 영국 유명플로리스트 제인패커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다
엄마가 꽃들이 답답해 보인다고 모자를 벗기라 하신다
아빠도 위에 뚜껑을 벗기면 안되냐고 하신다.
난. 벗기지 않는다. 이게 시그니처 디자인이라는 명분으로.꽃들이 짓눌리지 않게 잘 설계해서 덮어놓은 거라고.
쳇. 알게 뭐람. 실은 나도 저 뚜껑을 거둬내고 싶은 것이다. 보다 더 자유롭게 흩날리는 꽃이길.
하지만.
난. 이 길을 선택했다. 왕뚜껑의 길을.
나에게 배정 된 꽃들이다.
미니파인애플처럼 생긴 파인애플 세이지는 향이 좋다. 코를 뻥 뚫어 주는 듯한 달콤한 화~한 향이 난다. 하늘하늘하게 포인트 있게 연출한다.
햇박스 소재-(왼쪽부터) 미니장미 갈리나, 파인애플 세이지, 폼폰국화, 튤립, 마트리카리아(더블라떼), 스마일왁스, 에레루카, 스위트훅
바구니에 마른 플로랄 폼을 깔고, 그 위에 젖은 플로랄 폼을 opp로 방수처리해서 올린다.
일초점, 방사형으로 에레루카 그린소재로 형태를 잡는다. 매스플라워 폼폼국화를 리듬감있게 꽂고, 튤립은 살아 움직이듯 그루핑한다.
미니장미는 높낮이를 주면서 공간감 있게 꽂고. 필러 소재인 더블라떼는 하늘하늘 튀어나오게 꽂는다. 그 후 파인에플세이지, 에레루카, 스마일왁스, 스위트훅 순으로 빈공간을 채워준다.
소원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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