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질 수 없어 얻게 되는

아름다운 행운

by oddmavin project

누군가를 간절히 바랄수록
내 사람이 되기를 소망할수록
그 바람이 깨져버릴까 봐
한 발짝씩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된다.

모든 걸 포기하고 떠나고 싶을 때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이루어질 수 없어

아름다운 순간들과 마주한다.


그리고 가족을 생각한다.
날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내 기준에 만족하는 내가 됐을 때 상대도 날 만족한다는 건 오직 내 생각이다. 내가 바라는 내가 되는 건 내 만족이며 만족스러운 나를 사랑하지 않는 상대를 비난할 수 없다. 그의 기준과 내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인생을 살 필요는 없지만. 내게 소중한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면서 살 필요도 없다.


주기만 한 사랑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건 내 생각일지도 모른다. 상대가 주는 사랑이 내가 하는 사랑방식과 다르기 때문이다.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이라 그의 말과 행동에 화를 내는 건 어리석은 짓.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걸 본다는 건 참 어렵다.

내 마음속에 가득 차 있는 것들은 점점 범위가 넓어져간다. 시간이 갈수록 선명해져 가는 것들. 모든 게 두렵다. 또. 모든 게 두렵다. 지금 바라는 내가 아무도 바라지 않는 존재가 돼버릴까 봐.


나에게는 큰 문제가 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날 사랑하지 않을까 봐. 날 떠날까 봐. 두려워한다. 언제나 떠날 준비가 돼있는 사람과 매일을 살아가는 기분. 영원하지 않은 건 세상의 이치 이것만. 모든 존재가 그렇게 느껴져 버린다. 사랑도, 사람도, 지금도, 모든 게 나만 빼놓고 떠나버릴까 봐 두려운 것이다.

좌절과 실패가 두려운 게 아니다. 어쩌면 내 존재가 잊혀 버리는 게 두려운 건지 모른다. 간절히 원하고 그리워했던 사람의 기억 속에서. 난 여기 있는데 어디에 있는 걸까. 왜 그 사람만 뺀 모두가 내 주위에 있는 걸까. 어디를 가든 그가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게 뚜렷하게 보인다. 증오하고 지워지길 바라지만 매일이 반대로 흘러간다.

내 몰입의 목적은 단 하나.
그 생각을 지워버리는 것.

그에게 자유로워지는 것.

자유는 억제된 모든 것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닌 내 앞에 있는 과제를 최선을 다해 풀어나갈 때 생기는 것이다. 자유는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개방이 아닌 남들이 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고 해야 할 타당한 이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자유는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내고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딘가에 집중하면 그리워하며 괴로워하는 시간들도 지나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무엇보다 자명한 건. 이것도 결국 흘러간 추억이 될 것이며 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를 생각하며 내 앞에 닥친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느냐. 아니면 그를 그리워만 하다 아무것도 못하고 끝날 것이냐.

적어도 내 안에 감춰진 무한한 잠재력을 그를 향한 그리움으로 잠식시키지 말아야 한다. 강해지려 하는 게 아니며 성숙해지려는 게 아니다.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단 한 번 주어진 내 삶을 위한 의무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욕망하는 삶. 결핍이 때로는 성장을 위한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내가 이룬 것들의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하는 것. 내가 이뤘던 기쁨과 행복이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이 있어 가능하다는 것. 겸손되이 감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은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얻게 되는 값진 교훈이다. 이거야 말로 이루어질 수 없어 얻게 되는 아름다운 행운이 아닐까.


이루어 질 수 없어 아름다운
원하는 걸 얻지 못하는 것이 때로는 큰 행운일 수 있다.
내 맘 같지 않던 좌절과 고통의 날들이 날 만든 시간이 되기도 하니깐.
다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훗날 내게 정직하고, 가장 나답게 존재할 수 있는 삶의 태도가 되기에.
동양 꽃꽂이는 직립형. 인간은 직립보행. 자연 그대로의 나무 가지 모습을 형상화한, 모든 화형의 기본이 되는 형이다. 비대칭, 삼각형, 여백의 미. 인간은 꿈도 못꾸지.
직립형 소재 (왼쪽부터) 동백, 장미(달리), 소국, 신셀렘
(좌) 동양꽃꽂이 꽃들의 곧은 기지. 쭈욱 기지개를 켜면 나도 곧아질까. (우) 뾰족한 나같은 침봉에 소재를 꽂는다. 조심! 언제 찌를지 몰러.
(좌) 동백으로 1/2/3주지를 구성 (우) 장미로 입체감을 뿜뿜. 침봉에 꽂을 때마다 찔릴까봐 어찌나 손가락을 벌벌떨었던지. 난 겁쟁이다.
국화와 남은 동백으로 침봉을 가린다(브릿지). 가리고 싶지만 가릴 수 없어 슬픈것. 사랑. 감기. 가릴 수 없지만 가릴 수 있는 것. 얘네. 그래서 난 꽃이 참 좋다
노자는 말했다. 가지려 해도 가질 수 없으니, 없는 것이라 말한다.
들으려 해도 들을 수 없으니, 들리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으니, 보이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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