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의 가능성이 보이는데 넌 안 보이니
난 너의 가능성이 보이는데 넌 안 보이니?*
직장인 시절. 회사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고 있을 때 "난 너의 가능성이 보이는데 넌 안 보이니?"라고 얘기해주는 선배를 만났더라면 나의 사회생활은 좀 달라졌을까. 다행히(?) 나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런 말을 해주는 선배는 만나지 못했다. 꼭 남이 내 가능성을 발견해 준다는 법은 없지만 왜 그런 상황 한 번쯤은 기대하지 않나. 영화를 너무 많이 봤는지 나의 기대는 기대 이상이었고, 현실은 늘 기대 이하였다. 어딜 가든 나를 경쟁상대로 대했던 사수를 만나 잘하려고 하면 적당히 하라며 핀잔을 받기 일수였다. 잘하면 뒤에서 작당을 꾸미며 모난 돌 취급을 받았고, 못하면 바보 취급을 받았고. 그런 사수를 만난 덕분에(?) 너무 잘하지도 너무 못하지도 않게 적당히 일처리를 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 11년가량의 직장생활 동안 '가능성=스스로 발견하는 것, 이란 공식을 갖게 된 거 같다.
나는 왜 그런 사람만 만나는 걸까. 내가 정말 이상한 걸까. 자책을 하기도 하고, 그런 사수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기도 해 봤지만 사람의 마음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었고, 어떤 상황이 건 자책은 금물이었다.
왜 나의 가능성을 찾는데
다른 사람 눈치를 보고
나를 자책하며 찾아야 하는가.
내가 회사를 다니는 목적은 딱 한 가지였다. 내가 잘하는 일을 잘하면서 밥벌이를 하는 것. 국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든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이 한 몸 헌사한다든가 같은 사명감은 아직 나의 것이 아니었다. 나 하나 책임질 수 있다면 그다음 일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 나는 스스로 가능성을 발견해야 했다. 나의 잘함으로 인해 사수의 입장이 난처하게 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기로 한 것이다.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에게 나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았다. 내 일을 잘하면 아무도 나를 건들지 못할 것이라고. 다음은 없다고 생각하고 불도저로 변신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과 내가 쏟을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프로젝트에 쏟았다. 결과는 성공. 그 후, 바뀐 게 있다면 태도였다. 더이상 굽신거리지 않는 나와, 갈수록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심해져 타 부서 선배들과 합작해 나를 깔아뭉개려는 사수. 더이상 참을 수도 참을 이유도 없었다. 타당성은 찾아볼 수도 없는 타 부서 선배들의 텃새와 직급으로 누르려는 불합리한 권력남용을.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닌데 잘못한 사람이 돼야 했으며, 정중함은 무례함 앞에서 무참히 짓밟히고 만다는 것을 깨달을 뿐이었다.
남 잘되는 꼴은 죽어도 못 보는 자를 사수로 두게 되면, 여러 결심을 하게 된다. 더이상 사수의 눈치 따위 보지 말자는 결심. 니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니들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결심. 쓸데없는 것에 신경 쓰는 대신, 내 가능성을 발견하는데 집중하자는 결심. 사회에서 믿을 놈 하나 없다. 오직 나를 믿자는 결심. 그런 소굴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고군분투를 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곳이 어디인지 조금씩 깨닫게 된다. 세상에 나쁜 것만은 없다.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결코 저러지 말아야지. 타산지석이란 이런 것이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보게 되는 순간. 숨겨진 가능성을 보게 해주는 귀인과의 만남은 내게 있어서 엄청난 행운과 같다. 나의 가능성을 봐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억겁의 세월 동안 선행만을 해온 사람일 것이며, 그런 귀인과의 조우는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또 다른 영역의 세계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과히 이 정도로 값지고 아니 값으로 매길 수 없을 만큼 가치 있고,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이다.
한 사람에게는 시간이라 할 수 없을 만큼의 범우주적 잠재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그것은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 발견 될지도 모르겠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이나 편안함이 아닌 보이지 않는 끝없는 충돌과 스며듦을 통해 발견되는 것이리라. 자아가 강한 자와 약한 자의 경계 따위 없이, 주어진 삶을 거부하지 않는 의식으로 자아실현에 충실히 임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 이 모든 걸 의식하지 않은 순간 의외의 일이 일어나는 자연의 영롱한 이치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걸 진정한 성공이라 부르고 싶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아도 내가 나에게 해줄 말
"난 너의 가능성이 보이는데 넌 안 보이니?"*
-----출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p138. 장영희. 샘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