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둘러보다 너무도 흥미로운 글을 보았다.
‘금지곡으로 묶였던 노래들의 금지 사유’라는 제목의 게시물이었는데 금지곡으로 선정된 배경이 가관이었다. 궁금해서 시대적 배경을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유신시대라 불리는 제4공화국 독재정권 시절(1975년)이었다.
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
돼지 눈으로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이 오직 돼지로 보이고 부처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오직 부처로 보인다는 말이 떠올랐다. 자신이 생각하고, 행하는 것이 곧 자신이라는 것이다.
금지곡으로 묶였던 노래들의 ‘금지 사유’
신중현 ‘미인’ - 한 번 봤으면 됐지 뭘 자꾸 보고 싶다는 거야? 너무 퇴폐적!
김추자 ‘거짓말이야’ - 높은 분 연설이 끝난 직후 이런 노래를 트는 이유가 뭐야?
한대수 ‘행복의 나라로’ - 그럼 지금은 불행하다는 거냐? 안 돼!
양희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 허무주의를 조장하는 거냐?
양희은 ‘늙은 군인의 노래’ - 늙은 군인이라니. 이거, 군인들 사기 떨어뜨리는 노래잖아.
이장희 ‘그건 너’ - 늦은 밤까지 잠 못 드는 이유가 뭐야. 딴생각 말아.
배호 ‘영시의 이별’ - 통금 시간인 자정에 이별을 하는 게 말이 되니?
송창식 ‘왜 불러’ - 왜 부르긴 왜 불러? 장발 단속하려고 불렀지. 지금 반항하냐?
조영남 ‘불 꺼진 창’ - 쓸 데 없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노!
이장희 ‘한 잔의 추억’ - 술 마시고 또 뭔 짓을 하려고?
전인권 ‘사노라면’ - 내일은 해가 뜬다니? 그럼 오늘은 안 떴다는 거냐? 말이 좀 되는 소리를 해라.
(출처) http://www.designersparty.com/
당시 문화공보부(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활동 정화대책'을 발표하고, 이를 명목으로 정치, 사회를 조금이라도 비방하거나 풍자하는 혐의가 있으면 창작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금지'딱지를 붙였다고 한다. 1975년 한 해에 금지된 곡만 무려 223곡.
그중 백미는 가수 김추자의 무대 중 그녀가 보내는 손짓에 대한 오해였다. 그녀의 손짓은 북한 간첩에게 보내는 암호라는 소문이 돌았고, 급기야 중앙정보부에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끌려갔다고 한다. 또, 금지곡으로 함께 선정됐던 양희은의 '아침이슬'은 1973년에는 건전가요로 설정될 정도로 아무 도 문제 삼지 않던 노래였다.
그 시절 정부가 얼마나 고정된 시각과 편협한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가르고, 자의적인 판단 아래 잘못된 리더십을 발휘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직에서 흔히 겪는 리더들의 행동도 크게 다르지 않다. 훌륭한 리더가 자신의 팀원들을 믿고,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해 최고의 성과를 거두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반면 어떤 리더는 자신이 맘에 드는 사람 혹은 옆에서 알랑 방귀를 뀌는 간신들만을 아끼며 한번 눈밖에 난 직원은 배척한다.
회사에서 인정받던 직원이 직속 상사에게 찍혀 몇 달새 지방으로 발령이 났더라는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디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승승장구하던 그분의 업무 역량이 갑자기 땅으로 쑥 꺼진 것도 아닐 텐데 어찌된 일일까?
프랑스의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교수인 장 프랑수아 만조니와 장 루이 바르수는 이런 웃지 못할 일들을 두고 리더의 필패신드롬이라 불렀다.
필패신드롬이란?
직장에서 본래 유능했던 직원들도 상사에게 무능력하다는 의심을 받게 되면 업무능력이 저하되고 의욕을 상실하며 점차 무능한 직원으로 변한다는 심리적 증후군. 필패신드롬의 주된 원인은 인간이 자신의 주관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인식하려 하는 확증적 편향(confirmatory bias) 때문이다. 쉽게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지적 편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필패신드롬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팀 구성원간의 존중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기 위해 진행하는 MBTI, DISC 등 성격유형 검사 교육에서도 필패 신드롬은 여지없이 등장한다.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고, 갈등을 줄이기 위한 목적임을 수없이 강조한들 필패 신드롬을 가진 리더는 성격검사 결과를 자신의 확증적 편향을 키우는데 활용한다.
어쩐지 아이디어 회의 때마다 조용하더라니.
너네들이 내향적이라서 말들이 없었구나!
그의 농담은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을 ‘문제아'로 분류하는 본인의 이분법적 사고를 여실히 드러낸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
MBTI에서 말하는 내향성이 높은 사람은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충전하는 외향적인 사람들과 달리 내부로부터 에너지를 채우는 사람이다. 그들은 단지 외향적인 사람들보다 좀 더 신중하고, 충분히 고민하고 행동에 옮기는 경향이 강한 조금 다른 사람들일 뿐이다.
회의때 의견을 다양하게 제시한다고 꼭 아이디어의 퀄리티가 좋은 것은 아니며, 말수가 적다고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불성실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팀원 개개인의 강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리더 자신이다.
훌륭한 리더는 구성원의 성향에 따라 세심하게 회의를 리드한다. 내향적인 팀원이 많을 경우 미리 회의 일정과 안건을 공유해 그들에게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주는 것이 현명한 리더가 조직을 이끄는 방법이다.
GE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던 전 회장 잭 웰치는 이런 말을 남겼다.
모든 성공은 최고의 인재를 키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직 그 깊은 우물에 호스를 대는 것뿐이다.
진정한 리더는 자신의 팀원을 일 잘하는, 일 못하는 두 그룹으로 섣불리 나누지 않는다. 리더는 항상 자신의 긍정적 영향이 조직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는 '피그 말리온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
평범한 팀원이라도 그들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업무에 대한 자율권과 믿음을 줄 때 리더의 기대를 충족하는 성과를 거두며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