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은 그저 대수롭지 않게 그 점을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지나갈수록 점점점 커지더니 아주 거대한 더러운 얼룩이 되었다. 이제 그 얼룩은 입까지 생겨서 쩌억쩌억 입을 벌리며 말까지 걸었다.
"네가 p의 그 웃긴 블라우스에 대해 이야기한걸 q가 과연 전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q는 너보다 p를 좋아하기 때문에 들으면서 코웃음을 쳤을 거야. 니 얘기가 끝나기만 기다렸다가 바로 p에게 달려가 하나도 빠짐없이 전했을걸. 둘이서 이번에 새로 산 니 바지를 욕했을 거야. 아마 저런 바지를 입는 사람은 세상에서 너밖에 없다고."
하루종일 저렇게 말을 걸어대니 r은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저 놈의 더러운 얼룩을 지우려고 죽을힘을 다해 문질러봐도 그놈은 점점 더 커질 뿐이다. 결국 r은 포기하고 같이 마가리타나 마시며 신세한탄을 했다.
"아니 그런데 p의 블라우스가 웃기긴 했잖아. 내가 p를 싫어하는 건 아니야. 근데 블라우스가 웃긴 건 웃긴 거지.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