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역사

주입된 정답에서 벗어나 나만의 질문을 품기까지

by 장기정

1980년대, 한 반에 60명이 넘는 학생들이 숨소리조차 사치였던 적막한 교실에 모여 앉아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수업 소리만 울려 퍼지던 그곳에서 우리는 열심히 필기하고, 문제 풀고, 일어나 답했습니다.


그 시절 질문은 오직 선생님만의 특권이자 무기였습니다. 학생에게 질문이란 무지함의 표시였고, 암묵적으로 금지된 영역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일방적인 강의와 평가 속에 인생의 찬란한 10대를 보내고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주입식 교육의 달콤한 함정 도제식 교육이 일반화된 치과대학의 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해진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익숙함이 저에게는 편안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다른 관점에서 사고한다는 측면에서, 그것은 최악의 환경이었습니다. 말수가 적었던 저는 획일화된 사고방식을 너무나 잘 받아들였고, 질문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청춘을 보냈습니다.


질문이 없는 자에게 닥친 시련 본격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던 전공의 시절, 질문이 없는 저에게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수많은 환자를 만났지만 제 질문은 늘 1차원적이었습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가요?", "언제부터 아프기 시작했나요?" 그리고 검사 후 장황한 설명들이 이어졌죠.


상태를 설명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기계적인 과정 속에서, 누군가 제 질문의 수준을 지적하기라도 하면 자존감은 바닥을 쳤습니다. 그때부터 제게 질문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되었고, 일상에서나 병원에서 환자와 대화를 나누는 일은 점점 무거운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코칭, 잠자던 호기심을 깨우다 시간이 흘러 2020년, 경영대학원에서 우연히 코칭을 만났습니다. 그야말로 딴 세상을 경험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억눌려왔던 나의 호기심과 질문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코칭의 기본은 질문, 경청, 공감 등입니다. 그리고 코칭에는 정답이 없었습니다.


상대 코치님의 질문과 공감, 따뜻한 배려 속에 머릿속에 잠자고 있던 수만 가지 생각들을 조금씩 내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저 또한 코칭을 배우면서 상대의 말을 듣고 그에 맞는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씩 생겨났습니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호기심과 관심으로 바뀌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질문을 품고 사는 삶 오늘도 아픔과 불편함을 안고 저를 찾아오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한 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이들을 이제는 따뜻하게 맞이해줍니다. "지난번 치료받으셨던 곳은 어떠셨어요?" "오늘은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정성을 다해 듣습니다. 그들과의 대화에서 저는 저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어떤 치과의사이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지금도 수만 가지 질문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굳이 답을 찾지 않아도 됩니다. 정답도 필요 없습니다.

질문을 품고 사는 삶 자체가 이미 저를 충분히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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