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만큼 일하는 것인가, 일하는 만큼 주는 것인가
돈을 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돈을 번다. 최저시급(8,350원, 2019년 기준)부터 억대 연봉까지 각자 돈을 버는 정도가 다르다. 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업무의 난이도나 각자의 업무 능력에 따라 연봉은 천차만별이다. 회사에 처음 입사하게 되면 가장 먼저 연봉계약서와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 노동력 & 시간과 화폐의 교환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해마다 연봉 협상-이라고 적고 통보라고 읽는다-을 새롭게 한다. 새로운 연봉은 그 사람의 이전의 성과와 앞으로의 기대치, 그리고 화폐의 가치에 따라 정해진다.
초코파이, 아니 고래밥(요즘 고래밥을 맛있게 먹고 있다^^*)을 사 먹는다고 하자. 고래밥의 가격은 정해져 있어서 누구나 어디서든 동일한 가격으로 사 먹을 수 있다. (지리산 정상이나 군대 PX에서 사 먹는 경우는 제외) 하지만 노동력에는 정가가 없다. 인형 눈 1000개 붙이기, 봉투 1000개 만들기 같은 노동력을 제외하고는 애초에 동일한 노동력이라고 하는 말 자체가 성립하기도 힘들다.
한 직장 내에 동일한 연봉을 받는 두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두 사람의 업무 수준, 업무량, 근무시간은 동일할까? 반대로 동일한 업무 수준의 일을 동일한 근무시간 동안 동일한 양의 업무를 처리해 낸다면 두 사람의 연봉은 같을까? 일단 그것을 정확히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겠지만 대답은 'No'다. 심지어 같은 회사 내에서도 일 많이 하고 돈 적게 벌거나 돈 많이 버는 사람이 일을 더 적게 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만약에 한 회사에서 업무의 수준을 A(고급 업무), B(중간 업무), C(단순 업무) 3등급으로 나누고 각 등급별로 연봉을 정했다고 치자. C등급은 1억, B등급은 5억, A등급은 10억이라고 하자. (연봉을 이렇게 높게 잡는다고 내 돈 드는 것 아니니 기분이나 내보자) 회사에서 단순 업무를 맡길 사람을 뽑아서 업무에 투입시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근로계약서에 업무의 범위를 정하고 거기에 맞게 일을 맡기는 회사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회사는 그렇지 않다. 할 수 있는 일을 시키게 되어 있다. 처음엔 C등급의 일을 시키다가 일을 잘 처리해내면 B등급의 일도 맡기고 A등급의 일도 맡긴다.
연봉 계약은 회사와 맺지만 일을 분배하고 시키는 사람은 팀장이다. 팀장은 우리가 회사와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 연봉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도 연봉은 다른 동료들에게 비밀로 하라고 엄격히(?) 관리하는 회사들도 있다. 팀장들은 팀원들의 노동력을 활용해서 팀 내에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연봉 1억 받는 팀원에게 B등급의 일을 시키기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연봉 1억의 팀원은 4억 원 치의 일을 더 한 셈이고 4억을 덜 받는 셈이다. 옆 동료와 같은 일을 했는데도 연봉이 4억이나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이 사람이 내년 연봉 계약 때 5억에 계약을 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경험상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렇다면 난 연봉이 1억이니 C업무만 보고 A, B등급의 업무는 거부해야 할까? 그렇게 되면 비정규직인 경우 재계약이 안될 가능성이 크고 재계약이 돼도 연봉은 계속해서 1억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리고 C업무만 계속하게 되니 실력이 늘기도 힘들다. 이렇게 되면 '받는 만큼 일하겠다'와 '일한 만큼 주겠다'의 논쟁이 시작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문제냐와 비슷하다. 닭이 있어야 달걀이 생기고 달걀이 있어야 닭이 생긴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